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전드가 승리에 집착하는 이유 '국대는 국대다'

웨이브 : '국대는 국대다'

손민지OTT평론가 승인 2022.06.30 09:00 의견 0
웨이브 예능프로그램 '국대는 국대다'가 최근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하태권의 도전을 그렸다.(사진=웨이브). ⓒOTT뉴스


[OTT뉴스=손여운 OTT 2기 평론가] "하태권이 중심이 되는 그런 하루. 되게 행복했어요."

지난 25일 '국대는 국대다' 방송에서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 하태권과 2008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의 '올림픽 타이틀 매치'가 그려졌다.

프로그램이 마련한 배드민턴 승부는 하태권에게 2004년의 열정을 소환시켰다.

은퇴식도 제대로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하태권에게 현역 최강자인 후배 이용대와의 대결은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천금같은 기회였다.

그는 스승 김중수 감독이 마련한 고등부 1위 오재혁 선수와의 경기에서 체력의 한계로 힘들어하면서도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본 대결에서는 웃음기 사라진 표정으로 셔틀콕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국대는 국대다'에서 하태권은 이용대에게 2대 0으로 아쉽게 패했다.(사진=웨이브). ⓒOTT뉴스

제작진은 그런 하태권의 D-Day를 덤덤하게 그렸다.

여느 스포츠예능처럼 슬로우를 걸거나 몇 번의 리플레이를 통해 두 전설의 배드민턴 실력을 강조하지 않았다.

앞선 대결들과 달리 훈련 과정에서 '페이스메이커'들의 개입도 최소화됐다.

편집을 못해서가 아니라 승리에 대한 하태권의 절실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였다고 해석된다.

'국대는 국대다'는 레전드의 열정을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사진=웨이브). ⓒOTT뉴스


하태권은 경기 전 이용대를 100%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그냥 패배가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한 전쟁이었다.

그는 1세트 승리를 이용대에게 내 줬지만 2세트에서 후반부까지 리드를 지키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들로 인해 결국 20대 20이라는 스코어를 마주했다.

스코어가 20대 21이 됐을 때 하태권은 몸 뒤로 오는 공을 받기 위해 달려나갔다가 코트에 대(大)자로 쓰러졌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렸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하태권에게 몰입하고,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승리하고 싶었던 이 세상 소시민들의 마음을 공감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새벽같이 출근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 인생을 바꿔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 또 한번 잊고 있던 열정을 불태워보고 싶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방송을 만든 느낌이다.

'국대는 국대다'는 매주 토요일 밤 9시 20분 웨이브에 업데이트된다.(사진=웨이브). ⓒOTT뉴스


'윙크보이' 이용대를 하태권의 대척점에 내세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간 이용대의 그림자같은 존재로 비춰졌던 하태권을 중심에 둔 것은 신의 한수 였다.

이용대의 시각에 초점을 맞췄다면 "역시는 역시"라는 반응을 이끌었겠지만 나이를 잊은 고군분투,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스포츠맨십 등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경기가 끝난 후 페이스메이커들의 멘트를 넣지 않고 두 선수의 소감을 인터뷰 영상으로 대체한 것 역시 여운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한다.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경기를 통해 두 선수가 어떤 걸 말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는 게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라는 것을 제작진은 간과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영리한 배려 덕분에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엉뚱하고 어딘가 어설픈 매력을 발산한 하태권은 이번 대결을 통해 누구보다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살아있는' 레전드로 거듭났다.

하태권뿐만 아니라 앞서 '국대는 국대다'가 주인공으로 다룬 레슬링 선수 심권호, 태권도 선수 문대성, 탁구 선수 현정화도 마찬가지다.

예능인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직도 승리가 목마른 선수로 표현해냈다는 점이 '국대는 국대다'의 차별점이 아닌가 한다.

진정성 있는 스포츠 대결을 담은 '국대는 국대다'는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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