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야? 드라마야? 연출이 예술인 사극, '붉은 단심'

웨이브 : '붉은 단심'

이정현OTT평론가 승인 2022.05.28 07:00 의견 0
붉은 단심 메인포스터 (사진=KBS2). ⓒOTT뉴스

[OTT뉴스=이정현 OTT 평론가] 사극의 열풍이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퓨전 사극부터 정치 로맨스 사극 등이 이미 방영됐거나 방영 중, 그리고 방영 예정이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붉은 단심'은 첫 방영 때부터 수려한 영상미와 묵직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연출이 예술 한다'는 말까지 나오며 지금까지 국내 방영된 그 어떤 사극 드라마보다 뛰어난 영상미를 선보인다.

전국의 경치 좋은 명소를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국내에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던가? 저기가 어디지?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로맨스보다는 정치 사극에 더 가깝다

영상미에 진심인 이 드라마는 기존 로맨스 사극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기획의도에 따르면 '붉은 단심'은 왕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내쳐야 하는 남자 이태(이준 분)와 자신의 사람들과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중전이 되려는 여인 유정(강한나 분)이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는 핏빛 정치 궁중 로맨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8회까지의 내용을 보면 두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보다는 이태와 박계원(장혁 분), 박계원과 유정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볼 수 있는 묘수와 권모술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반정 이후 왕위에 오른 선종(안내상 분)의 적장자 이태가 의도하진 않았으나 왕세자 시절 인영왕후(우미화 분)와 왕세자빈이었던 유정의 가문을 희생시켜 결과적으로 왕이 됐고, 이후 이태는 왕권 강화를 위해 반정공신 좌의정 박계원(장혁 분)과 팽팽한 정치 대결을 펼친다.

중전이 죽자 태는 박계원과 함께 반정을 주도했던 병조판서 조원표(허성태 분)의 여식 조연희(최리 분)에게 접근해 외척으로 삼으려 판을 짠다.

그런 태의 움직임을 알아챈 박계원은 그가 매달 궁밖에서 만나던 유정의 진짜 신분도 모른채 자신의 질녀로 삼아 중전으로 만들려 한다.

유정은 한때 왕세자빈이었고 박계원이 인영왕후의 시해 누명을 씌워 멸문지화시킨 사림파 유학수(조승연 분)의 딸이었다.

이 사실은 유정이 박 씨 성으로 숙의가 된 후 왕인 이태에게도 좌의정 박계원에게도 불리 자충수가 되고 만다.

유정은 왕세자빈으로서 죽을 뻔하다 이태에 의해 겨우 궁 밖으로 도망쳐 살아남았고, 이후 죽림현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왔었다.

그런 죽림현 사람들을 인질로 한 박계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전이 되려 하면서 그녀 또한 박계원과 치열한 계략 싸움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 궁중 암투의 과정을 다루는 점에서는 정통 사극에서의 그것과도 유사하지만,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과 두 주인공이 정적으로 만나는 운명을 그린 서사는 트렌디한 로맨스 사극과 닮아있다.

◆ 이태와 유정의 연인 케미 부족

박계원의 계략으로 궁에서 정적으로 만나게 된 이태와 유정(사진=KBS2 유튜브 캡처). ⓒOTT뉴스

정치적 요소가 부각되기는 하지만 일단은 로맨스를 다루는 드라마이기에 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필자 눈에는 이태와 유정의 캐릭터에서 상호 간의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의 감정선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유정이 궁 밖으로 도피한 이후 두 사람이 7년 동안 보름마다 만나왔다는 설정만 보여줄 뿐, 사랑을 싹 틔우는 과정이 생략된 점은 아쉽다.

궁에서 정적으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요 서사다 보니 7년간의 시간이 삭제된 점은 이해하지만, 설레고 두근거리는 연인 케미 역시 부족해 보인다.

이태는 이태대로 유정은 유정대로 박계원은 박계원대로 그리고 박계원을 연모하는 대비 최가연(박지연 분)은 최가연대로 각자의 역할에 매몰되어 감정을 폭발적으로 분출하기만 할 뿐 한데 아우러지는 느낌은 없다.

◆ 영상미는 그 어떤 사극보다 수려하다

붉은 단심 1회 엔딩 이태와 유정이 만나는 낙화놀이 장면과 7회 박계원이 연못에 빠지려는 대비를 구하는 장면 (사진=KBS2 공식 유튜브 캡처). ⓒOTT뉴스

서두에도 밝혔듯 이 드라마는 시각적인 영상미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 같은 화면에 배우들이 위치한 구도며, 배경으로 쓰인 소품과 장소, 한국 사극에서 보기 드문 겨울 누빔 한복 등이 카메라에 아름답게 담겼다.

특히 1화 엔딩을 장식했던 경남 함안군 무진정 낙화놀이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겠고, 7화 연못에 빠지는 대비를 박계원이 구하는 장면을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초고속 카메라 슬로모션으로 처리한 점도 꽤 인상 깊다.

이런 멋진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제작진의 기대치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 8회가 6.6%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제작발표회 당시 내건 시청률 목표 20%에는 한참을 못 미친다.

극은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남은 후반부에서 과연 목표치의 절반인 10%의 시청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영화 같은 영상미와 미장센이 돋보이는 정치 로맨스 사극 '붉은 단심'은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5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5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6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8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8

→ 평점: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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