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정현 OTT 2기 리뷰어]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까?
물론 극히 일부는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남녀 사이에 우정은 존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제아무리 오래된 소꿉친구라도 어느 한 쪽이 이성의 감정을 갖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한 집에서 2주나 함께 있으면서 함께 술 마시고 일까지 한다면 어떨까?
둘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이 과연 우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쪽은 말도 못 한 채 끙끙거리며 가슴앓이 하는 짝사랑 중인데, 나머지 한쪽은 연인처럼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지만 '친구'라는 말 한마디로 선을 그어버리며 눈치 없는 '척' 할 뿐이다.
바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운드트랙 #1'의 두 주인공의 모습이 이렇다.
지금까지 남녀가 우정 관계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스토리의 드라마와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다소 진부한 소재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트랙 #1'은 세련된 아날로그 감성을 담담하게 담아내며 차별점을 뒀다.
한선우(박형석 분)의 직업이 필카만 고집하는 사진작가라는 점, 이은수(한소희 분)가 와인보다는 막걸리를 선호한다는 점, 선우가 은수에게 우정이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을 뽑기 인형으로 전하려했던 점, 은수가 작사 작업을 노트에 필기로 하는 점,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난 꽃 스토크(비단향꽃무)를 서로에게 선물하는 장면 등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더불어, 드라마의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처음부터 뮤직드라마로 기획 및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에 매 회 4곡 이상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드라마 자체가 뮤직비디오의 확장판인 셈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에게는 노래가 그다지 쏙쏙 들어오는 느낌은 아니어서 딱히 뮤직비디오 확장판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디즈니플러스의 자체 서비스 정책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큰 요소가 됐다.
드라마 '사운드트랙 #1'은 겨우 4부작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일주일에 한 회씩 공개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지금이야 드라마가 완결됐으니 한 번에 정주행이 가능하지만, 매주 한 회씩 공개될 시점에는 캐릭터의 감정을 연속적으로 연결짓기 어려웠다.
특히 주인공 은수가 선우에게 느끼는 감정이 '우정'이 아닌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장면들에서 감정선이 한번에 연결되지 않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너무 흔한 전개 또한 시청자의 아쉬움을 배가시켰다.
특히 선우가 은수의 곁을 오랜 시간 떠난 후, 은수가 선우에 대해 그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을 우정으로 포장한 채 지내왔음을 깨닫는 전개와 고심 끝에 사랑을 잡으려고 결심하는 과정들은 너무 클리셰를 답습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 드라마에서 빛나는 건 배우 한소희뿐이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연령대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소희는 '이은수'라는 캐릭터에 아주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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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플러스 '사운드트랙 #1' 한소희 "캐릭터 싱크로율 90%" 자신감
그동안 강하고 독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녀에게 이렇게 천진난만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찬란하게 빛나던 한소희의 모습과 배우 박형식의 '케미스트리'도 나쁘지 않았다.
20년 지기 절친이 줄다리기 하듯 우정과 사랑 사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로맨스 뮤직 드라마 '사운드트랙 #1'은 오직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 (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4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5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6
→ 평점: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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