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치밀한 오컬트? 휴먼 좀비물에 그친 '괴이'

티빙 오리지널: '괴이'

박다희 승인 2022.05.02 11:02 의견 0
티빙 오리지널 '괴이' 포스터(사진=티빙). ⓒOTT뉴스

[OTT뉴스= 박다희 OTT 평론가] 어느 한마을에서 정체 모를 고대 불상이 발견된다.

악귀 들린 불상의 발굴을 만류하는 스님들에도 불구하고 그 마을 진양군에 새로 부임한 진양 군수(박호산 분)는 불상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겠다며 기어코 땅에 묻혀 있던 귀불을 파헤쳐낸다.

그것도 모자라 눈 부분에 씌워져 있던 천을 벗겨내고 이 불상을 군청 로비에 전시한다.

마을에 이상한 일이 생긴 건 그때부터다.

정체 모를 검은 비가 내리거나 이상한 모양의 우박이 떨어지는 등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결계가 해제된 불상의 눈을 마주하게 된 사람들은 환각에 사로잡혀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지면서 결국 무차별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진양군에는 딸을 잃고 별거 중인 고고학자 기훈(구교환 분)의 아내 수진(신현빈 분)이 살고 있다.

괴이한 현상을 인지한 기훈이 수진을 구하기 위해 아비규환이 된 진양으로 향한다.

이처럼 '괴이'는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불상의 저주에 현혹된 사람들과 전대미문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고고학자의 이야기이다.

공개 전부터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며 기대감을 증폭시킨 바 있다.

이에 지난 29일 티빙에서 6회 전편이 공개됐으며, 한 회 당 약 30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3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어 몰아보기에 적절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 시작은 오컬트였으나 결국은 신파 좀비물

원귀가 들러붙은 귀불의 저주로 진양군은 아수라장이 된다(사진=티빙 유튜브 캡처). ⓒOTT뉴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영화 '부산행', 드라마 '방법', 넷플릭스 '지옥' 등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가며, 믿고 보는 '연니버스'를 탄생시킨 연상호 감독.

그의 극본 참여만으로도 '괴이'는 큰 화제성과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주제 의식이 담긴 그의 전작 '지옥'을 무한 감탄하며 본 필자였기에 '괴이'에 대한 기대감 역시 상당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괴이'는 짧은 러닝 타임 속에서 너무 많은 인물들의 서사를 우겨넣어 길을 잃었으며, 이제까지 나온 '좀비물'의 클리셰를 단순히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서 진양군은 귀불에게 현혹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발생하게 되자 특별 재난지역으로 봉쇄되고, 그 마을에 살던 수진을 비롯한 생존자들은 진양군청 안으로 들어가 바리케이드를 친다.

좁은 공간에 갇혀 사건이나 인물 간의 갈등이 벌어진다는 점은 광인병 바이러스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을 다룬 '해피니스'나 좀비 바이러스로 학교에 갇힌 학생들의 생존기 '지금 우리 학교는'을 떠올리게 하며 새로움을 주지 못했다.

◆ 아쉬운 캐릭터 플레이

고고학자 기훈과 문양 해독가 수진(사진=티빙). ⓒOTT뉴스

주인공 기훈 역을 맡은 구교환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으나, 캐릭터가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다.

기훈이 불교 고고학 분야에서 촉망받은 연구자인 만큼 기이한 현상들의 원인을 파악해가고 그에 따라 위기를 대처하고 해결해 가는 지점이 부각되었다면 몰입감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진양으로 향하지만 막상 그의 능력이 발휘되는 지점이 설탕이나 진흙을 이용해 부적을 쓰고, 물 적신 잡지를 이용해 불상의 눈을 가리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캐릭터가 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훈의 아내 수진도 실력 있는 문양 해독가지만 눈앞에서 딸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마음에 지옥을 안고 사는 인물로 그려지다 보니 극중 내내 딸에 대한 환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만 부각된다.

수진과 기훈이 보다 빨리 만나 공조해서 상황을 해결해나갔다면 어땠을까.

좀 더 빨리 딸을 잃은 서로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극복할 힘과 용기를 얻었다면 이 작품의 주제적인 측면과 마지막 결말이 더 와닿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설득력을 잃은 악인이나 답답한 '고구마' 같은 몇몇 조연 캐릭터들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결국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한 독창적이고 치밀한 오컬트 스릴러를 기대하게 했던 '작품이 그저 신파에 기댄 억지스러운 휴먼 좀비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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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작들의 작품성이 인정받아왔던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 구축 및 연출 능력에 한껏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괴이'는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와 '불교 고고학'이라는 참신한 설정은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콘텐츠 재생 버튼을 누르게 할 것이다.

짧은 러닝 타임으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티빙 오리지널 '괴이'는 오직 티빙에서 만나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6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3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4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3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3

→ 평점: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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