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한국, 이미 '글로벌 하청기지'…K콘텐츠 '넷플릭스 오리지널' 둔갑

넷플릭스 투자 계약 시, '해외 서비스'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 표기 조건 있어
'서른, 아홉',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해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표기

편슬기·황지예·이지윤 승인 2022.04.14 15:01 | 최종 수정 2022.04.15 10:53 의견 0

넷플릭스가 투자를 진행한 작품을 해외 서비스할 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표기하겠다는 항목이 계약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기업의 '갑질' 및 '불공정 계약'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와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넷플릭스와 한류' 학술대회에서 이 문제가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자국에서는 TV에서 방영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분류되지 않는 한국 드라마들이 해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된다는 것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분류되는 K콘텐츠

넷플릭스 브라질에서 오리지널로 분류돼있는 한국 콘텐츠들(사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유튜브 캡처). ⓒOTT뉴스


예를 들면 브라질·일본 등지에서 '사내맞선', '사랑의 불시착' '스물 다섯 스물 하나' 등 인기 한국 드라마들의 포스터에 빨간색 'N' 마크가 버젓이 붙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브라질 교수 측은 "한국 작품들이 브라질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오인은 본 사례뿐만이 아니다.

미국 넷플릭스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표기된 한국 드라마들(사진=넷플릭스캡쳐). ⓒOTT뉴스


일본에 거주 중이면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구독하는 A 씨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잘 모르는 자신이 봐도 넷플릭스 제작이 아닌 작품들에 N 표시가 돼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라는 의문을 표했다.

이와 같이 'N' 마크가 붙어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하면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넷플릭스가 제작부터 스트리밍까지 단독으로 진행한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내놓은 답은 달랐다.

■ 계약 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 조항 있어

일본 넷플릭스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표기된 한국 드라마들(사진=넷플릭스캡쳐). ⓒOTT뉴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해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는 한국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가 제작 과정에서 투자를 한 작품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모두 라이선스 계약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자체적으로 자막·더빙을 준비해 독점 제공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하기로 계약상 합의가 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처럼 영국 지상파 TV에서 방송됐으나 한국 포함 해외에 소개될 때 넷플릭스가 라이선싱 계약을 맺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것이다.

또한 "OTT 플랫폼마다 오리지널 등을 표기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며, 이는 통일된 기준이 없고 플랫폼마다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제일 상단) '갯마을 차차차'의 TV 방영 오프닝. (두 번째) 넷플릭스 버젼 오프닝 (세 번째) 브라질 넷플릭스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모습(사진=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유튜브 캡처). ⓒOTT뉴스

예를 들면 티빙은 tvN에서 방영하는 '여고추리반' 등을 티빙 오리지널로 소개하며, 웨이브는 SBS에서 방영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웨이브 오리지널로 표기한다는 것이다.

즉 단독으로 제작·배급하지 않아도 오리지널로 소개하는 경우는 많고, 계약상 협의가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넷플릭스 측의 주장이다.

넷플릭스 측은 브라질 넷플릭스의 '갯마을 차차차' 등 드라마 오프닝에서 방송사 tvN 로고가 사라지고 '넷플릭스 시리즈'라는 자막이 추가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모두 방송사·제작사와 협의된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본지 취재 결과 다수의 제작사 측에서 "해외 독점 공개 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표기하기로 협의된 게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표기의 기준은? (사진=플릭스패트롤캡쳐). ⓒOTT뉴스


하지만 의문인 것은 플릭스패트롤에선 넷플릭스가 해명한 것과는 달리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표기가 제각각이다.

BBC에서 제작한 블랙미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표기돼 있는 반면 해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사내 맞선' 등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크가 없었다.

■ 넷플릭스 하청기지로 전락한 한국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독점/오리지널 작 표기 방식(사진=각사캡쳐). ⓒOTT뉴스

한편, 넷플릭스가 언급한 국내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표기 방식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표기 방식은 비슷해 보이나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사안이다.

우선, 국내 OTT 플랫폼이 TV 채널과 함께 서비스하는 콘텐츠에 자사의 오리지널 표기를 한다고 해서 국내에서 제작한 K콘텐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제작비 투자 계약 시 해외 서비스 때 해당 콘텐츠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하는 항목을 삽입함으로써 K콘텐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둔갑해 자칫 해외 구독자들에게 '넷플릭스'에서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작품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안정상 교수는 "콘텐츠 제작 능력은 우수하나 자금력이 부족한 나라의 경우 콘텐츠 제작을 위해 넷플릭스의 제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백한 불공정 계약이고 갑질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정상 교수는 "이미 대기업에 의한 한국 제작사 하청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저작권법 및 방송법 개정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전문 변호사 B 씨는 "투자자가 갑이라면 제작사는 을일 수밖에 없는데, 을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갑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으니 (해당 계약 사항을)불공정 계약이나 갑질로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선례가 없다 보니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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