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전 세계에서 디즈니플러스의 리미티드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 1, 2화가 동시 공개됐으며 한국은 그보다 2주 가까이 늦은 6월 8일 공개됐다.
디즈니플러스나, 팬들이나 '만달로리안'의 성공에 눈이 멀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베일을 벗은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자가 복제와 영화 세트의 재활용, 엉성한 연출과 스토리, 공식 설정을 무시하는 진행으로 팬들에게 또다시 얼음 물을 끼얹었다.
■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 시작은 창대했으나
'오비완 케노비'는 은화 공화국의 최고 수상인 '쉬브 팰퍼틴'이자 포스의 어두운 면에 빠진 시스로드인 '다스 시디어스'에 의해 공화국이 제국으로 거듭난 후 10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타투인에 은거하며 아나킨 스카이워커, 다스베이더의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를 곁에서 지켜보고 보호하며 지냈던 이야기를 6부작 드라마로 제작했다.
스토리 자체는 팬들이 알고 있던, 상상해왔던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상상이 상상으로만 남는 것과 실체화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차이다.
사막에서 숨어 살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과거 전쟁 영웅의 몰락한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자 스타워즈 팬들은 숨을 죽였다. 차례로 익숙한 등장인물의 모습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다.
1화와 2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제국이,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다스베이더와 인퀴지터들이 오비완 케노비를 찾기 위해 베일 오르가나의 딸 '레아 오르가나'를 납치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딸을 되찾기 위해 베일은 오비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오비완은 마지못해 승낙하며 구조작전을 주도한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서 레아 오르가나가 노인인 오비완 케노비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모습과 초반 도입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
2편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에서 도심 시가지 하늘을 날아다니며 목숨을 건 아나킨과 오비완의 추격전과 흡사 닮아 있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인수 이후 자가 복제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사실 오마주를 하든, 자가 복제를 하든 상관없다.
콘텐츠는 재미있으면 장땡인데,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는 '재미'가 없다. 이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재미없고, 어떤 공식 설정을 파괴했는지 조목조목 짚어보려 한다.
■ 1편부터 5편까지, 반가운 건 둘째치고 곳곳에 '헛점'
1편에서 오비완 케노비를 이끌어낼 미끼로 베일 오르가나의 딸 '레아 오르가나'가 납치된다. 궁의 뒷산을 제 집 드나들듯이 누볐을 레아가 산의 지형에 익숙한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다.
하지만 그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제국에서 의뢰를 맡길 정도로 출중한 실력의 현상금 사냥꾼들이 레아를 납치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과 힘을 할애했다는 점은 제국이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없거나 제작진들의 연출이 게을렀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지루한 추격전은 무려 1분이나 지속된다.
2편에서도 1편과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이번 술래잡기의 술래는 오비완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지만 숱한 전쟁에서 살아남은 노련한 전략가이자 장군임에도 도망가는 레아를 좀처럼 잡지 못하는 모습에서 탄식이 절로 난다.
일부 팬들 역시 이 장면에서 아쉬움을 표하며 "차라리 레아가 포스 감응자여서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할 방향을 알았다는 식으로 표현됐더라면 납득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도심 시가지의 옥상에서 펼쳐진 도주씬과 총격전은 놀라울 정도로 긴장감이 없다. 카메라 워킹은 지극히 단조롭고 장면 편집은 뭉텅뭉텅 잘라 이어붙인 수준이다.
게다가 아나킨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엔딩 장면도 실망스럽다.
이렇게 버젓이,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서 아나킨이 '베이더'라는 이름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한 사실이 있는데도 마치 자신의 제자가 여태 죽은 줄 알았다는 연출로 전개된다.
물론 용암이 들끓는 무스타파 행성에 팔다리가 잘린 아나킨을 버려두고 왔으니 살았을 거란 생각을 못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황제의 오른팔로 활동한 베이더를 10년 동안 몰랐을 리 없다.
'오비완 케노비'의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 영화와는 다른 설정 충돌이 일어난 셈이다.
3편에서는 비밀 연락책과 소식이 닿아 접선지로 향하는 오비완과 레아의 여정을 담았다.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는 이들은 히치하이킹을 통해 수송선을 빌려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로 어이없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무리 레아가 제 나이 또래에 비해 당돌하고 똑 부러진다 하더라도 오비완 케노비는 그보다 40년 이상을 더 산 인물이다. 사막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곤 하나 인사도 못하는 덜떨어진 인물로 전락시키는 건 납득이 가질 않는다.
과거 조지 루카스는 당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알렉 기네스' 경에게 '오비완 케노비'라는 캐릭터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며 "우주의 간달프"라고 설득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로 오비완 케노비는 '현명한 스승'의 대표격이다.
레아를 영리하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제작진의 연출은 기존 캐릭터를 깎아내리는 영리하지 못한 방법을 택한 결과다. 이는 스타워즈 시퀄에서도 팬들에게 많은 반발을 산 연출이기도 하다.
한편 4화와 5화에서는 다스베이더와 오비완 케노비의 만남과 제국군 기지에 사로잡힌 레아를 되찾기 위한 잠입 미션이 펼쳐진다.
4화에서 이뤄진 다스베이더와 오비완 케노비의 만남은 에피소드4의 설정에 정면충돌한다.
사진과 같이 다스베이더는 자신이 오비완을 떠났을 때 아직 '제자(파다완)' 입장이었으나 이젠 마스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서 파다완을 졸업했으나 마스터 칭호는 받지 못했다.
베이더가 황제에게서 마스터 칭호를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오비완 케노비' 4화에서 옛 제자와 스승이 만나는 장면은 설정 충돌을 빚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이어진 5화에서도 아쉬움이 곳곳에 남았는데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품이 넓은 코트에 레아를 감추고 제국군 기지 한가운데를 누가 봐도 수상하게 활보하는 장면과 50대와 40대 나이의 배우들이 각각 30대와 10대를 연기한 장면이다. 이쯤 되면 연출진의 직무 유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면 '오비완 케노비'의 마지막 화가 방영된다. 어떻게 막을 내릴지 보다 어떻게 수습할지가 더 걱정이다. 부디 시즌제로 나아가질 않고 오리지널 시리즈에 집중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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