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이슈] 티빙 '스쿨카스트'로 복귀한 조병규…아직은 시기상조?

'학폭 논란' 배우 조병규 복귀
곽경택 감독作, 티빙 '스쿨카스트' 주연
학교 폭력 소재 작품 캐스팅에 설왕설래

김은정OTT기자 승인 2022.06.18 11:10 의견 0
'학폭 논란'으로 활동을 중지했던 배우 조병규가 곽경택 감독의 단편영화 '스쿨카스트'로 복귀했다(사진=티빙). ⓒOTT뉴스

'학교폭력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조병규가 곽경택 감독의 단편영화 '스쿨카스트'로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시기상조였을까? 대중들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티빙 오리지널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에서 지난 16일 오후 공개된 '스쿨카스트'는 교실 안의 적나라한 계급 사회를 그려낸 작품이다. 조병규는 극 중 작가 지망생으로 학생들을 관찰하는 주인공 제아 역을 맡았다. 학급에서 하층민 '수드라'에 속하는 제아는 괴롭힘당하는 불가촉천민 '찬드라' 계급 세나(홍예지 분)를 주시하고 다가가는 유일한 인물이다.

'스쿨카스트'는 곽경택 감독이 27년 만에 제작한 단편 영화로 6000대1 높은 경쟁률의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배우를 발굴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조병규의 출연 이슈로 주목받지 못했다.

조병규는 SBS '스토브리그', OCN '경이로운 소문'의 연이은 성공으로 주가를 올리던 지난해 2월 '뉴질랜드 유학 시절 학폭 가해자였다'는 A씨의 주장으로 '학폭 가해자' 의혹에 휩싸였다. 조병규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당시 출연 중이던 MBC '놀면 뭐하니?', KBS2 '컴백홈' 등에서 통편집되거나 하차하며 대중들의 사랑에서 멀어져갔다.

이처럼 학폭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가 학교 폭력을 다룬 단편영화로 복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일각에서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조병규가 학폭 피해자를 구한다"는 역할 설명으로 논란이 가중됐다.

배우 조병규가 출연한 '스쿨카스트'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사진=티빙 '스쿨카스트' 장면 캡처). ⓒOTT뉴스


티빙의 '전체관람가+: 숏버스터'는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장르의 확장을 이룬 좋은 사례로 호평받고 있다. 천만 관객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을 비롯해 영화감독 김곡&김선, 윤성호, 홍석재, 김초희, 류덕환, 조현철&이태안, 그리고 '펜트하우스' 주동민 감독까지 참여해 다양한 장르의 단편영화 8편을 선보였고, '펜트하우스' 출연진 신은경, 엄기준, 이지아, 김소연, 봉태규, 윤종훈, 윤주희 등과 함께 배우 진서연, 이주승, 공민정, 고경표-임선우, 천우희 등이 각 작품에 출연하며 화제성을 높였다.

화려한 감독진과 배우 라인업, 여기에 주타깃층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20분 내외의 숏필름 포맷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전체관람가+: 숏버스터'는 조병규를 캐스팅한 '스쿨카스트'로 입방아에 오르며 사용자들의 정주행에 제동을 걸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조병규 출연에 대해 "학폭 가해자가 피해자를 구해?" "이번에는 안 본다" "몰입이 되겠냐?" "이렇게 OTT로 돌아오나?"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덕분에 작품은 평가절하됐고, 관심도는 하락했다.

'스쿨카스트'는 고등학교 안에 카스트 제도와 비슷한 5개의 계급(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찬드라)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절대 권력자와 지배자, 방관자,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는 노예 신분으로 나뉜 학생들의 모습을 그린 다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존재감 없는 아이'로 학생들을 관찰하던 조병규는 라면 국물을 뒤집어쓰고, 남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왕따 세나를 위로하고 걱정하는 유일한 존재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 '귀신'이었다는 반전으로 예상치 못한 한 방을 날린다. "추모의 꽃 한 송이도 받지 못한 내가 왜 어떻게 죽었나?"라고 마지막 대사를 남기는 제아는 세나를 구한 영웅이 아닌 학폭의 피해자로 비쳐진다.

작품은 학교에 빗대어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구조를 지적하고, 무관심으로 침묵하고 이를 용인하는 다수를 향해 일침을 날린다. 곽경택 감독은 제아를 통해 우리의 세상과 다른 차원의 '귀신들의 세상'을 표현하며 '평행세계' 세계관을 완성했다.

곽경택 감독은 1억 원의 제작비로 소수정예 스태프를 꾸려 2~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촬영을 마쳤다. 계단에 앉아 스크립트를 고치고 작은 화면으로 모니터링하던 곽 감독이 "감독 데뷔 후 이런 현장은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 때문인지 '스쿨카스트'는 학교를 그저 '작은 사회'로 보는 어른의 편협한 시선에 벗어나지 못했다. 인간을 상하로 나눈 잔인한 계급제도 속 복잡한 관계나 심리적 고뇌를 그려내기보다 뜬금없는 고교생 19금 장면과 "걸레로 고추를 닦는다" 등의 저급한 대사를 통한 극단적 표현이 의문을 들게 했다. 게다가 신인 배우들의 설익은 연기까지 더해져 휘청거릴 뻔한 작품을 조병규가 실감 나는 연기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완성도를 높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배우 조병규가 논란을 극복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티빙 '스쿨카스트' 장면 캡처). ⓒOTT뉴스


조병규가 '스쿨카스트'에 출연한 이유는 "평소 동경하던 곽경택 감독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에 곽 감독은 "조병규의 출세작들을 모니터링했다. 연기가 자연스러웠고,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스쿨카스트'를 함께 시청한 윤종신은 "기 안 죽는 아웃사이더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조병규는 영화 '죽어도 다시 한번'(가제)과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 '찌질의 역사' 등에도 출연을 확정하며 논란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본업인 배우로서 인정받은 그는 이제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악마의 재능' 소유자라도 과거 논란을 연상시키는 학교폭력 소재 작품을 택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더불어 지금까지 학폭 논란 연예인들의 VOD 영상을 삭제하며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웠던 티빙은 앞으로도 'OTT가 논란 연예인의 컴백 수단이 되었다'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사용자들의 여론과 니즈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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