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빠들을 찾아라, '애비규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 애비규환

진보화 OTT평론가 승인 2022.06.29 07:20 | 최종 수정 2022.06.30 11:16 의견 0

영화 '애비규환' 공식 포스터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진보화 평론가] 연하남친 호훈(신재휘 분) 과의 사랑으로 임신하게 된 대학생 토일(정수정 분)은 당당하게 뽈록하게 솟아 오른 배를 내민 채 부모님 앞에 나타난다.

출산 후 5개년 계획 PT까지 하며 결혼을 선언했지만, 부모님은 도대체 누구를 닮아 그 모양이냐는 호통뿐이다.

그래서 토일은 누굴 닮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며 친아버지를 찾아 어릴 적 살던 대구로 내려간다.

아빠를 찾고 있는 토일의 모습(사진=다음영화). ⓒOTT뉴스


몇 번의 시도 끝에 엉뚱한 곳에서 맞닥뜨린 친아빠.

하지만 토일은 아빠를 보자마자 돌아선다.

아마 토일은 끝없이 궁금하면서도 두려웠을 것 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아빠가 되어 있는 것을 마주했을 때 형용할 수 없이 이상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 토일, 그런데 이제는 예비 아빠 호훈이 사라졌다.

온 가족이 호훈 찾기에 돌입하며 구아빠까지 모인 조금은 불편한 상황이 펼쳐지고, 이런 어이없는 영화적 설정에 실소가 지어진다.

필자는 중간중간 등장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든 스님 캐릭터가 너무 웃겼는데 생각해보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것들의 조화, 이게 바로 '애비규환'의 매력인 것 같다.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간 토일과 호훈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애비규환'은 오랜만에 만난 신파 없는 가족 드라마였다.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지는 않지만 영화 곳곳에 깔린 코믹요소들에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기로 선택한 딸 앞에서는 모진 말을 내뱉었지만 토일이 사라지고 나서 전전긍긍하던 부모님과 어색하지만 토일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 또한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잘 그려냈다.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센스 있는 대사들에 감탄이 나기도 했다.

토일의 어린 시절 장면은 짠했고,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 공감이 많이 됐다.

아빠와 싸울 때 사자성어를 사용해 말싸움을 한다던지, “병원가도 못 지워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미래 계획을 PPT로 준비하는 토일의 캐릭터는 신선하면서도 극을 파워있게 이끌었다.

토일과 호훈이 인사를 드리기 위해 집에 방문하자 호훈의 엄마는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겠어요”라고 말하며 둘 사이를 축복해준다.

토일에게 잘하라며 자신의 아들을 꾸짖고, 임신한 토일을 위해주는 호훈의 부모님 캐릭터는 지금껏 본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에서는 보기 드문 시부모님 캐릭터라 새로웠다.

예비아빠 호훈을 찾아 나선 토일과 가족들의 모습 (사진=다음영화). ⓒOTT뉴스

누군가는 무거운 가정사를 너무 가볍게만 다룬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꼭 그렇게 딥하고, 무겁게만 다룰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세상에 가정사 없는 사람은 없고, 다들 심각하게 지낼 이유는 없으니깐 말이다.

더욱, 한국 가족 드라마의 신파적인 요소를 매우 싫어하는 필자로서는 웃으며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토일은 시작도 전에 삐걱대는 호훈과의 결혼에 겁을 먹고 포기를 선언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잡고 결혼식을 올리며 말한다.

이 결혼, 망할 수도 있다고.

영화는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청춘들에게 어떤 일이든 망할 수 있지만 그것이 완전한 실패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의 선택이 틀렸을 수도 있고 또 행복할 수도 있으니 두렵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일단은 용기를 내어보라고.

우리의 인생은 작은 선택들이 모여 큰 목적을 만들고,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게 한다.

그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청춘이 있다면 아니, 이미 선택은 했지만 조금 후회되는 청춘이 있다면 지금 당장 애비규환을 보러 가보자.

사소하게나마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위로를 얻게 될 터이니.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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