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복지사각지대, 노인문제를 고발하다. 윤여정의 '죽여주는 여자'

넷플릭스, 왓챠, 티빙, 카카오페이지 : 죽여주는 여자

황세림OTT평론가 승인 2022.06.15 07:00 의견 0

썸네일, 영화 <죽여주는 여자>포스터 (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OTT뉴스=황세림 OTT 평론가] 2022년 6월 15일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노인인구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노인들이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청년세대와 어우러질 수 있는 복지정책을 구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국가가 경제적, 심적으로 힘든 시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 또한 노인 계층이다.

연장선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노인 폭행률은 증가하고, 거리두기 속 요양원에서 고립되는 어르신들 문제들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6명이 노인 중 1명이 학대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점은 UN에서는 2006년에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제정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지정했다.

10년 사이 노인들의 방치와 학대가 문제라고 인식될 만큼 노인 인권 문제와 학대 사건이 빈번해졌다고 해석된다.

오늘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해 2016년 개봉한 '죽여주는 여자'를 리뷰하고,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노인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해당 작품은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40회 홍콩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해외에서도 극찬받았으며, 제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윤여정 배우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적나라한 한국의 노인 인권을 고발하며 배우 윤여정의 열연이 돋보인 '죽여주는 여자'는 넷플릭스, 왓챠, 티빙, 카카오페이지와 같은 다수의 OTT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새침하게 행동하는 소영, 영화 <죽여주는 여자> (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나이치고는 화려하게 꾸민 듯한 소영(윤여정 분)은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이다.

노인들 사이에서도 '죽여주는 여자'로 입소문을 얻으며 박카스들 사이에도 가장 인기가 많다.

어느 날 산부인과를 찾은 소영은 작은 소동에 휘말리고, 소동의 원인이자 피해자인 코피노 소년 민호(최현준 분)를 얼떨결에 자기 집으로 데려온다.

여기의 과거에 보았던 세비로 송(박규채 분)과 다시 재회하며 또 다른 사건에도 가담하게 된다.

◆ 입체적인 주인공 캐릭터

'죽여주는 여자'라는 제목은 비유적인 표현임과 동시에 실제 소영이 '조력자살'에 동참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목처럼 소영의 캐릭터도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타인들에게는 날이 선 태도와 말투로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민호가 경계를 풀고 안심할 수 있도록 푸근한 할머니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소영이 먼저 박카스를 권할 때는 한없이 친절하고 사근사근한 모습이지만, 반대로 먼저 다가오는 이들에게는 새침한 태도를 보인다.

삶 자체가 고단하고 박복하여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요양병원에 입원한 세비로 송을 찾아가거나 재우(전무송 분)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적이고 허탈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민호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소영, 영화 <죽여주는 여자> (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 새로운 해석, 구원자 소영

단순하게 작품과 인물을 해석하자면 주인공 '소영'은 그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살아가는 가난하고 늙은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가장 낮은 곳에 살아가는 '구원자'로서의 모습을 소영에게서 보았다.

'어떤 이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가 하는 말이 아닌 행동을 보라'라는 말처럼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건이 전개되는 결정적인 소영의 선택들은 모두 이타적이고 고통을 벗어나게 해주는 행위이다.

아버지에게 부정당하는 코피노 소년 민호의 비극, 움직이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한 세비로 송의 비극, 치매 환자 종수의 비극까지

결국 소영은 누군가의 고통을 해소하거나 덜어주는 절대적인 인물로 보이며 그녀는 작품 내에서 비극의 구원자의 역할을 해낸다.

소영의 환경과 이웃 또한 마찬가지인데, 실제의 사회에서는 대다수는 '다름'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티나, 도훈, 민호와 여행을 떠나 소영, 영화 <죽여주는 여자> (사진=다음 영화). ⓒOTT뉴스


집주인이자 트렌스젠더인 티나(안아주 분), 장애를 가진 청년 도훈(윤계상 분)과 외국인 노동자까지 소영의 이웃들은 세상에서 소외당하고 편견 받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비아냥대거나 무시하기보다 일상에서 서로를 도우며 삶의 빈 곳을 채워나간다.

6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노인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그들에게 '죽음'이 아닌 '삶'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10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9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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