[분석] 한국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시청자 반응 엇갈리는 이유?

넷플릭스 : '종이의 집'

손민지OTT평론가 승인 2022.06.28 11:46 | 최종 수정 2022.06.28 12:22 의견 0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스페인 원작을 한국식으로 바꾼 오리지널 시리즈다. (사진=넷플릭스). ⓒOTT뉴스


[OTT뉴스=손여운 OTT 2기 평론가] "교수가 지휘하는 8명의 범죄자가 조폐국을 급습한다. 그들은 스스로 비상벨을 울리고 인질들과 함께 건물에 갇힌다. 이들은 직접 돈을 찍어 불려 조폐국을 빠져나가는 역발상으로 경찰과 언론에 통쾌한 한방을 선사하기로 한다."

한국판 '종이의 집'(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시즌1 6부작이 베일을 벗었다.

스페인 원작('La Casa de Papel')이 한국판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에 국내외 팬들의 관심은 공개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인질강도극을 계획하는 교수 역의 유지태, 현장 지휘자 베를린 역의 박해수, 남한에서 자본주의의 쓴맛을 본 도쿄 역의 전종서 등 캐스팅은 빵빵하다.

이원종은 남한 최초 땅굴 은행털이범 모스크바, 김지훈은 길거리 싸움꾼 출신 덴버, 장윤주는 각종 위조 전문가 나이로비, 이현우는 천재 해커 리우로 분했다.

돈 찍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강도들이 경찰의 예상을 역으로 이용한다는 큰 얼개, 도쿄를 화자로 내세워 상황을 설명한다는 점,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이야기라는 점은 원작과 동일하다.

강도들이 살바도르 달리 가면이 아닌 하회탈을 쓰고 등장하며, 배경도 통일을 앞둔 한반도로 바뀌었다는 점은 한국판 '종이의 집' 만의 차별점이다.

이외에도 남북 공동 화폐에 그려진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초상, 조폐국의 전통 한옥 지붕, 꽹과리와 징이 어우러진 배경음악 등 한국적 색채가 강한 소재와 장치들이 눈길을 끈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남북 왕래가 자유로워진 한반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사진=넷플릭스). ⓒOTT뉴스


'BTS의 팬들은 아미라고 불린다. 물론 북조선에도 아미가 있다. 다른 아미들과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난 진짜 군대에 들어가야만 했다는 거다.'

극은 이같은 발칙한 상상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2025년 극적인 남북회담이 열리고, 남북 왕래가 자유로워지며 공동경제구역도 건설된다.

2026년 9월, 교수 일당은 공동경제구역 내의 조폐국을 턴다.

인질들을 출신에 따라 나누어 서로 감시하게 하는 장면이나 범죄 진압을 위해 갈등을 빚는 한국 경찰과 북한군 특수작전대 모습 등 오랜시간 적국으로 대립해온 남과 북의 해묵은 감정은 새로운 갈등의 한 축으로 작용한다.

'종이의 집'에 대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사진=넷플릭스). ⓒOTT뉴스


시즌1에 대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호평은 "분단의 쓰라린 아픔을 가진 한국이 공동화폐라는 새로운 요소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혹평으로는 스토리 변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원작을 안 본 팬에게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독창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니라 작품을 단순 한국어로 번역한 것 아니냐" 같은 의견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왜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을까.

이는 주제의식이 탄탄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원작은 비대해진 자본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비판을 한다.

스페인 내부에서 붉어지는 여러 양극화와 차별의 양상을 조폐국 안팎의 대치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강도들이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만,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시대정신이 들어 있었다.

한국판에서는 그런 시대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징어게임'의 흥행에 '종이의 집'도 쉽게 성공을 예견한 것 같은 양상이다.

원작에서는 사회 부적응자, 이주 외국인, 불법 체류자, 성소수자 등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한국판에서 인물들은 부산인지 대구인지 알 수 없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왜 이런 캐릭터 설정을 했는지 쉽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다.

작위적인 남북 갈등, 원작과 다를 바 없는 인물 관계 등이 '재창조'가 아닌 '모방'에 그치도록 하는 요인이다.

한편 나머지 6부작을 담은 한국판 '종이의 집' 파트 2는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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