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흰 양들 속 검은 양을 찾아라, '검은 양 게임'

웨이브: '검은 양 게임'

강지우OTT평론가 승인 2022.05.24 11:29 의견 0
'검은 양 게임' 포스터(사진=SBS). ⓒOTT뉴스

[OTT뉴스=강지우 OTT 평론가] 재밌다. 그냥 재밌다. 다음 화가 시급하다. 이건 몰아봤어야 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도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별로 새로운 것도 없고, 엄청나게 특별한 것도 없는데... 묘하게 빠져든다!

아직 2화까지만 공개된 예능 프로그램 '검은 양 게임' 리뷰를 서둘러서 하는 이유는, 이 재미를 한 명이라도 더 함께 즐겼으면 해서다.

마피아 게임의 짜릿함을 좋아한다면, 또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검은 양 게임' 리뷰를 시작한다.

◆ 추리게임, 근데 이제 나름의 철학을 곁들인

진행자 Mr. X(배우 김남희 분)의 모습(사진=SBS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

'검은 양 게임'이 재미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이 프로그램, 대체 뭐지?" 싶다는 것이다.

어딘가 고전 맞선 프로그램 '짝'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러브라인 추리 예능 '하트시그널'스럽기도 하다.

또 어느 순간에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포인트가 생각나기도 하면서, '더 지니어스'와 같은 게임 예능과 비슷한 연출도 잘 버무려져 있다.

위에서 마피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과 '스위트홈'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흰 양 속의 검은 양을 찾아야 하는 '마피아 게임'의 룰을 따른다.

A부터 H까지 총 8명의 참가자 속에 두 명의 '검은 양'이 숨어있다.

이 두 '검은 양'을 모두 찾아내면 흰 양의 승리이고 '검은 양'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검은 양'의 승리다.

속고 속이고, 누군가를 죽이고 살려내고, 끊임없이 상대방을 파악해야 하는 마피아 게임의 룰에 따라 '희생양'이 결정된다.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도 의심의 싹이 자라나는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저마다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친다.

2화까지 공개된 지금 벌써 한 명의 '검은 양'이 공개됐는데, 정체를 알고 나니 더욱 양들의 행동에 소름이 돋는다.

'나만 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으면 된다'는 인간의 이기적인 심리가 이 게임에서도 여실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프로그램에 매력을 더하는 자막과 편집, 그리고 출연진

'검은 양 게임'의 참가자들(사진=SBS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

추리 게임 예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들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까?"가 아닐까.

꽤 빠르게 중요 인물인 '검은 양'을 공개했는데도 '검은 양 게임'을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참가자들에게 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심리와 상황이 너무나도 사소한 이유로 급변해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히 몇 분 전 까지만 해도 과반수가 G를 의심했는데, 막상 2화에서 희생양이 된 인물은 H이다.

타임라인을 살짝씩 뒤바꾸며 시청자로 하여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편집 덕분에 3화가 시급하다.

더불어 출연진 각자의 매력이 뚜렷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 속에서 나 홀로 '하트시그널'을 찍는 것만 같은 출연자 C가 독특한 재미를 준다.

모두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살펴보면, 서로를 견제하던 출연자들 속에서 C의 자막에만 하트투성이다.

이렇듯 어딘가 순진하고, 맹하고, 절대 의심스럽지 않아 보이는 C의 촉은 의외로 정확해 가끔 소름을 불러일으킨다.

벌써부터 앞으로 펼쳐질 C의 활약이 기대된다.

더불어 긴장되는 상황을 금세 풀어주며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맺는 출연자 E의 매력도 뚜렷하다.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필자조차 이 E를 알고 있을 만큼 핫한 인물인데, 그 매력을 이 예능에서도 아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스위트홈'에서 엄청난 칼부림 실력으로 든든한 지킴이 포지션을 맡았던 정재헌 역의 배우 김남희가 게임의 'Mr. X' 맡았다는 것이 신의 한 수다.

배우 김남희의 차분한 목소리와 내레이션이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한층 더 잘 살아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더 자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아직까지는 출연자 중 크게 비호감인 행동을 한 사람이나 '빌런' 같은 면모를 내비치는 사람은 보지 못했기에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

◆ 넘어서지 못한 '공중파의 벽'

은밀히 대화하는 참가자 D와 E(사진=SBS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

이렇게 계속해서 칭찬만을 늘어놨지만, 역시 아쉬운 점도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공중파치고는 꽤나 수위가 있는 편이다.

게임 참가자들이 흡연실에서 몰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여과없이 나오거나, 비속어도 거르지 않고 나온다.

아무래도 참가자들이 흡연을 하며 게임에 대해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기도 하고, 비흡연인은 이 대화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게임의 흐름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프로그램이 OTT 자체 제작 예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숨길 순 없다.

만약 그랬다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골라야 하는 게임 속에서 조금 더 긴박하고, 진지하고, 날 것 그대로의 찰진 말들이 오가며 재미를 증폭시켰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중파 예능'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매운맛' 마피아 게임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아직까지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넘나드는 긴박한 편집과 빠르게 변화하는 심리 싸움만으로도 다음 화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추리 게임 예능 '검은 양 게임'은 웨이브에서 지금 바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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