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수진 OTT 평론가] 지난 26일 강원 양구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산불이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봄과 함께 찾아온 산불 문제는 벌써 두 달여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동해안 지역은 꺼지지 않는 산불과 지난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3월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원도 삼척까지 번지며 서울의 3분의 1 면적의 숲을 태웠다.
여기에 한울 원자력발전소와 삼척 LNG 생산기지 인근이 포함돼 지역 주민들은 2차 재해의 공포에 떨었다.
그 외 경기도 하남, 춘천시 남산면, 전남 보성군 겸백면, 경북 군위군, 전남 화순군 등도 산불 피해를 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형 산불이 잦은 이유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50년 만의 극심한 겨울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산불을 키웠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지표면의 습기가 증발해 토양이 건조해진다. 겨울철 마른 초본과 건조한 토양이 '연소재' 역할을 해 불길이 더욱 쉽게 번진다.
실제 2021년 겨울 강수량(13.3mm)은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특히 울진과 강릉, 동해, 삼척 지역의 2월 평균 강수량은 약 6.3mm로 10년 전(2012년) 같은 달 51.8mm와 비교하면 12.2%에 불과하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초대형 산불이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00년까지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 변화가 인류의 미래를 단축하고 있는 셈이다.
인류의 내일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그 답을 다큐멘터리 '내일'에서 찾아봤다.
◆ D-20년, 지구와 인류의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생물학자 리즈 해들리와 고생물학자 토니 바르노스키는 급속한 지구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인구가 급증해 생물 다양성이 파괴됐으며, 몇십 년 안에 인간이 살기 어려운 기온에 다다를 거라는 것이다.
두 학자는 20년 안에 지구의 변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다큐 '내일'이 ▲도시농업 ▲에너지 ▲경제 ▲민주주의 ▲교육 등 5개 키워드로 인류의 내일을 논한다.
(1) 도시농업
다큐 '내일'은 자연 파괴 원인 중 하나로 높은 대규모 산업형 농업을 지목했다. 산업형 농업은 가축 사료나 바이오 원료에 쓰이며 넓은 면적의 숲을 벌목하고 살충제를 대량 사용해 환경을 오염시킨다.
다큐 '내일'은 지속가능한 시대의 농업으로 도시 인근의 소규모 농업을 제시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집중돼 먼 농촌에서 농산물을 배송할 시 심각한 환경 오염과 과다 비용이 발생한다. 이때 도시 인근에 소규모 농업을 진행하면 오염 물질 배출 감소는 물론 도심의 이산화탄소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자연의 공생을 활용해 농작물을 기르는 '퍼머컬쳐' 또한 좋은 대안이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물을 덜 먹는 토마토와 바질을 함께 심되 햇빛이 필요한 토마토는 위로, 그늘을 견디는 바질은 아래로 배치한다. 강한 바질 향 덕분에 토마토는 병충해도 막을 수 있다.
(2) 에너지
화석 연료 기반으로 성장해온 대기권은 이산화탄소로 가득 찼다. 메탄 이산화질소가 지구에 태양열을 가두며 지표면의 온도를 높이고 극심한 기후 변화를 일으킨다. 기후변화의 무서운 점은 지구의 물 주기를 바꿔 가뭄, 집중 강수, 폭설 등 인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자연재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환경 선진국은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친환경 에너지를 적극 활용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지역 주민의 투자를 받아 풍력발전을 운영하고 대가로 6~7%의 수익을 돌려준다. 또한 시민의 67%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며 이를 2025년까지 75%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쓰레기의 약 80%를 재활용하며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활용한다.
(3) 경제
지구를 파괴하지 않으며 경제를 성장시키는 건 불가능할까?
다큐 '내일'은 지속가능경영의 선진 모델로 프랑스의 봉투회사 포셰코를 소개한다.
이들은 원료를 새로 채취하지 않고 기존의 폐기물에서 최대한 재활용해 자원을 순환시키고, 새로운 나무 한 그루를 베어야 할 경우 대신 나무 4그루를 심는다.
화폐 경제에서도 '순환'이 강조된다. 지역화폐는 부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 생태계를 역할을 한다.
서로가 소비자이자 판매자로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며 특히 경제위기를 맞은 지역 회생에 효과적이다.
(4) 민주주의와 교육
민중이 정치에 무관심할 때 국가 사안은 보다 이기적으로 결정된다.
과거 텍사스주에서 지속가능한 재생 에너지 관련 토론 행사가 열린 바 있다.
텍사스는 석유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지역으로, 대부분 지속가능 경제를 위해 돈을 더 지불하고 싶지 않아 했다. 이후 시민들을 추첨해 다시 토론한 결과 풍력발전기 설치에 동의하는 수가 크게 늘었다. 만약 소수의 정치인끼리 이 사안을 결정했다면 실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시민교육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선진적인 모델은 북유럽 국가들로, 북유럽 국가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평등'과 '공존'을 배우며 개인과 각 공동체가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걸 배운다.
◆ 자원도 환경보호도 답은 '순환'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입학 과제로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은 인간이 물건과 자본을 직접 소유하는 대신 빌려 쓰거나 공유하는 시대가 온다고 말하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데 단지 공유로 만족을 할 수 있을까? 당시 나는 '소유의 종말'에서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 공유의 시대가 성큼 다가와 무분별한 소유는 오히려 과욕이라 비판받게 됐다.
여기에는 환경 오염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과도한 생산과 소비가 생산 공정에서의 환경 오염과 사용 후 폐기물량을 크게 늘리기 때문이다.
이에 패스트 소비를 유도하는 브랜드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도 늘었다.
매 시즌 저가격 저품질의 신상품을 찍어내며 옷을 쉽게 사 입고 버린 후 다시 사기를 유도하는 SPA 브랜드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허울 좋은 친환경이라는 태그를 달고 다달이 텀블러, 머그컵 등을 찍어내는 커피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자원과 화폐처럼 기후 위기를 이겨내려는 노력 또한 사회 전반을 '순환'해야 한다.
제한 시간 20년. 높아진 지구 온도와 매년 상승하는 해수면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와 기업, 인류의 범지구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류의 미래를 구할 다큐멘터리 '내일'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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