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성세대' 곽도원과 'MZ세대' 윤두준의 '구필수는 없다'

seezn(시즌) 오리지널ㆍ넷플릭스: '구필수는 없다'

정수임OTT평론가 승인 2022.05.30 11:51 | 최종 수정 2022.05.30 20:25 의견 0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 포스터(사진=KT 스튜디오 지니). ⓒOTT뉴스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하여튼 요즘 애들은 참", "네, 다음 꼰대~"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말들이다. 연령, 젠더, 계층 등 우리 사회 내에서 갈등은 늘 존재한다.

일련의 갈등과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면서, 사회는 발전하고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2030 MZ세대와 4050 기성세대 간 세대별 갈등을 향한 주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두 세대가 함께 모인 회사 조직에서, 서로 간의 인식 차이로 발생하는 일화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세대 갈등과 극복은, 휴먼 코믹 드라마이자 KT의 OTT 플랫폼 seezn(시즌, 이하 시즌)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구필수는 없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극을 이끄는 두 캐릭터는 '가족은 있지만 집 없는 남자' 구필수(곽도원 분)와 '아이템은 있지만 돈이 없는 남자' 정석(윤두준 분)이다.

작품을 살펴보면, 40대 중년과 20대 청년을 대변하는 두 사람의 인생은 결이 유사한 듯 다르고, 또 다른 듯 닮아있다.

한때 잘나가거나 촉망받는 시기가 있었고, 더 잘될 거라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둘 모두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갖가지 좌절을 맛보는 중이다.

'구필수는 없다' 속 고군분투하는 구필수와 정석(사진=seezn 캡처). ⓒOTT뉴스

구필수는 속옷 회사 최연소 지점장에 택견 선수 출신이라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였으나 지금은 세 식구의 가장으로 치킨집을 운영한다.

줄어드는 손님과 전세살이의 설움은 그의 삶을 갈수록 팍팍하게 만든다.

맞벌이하는 아내와 중학생 아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며 마음 한쪽에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정석은 논리적이고 명석한 두뇌와 아이디어를 지닌 인물이다.

IT 스타트업계의 손흥민을 꿈꾸며 야심 차게 앱 '동네친구 24'를 개발했으나, 쉽지 않은 투자유치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잘나가던 사업가 아버지 덕에 걸어온 꽃길은 아버지의 실패와 절친한 친구의 배신으로 가시밭길이 됐다.

정석이 바라는 '동네친구 24'의 가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연결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앱을 잘 쓰고 있다거나 마음 맞는 동네친구를 만나 참 좋다는 이용자의 한 줄 리뷰는 그를 기운 나게 한다.

구필수도 특유의 긍정 마인드와 살가운 친화력을 가진 인물이다.

"허허"하는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고, 위기에 빠진 천만금(박원숙 분)을 구해줄 정도로 잔정이 많다.

'구필수는 없다'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케미(사진=seezn 캡처). ⓒOTT뉴스

이처럼 사람 간의 만남과 관계를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정석의 입장에서는 필수의 말이 그저 꼰대처럼 들리고, 필수의 시선에선 정석의 행동이 철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래와 같은 인물의 대사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구필수는 정석에게 "서울대 컴공? 답답해라, 답답해. 그럼 대기업에 취업해야지. 대기업에 취직해 봐, 얼마나 안정적이야? 월급도 왕창 나오지, 저녁도 주지, 야근 수당도 주지"라며 조언한다.

그만하라는 정석에게 "야 인마, 어른이 얘기하시는데 뭐가 됐어, 뭘 그만해?"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정석은 구필수의 '대기업 찬양'에 "어른들은 왜 그렇게 대기업을 찬양해요? 그냥 회사 노예로 사는 거 아닌가? 워라밸은 꿈도 못 꾸지, 저녁 있는 삶도 없지"라며 반박한다.

더불어 구필수의 '어른' 소리에는 "나이만 먹으면 다 어른인가? 꼰대들이 할 말 없으면 나이 따져, 얘기를 하지 말아야지"라며 진저리 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사람을 찾기 위해 무한 잠복과 전단지 등 직접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구필수와 SNS 형식의 앱으로 소통하는 정석의 모습을 통해 두 세대의 각기 다른 사고방식도 엿볼 수 있다.

이후 일련의 사건을 통해 두 사람은 천만금의 집에서 살며 '담보 돌려주기 프로젝트'를 함께한다.

처음엔 각자가 원하는 집과 투자를 받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필수와 정석은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는 단순한 목적 달성을 넘어, 세대 간 갈등을 극복하고 간극을 좁히는 양상이 담겨있다.

특히 왜 지난 과거에 매달리느냐던 정석이 아이의 추억을 찾아주는 일에 함께하며 소중함을 깨닫는 장면과 앱으로 무슨 친구를 만나냐던 구필수가 동네친구24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발적 홍보에 나서는 장면은 '구필수는 없다'가 전하고자 하는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의 메시지를 녹인 대목이다.

현실의 세대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말하지 않으면 마음을 알 수 없고, 노력하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요즘 애들'과 '꼰대'는 어쩌면 단단한 소통의 부재와 오류가 만들어낸 우리의 선입견일지 모른다.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구필수와 정석으로 분한 곽도원, 윤두준의 호흡이 빛을 발한다.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부터 인물의 감정 변화까지, 세심하게 캐릭터를 구축하며 재미와 감동을 이끄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세대 공감 힐링 스토리 '구필수가 없다'는 본격적인 국내 OTT 시장 공략에 나선 KT 시즌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시즌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22시 30분에 공개되며, 넷플릭스에서도 함께 만날 수 있다.

◆ OTT 지수(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8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5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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