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경수 OTT 2기 리뷰어] 지금까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혼'은 선뜻 꺼내기 어려운 주제였다.
이혼 경력이 있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 마련이고, 이혼 사유에 대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도 대세가 되고 있다.
이혼남녀 연애 예능 MBN '돌싱글즈', 이혼 부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그리고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 관찰 예능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그 중, "이혼 부부의 새로운 관계를 조명한다"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제작된 '우리 이혼했어요 2'는 어떻게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는지 알아보자.
◆ 이혼 부부, 다시 만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이혼했어요'(이하 우이혼)는 가상 결혼 생활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를 패러디했다.
선남선녀 연예인의 달콤한 신혼 생활을 보여준 '우결'과 달리 '우이혼'은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현실적인 이혼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이혼'의 주요 흐름은 이혼한 출연진들이 2박 3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살거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귀다 헤어진 커플도 서로 마주 앉기 쉽지 않은데, 심지어 결혼까지 갔다가 이혼한 두 남녀가 다시 같은 공간에서 살고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도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다.
이혼한 두 사람이 왜 출연을 결심하게 됐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다시 어떤 관계를 추구하는지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예능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 결혼과 이혼의 현실
물론 헤어진 부부가 몇 년 만에 다시 만났다고 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만은 않다.
결혼 생활 7년, 이혼 2년 차 '일라이-지연수 커플'은 처음 등장부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현역 아이돌 가수와 레이싱 모델로서 만난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혼으로 끝난 두 사람의 재회는 그리 반갑지 않았다.
고부갈등을 언급하며 결혼 생활의 현실과 어려움을 얘기하는 지연수의 말을 들으면 연애와 결혼이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혼'을 쉽게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결혼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정도다.
한편 결혼 생활 24년, 이혼 7년 차 '나한일-유혜영 커플'은 이혼 부부답지 않게 설렘을 유발하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화제가 됐다.
중년 커플이 보여주는 서로에 대한 느긋한 여유가 어딘지 모르게 두 사람의 재결합을 응원하게 만든다.
이 커플 역시 왜 결혼 생활 동안 서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는지 이야기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놓는 토크를 통해 각 커플의 솔직한 이혼 사유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이다.
출연진들이 왜 이혼할 수밖에 없었는지, 두 사람은 왜 결혼과 이혼을 후회하는지, 과연 재결합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프로그램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 이미 정해진 결말?
아쉬운 점은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있다.
이혼 부부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준다는 게 바로 '우이혼'의 기획 의도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연출이나 프로그램 흐름을 보면 결국에는 재결합으로 결말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
처음에는 다투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출연진이 결국에는 화해하고, 재결합을 논의하는 식의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프로그램 특성상 두 사람이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재결합이 정말로 두 사람의 진심이 담긴 선택인지, 아니면 제작진이 짠 대본에 따른 선택인지가 의심스럽다.
이혼 부부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면, 단순한 재결합으로 끝나는 것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이혼'에 출연한 커플들이 모두 뻔한 결말을 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결혼과 이혼의 현실을 보여주는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2'는 웨이브, 넷플릭스, 왓챠, 티빙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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