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혼, '오징어와 고래'

왓챠: '오징어와 고래'

이수미 승인 2022.04.21 10:47 의견 0
영화 '오징어와 고래' 포스터(사진=IMDB). ⓒOTT뉴스

[OTT뉴스=이수미 OTT 2기 리뷰어] 사람들은 왜 이혼을 하는 걸까?

성격 차이, 경제적 문제, 가족 간 불화, 배우자의 부정...

통계 순위로만 보면 이 정도지만,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혼 과정이 이혼을 결심했던 상황보다 더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기 위해 좋게 합의할 수도 있지만, 양육비나 양육권같이 아이 문제가 불거지면 합의 이혼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혼만 하고 나면 두 사람의 관계는 영원히 끝나는가? 그것도 아니다.

아이가 있는 경우 아이 문제로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철저하게 소외된다.

부모의 이혼에서 당사자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아이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그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법원 판결이 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오늘 소개할 영화 '오징어와 고래'의 버나드(제프 다니엘스 분)와 조안(로라 리니 분) 역시 이혼 직전의 상황에 처해있다.

가족이 함께 테니스를 치는 장면(왼쪽부터 차례대로 조안, 프랭크, 버나드, 월트)과 영화의 주인공인 월트와 프랭크의 모습(사진=IMDB). ⓒOTT뉴스

영화는 가족이 두 팀으로 나뉘어 테니스를 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빠인 버나드와 첫째 아들 월트(제시 아이젠버그 분)가 한 팀, 엄마인 조안과 둘째 아들인 프랭크(오웬 클라인 분)가 한 팀을 이루고 있다.

버나드와 월트의 테니스 스윙은 공격적이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치 상대방을 저격하기 위해 스윙을 날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버나드의 태도에 조안은 기분이 상해버리고 결국 이 둘은 영화 초반부터 싸우고 만다.

하지만 카메라는 둘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멀리서 이를 바라보는 형제의 뒷모습을 비춘다.

이어지는 차 안 시퀀스 역시 마찬가지다.

뒷모습만 봐도 냉랭한 운전대의 엄마, 아빠 좌석 사이로 아이들의 얼굴이 보인다.

이렇듯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혼 상황에 처한 부부가 아니라, 아무 잘못도 없이 그 사이에 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다.

◆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 엇나가는 아이들

왼쪽 월트와 버나드, 오른쪽 조안과 프랭크의 모습(사진=IMDB). ⓒOTT뉴스

이 영화의 가족, 그러니까 버나드와 조안, 월트와 프랭크는 모두 어딘가 이상하고 삐뚤어져 있다.

테니스씬이 암시하는 것처럼 월트는 아빠인 버나드를, 프랭크는 엄마인 조안을 따른다.

한때 잘나가던 소설가였던 버나드는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본인 스스로를 '예술을 즐기며 지식이 풍부한 품격있는 인간'이라고 여긴다.

예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수준이 낮다고 여기는 지적 허영심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 바로 버나드다.

또, 자신의 아들들도 예술을 사랑하고 이를 직업으로 삼기를 바란다.

버나드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들 월트는 아빠처럼 영화와 책을 좋아한다.

또래 여자아이 앞에서 유명 작가의 책 제목을 들먹이며 평가를 해대는 월트.

하지만 사실 월트는 그 책을 읽지도 않았다.

그저 아빠처럼 있어 보이고 싶어서 제대로 읽지도 않은 책들을 '명작', '졸작'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평가하기에 급급하다.

그렇다면 조안과 프랭크 쪽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조안 역시 좋은 엄마는 아니다.

결혼 생활 중에도 여러 남자와 교제를 했다던 조안.

이 부부가 이혼을 맞은 결정적 계기 역시 다른 남자와 있는 조안을 버나드가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교제했던 남자들 이야기를 프랭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엄마가 보고 싶어 찾아온 프랭크에게 "가끔은 너희 없이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조안의 모습은 때때로 이해할 수 없고 이기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엄마의 모습에 엄마를 따르고 사랑하던 프랭크는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며 크게 엇나가기 시작한다.

◆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부모의 이혼

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었지만, 이혼은 더 이상 두 사람의 일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월트와 프랭크는 알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의 이면을 알게 되고,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목격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부모를 미워하고 못된 말을 내뱉으며 그 이상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엄마의 복잡한 이성 관계로 배신감을 느낀 월트는 부정한 엄마 때문에 완벽한 가족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가족의 불행의 시작이 정말 조안의 불륜 때문이었을까?

◆ 오징어와 고래를 똑바로 바라보다

오징어와 고래를 직시한 월트의 모습(사진=IMDB). ⓒOTT뉴스

이쯤에서 왜 영화의 제목이 왜 '오징어와 고래'인지 궁금할 수 있다.

월트는 어릴 적 자연사 박물관에 있던 오징어와 고래가 싸우는 모형이 늘 무서웠다고 한다.

그 모형을 볼 때면 꼭 손으로 얼굴을 가렸던 꼬마 아이.

이 영화의 '오징어'와 '고래'는 버나드와 조안, 그러니까 부모를 뜻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을 똑바로 직시하는 것이 무서워 이를 외면하고 도망친다.

엇나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프랭크와 대비되게 월트는 자기 자신을 포장하고 아빠를 따라 엄마를 욕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실은 월트도 프랭크만큼이나 부모님의 이혼을 무서워했고, 이혼 때문에 상처받았다.

영화 후반부에 이르자 월트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달려가 오징어와 고래 모형을 다시 마주한다.

오징어와 고래 모형을 직시할 용기가 생긴 월트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영화를 보는 우리는 알 수 있다.

영화 '오징어와 고래'는 현실적인 결혼과 이혼 이야기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결혼 이야기'의 감독 노아 바움백이 연출하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등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으로 유명한 감독 웨스 앤더슨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부부의 이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결혼 이야기'의 연장선 같다는 평이 많은 '오징어와 고래'는 부부 관계가 아닌 아이들에 초점에 맞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혼 가정을 바라보는 노아 바움백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결핍된 가족의 성장을 좋아하는 웨스 앤더슨의 취향이 적절하게 섞인 영화 '오징어와 고래'는 왓챠에서 볼 수 있다.

◆ OTT 지수 (10점 만점)

1. 연기 (조연·주연 등 등장인물 연기력): 7
2. 스토리(서사의 재미·감동·몰입도 등): 7
3. 음악 (OST·음향효과 등 전반적 사운드): 9
4. 미술 (미장센·영상미·의상·배경·인테리어·색감 등): 8
5. 촬영 (카메라 구도·움직임 등): 8

→ 평점: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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