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작은 창대하지만 그 끝은 미약한 영화, '쿠폰의 여왕'

왓챠 익스클루시브 : '쿠폰의 여왕'

정수임OTT평론가 승인 2022.06.06 07:30 의견 0
영화 '쿠폰의 여왕' 포스터(사진=다음영화). ⓒOTT뉴스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는 몇 차례 나에게 '착한 상'이라는 상을 줬다.

그때는 그 상이 무척이나 멋져 보였다.

어릴 적에는 "너 참 착하다, 바르다, 모범생이구나" 등이 최고의 칭찬이자 미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착하다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아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착한 것'과 '선한 것', 그리고 '우유부단한 것'과 '자기 주관이 있는 것'을 구분해나가기 시작했다.

바르고 성실하게만 살아온 인생에서 주인공이 크고 작은 일탈을 벌이는 영화 '쿠폰의 여왕'이 극의 초반 조금 남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다.

왓챠 익스클루시브이자 신작으로 공개된 영화 '쿠폰의 여왕'은 쿠폰으로 백만장자가 된 여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코미디다.

◆ 공짜 쿠폰으로 백만장자, 이게 되네?

영화 '쿠폰의 여왕' 속 쿠폰 사기극에 성공한 두 사람(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전업주부인 주인공 코니(크리스틴 벨 분)는 세제, 화장지, 시리얼 따위를 사 모으는 것이 생활 습관이 됐다.

전직 경보 금메달리스트였으나 시험관 시술을 몇 차례 실패한 이후 강박증처럼 쿠폰으로 물품 모으기에 열을 올리게 된 그녀.

코니에게는 유일한 삶의 낙은 쿠폰을 모으는 것이다.

코니의 남편 릭(조엘 맥헤일 분)은 "지금 당신은 쿠폰으로 상실감을 채우려는 거야. 이 방 바깥으로 나가 봐, 어디 취직이라도 해"라는 충고를 던지고 장거리 출장을 떠난다.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는 코니에게서는 왜인지 모를 무기력함과 좌절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가 슬럼프를 이겨낼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쿠폰으로 상실감이 아닌, 통장 잔고를 채우는 것!

이는 우연히 상한 시리얼을 먹고 항의 메일을 쓴 이후 업체의 사과문과 함께 시리얼 한 박스 무료 쿠폰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니는 이를 계기로 성실하게 규칙을 지켜서 살아봤자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치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다.

코니는 "푼돈을 잘 굴리면 큰돈이 굴러 들어오는 법이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친구 조조(커비 하월 바티스트 분)와 대대적으로 '빼돌린 위조 쿠폰 판매업'을 시작한다.

이 소박해 보이면서도 거대하고 화끈한 작전은 이들을 진짜 백만장자로 만들어줄 기세다.

◆ 받아라, 유쾌한 미국식 개그! 하지만 그 재미는?

영화 '쿠폰의 여왕'에서는 엉뚱한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사진=다음영화). ⓒOTT뉴스

영화가 유쾌함을 전하는 방법은, 코니와 조조의 계획이 늘 어딘가 하나가 빠진 듯한 엉뚱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쿠폰으로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거창한 포부로 사업을 시작한 코니와 조조.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벌어들인 수익을 세탁하는 게 무서워 쩔쩔매거나, 또 다른 공범의 연락이 닿지 않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등을 통해 그들의 엉뚱함이 직설적으로 표현된다.

그뿐만 아니라 코니의 위조 쿠폰 판매업을 조사하러 나온 '우편 검열국 직원' 사이먼(빈스 본 분)과 '마트 손실 방지 전문가' 켄(폴 월터 하우저 분) 역시 유사한 캐릭터 성을 지닌다.

이 사건을 희대의 살인 사건인 양 심각하게 몰입하는 켄과 심드렁하게 조사를 진행하는 사이먼, 극과 극의 이들이 보여주는 끊임없는 티키타카도 만만치 않다.

주인공부터 조연까지 누구보다 자신의 존재와 임무에 과몰입해 있는 독특한 괴짜들의 활약이 관객에게 재미를 준다.

또 중간중간 나타나는 언어 개그와 과장된 캐릭터, 심각한 상황에 깔리는 코믹한 배경음악 등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 요소를 배치했다.

이처럼 영화는 진행 내내 라이트한 코미디로 줄거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한 때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는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는 않는 듯하다.

복잡함 없이 가볍게 즐길 킬링타임용 영화가 필요하다면 추천, 그렇지 않다면 굳이 추천하진 않을 것 같다.

영화 초반에 기대했던 거창한 쿠폰 사기극과 주인공의 일탈은, 전개될수록 기대보다 훨씬 미적지근하다.

인물들이 인생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장면도 곳곳에 등장하는데 다소 언밸런스해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보다 쿠폰에 진심인 이들의 범죄 코미디, '쿠폰의 여왕'은 왓챠 익스클루시브로 왓챠에서 만날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5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5

→ 평점: 5.4

영화 '쿠폰의 여왕' 등급분류정보(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OTT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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