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좋좋소 시즌5' 보니까 좋소? 좋소!

왓챠 오리지널: '좋좋소 시즌5'

정수임 승인 2022.03.25 13:58 의견 0
드라마 '좋좋소 시즌5' 포스터(사진=왓챠 공식 SNS). ⓒOTT뉴스

[OTT뉴스=정수임 OTT 평론가] '부모의 원수가 간다고 해도 한 번쯤은 말릴 회사'

한 때 기업 평점 사이트에서 화제를 모았던 리뷰다.

대개 수많은 구직자가 입을 모아 피하라는 회사는 공통점이 있는데, 슬프게도 그런 곳을 모조리 제외하면 갈 회사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혹은 신의 직장이라 공고가 거의 나지 않거나.

사람들의 성향이 다 다르듯, 각자에게 맞는 회사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회사가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회사가 될 수 있고, 또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올해 초 통계청 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 전체 취업자 중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의 비중은 89.7%다.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10.3%다.

그렇다면 사실상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중소기업 소속이라는 뜻이다.

드라마 '좋좋소'는 이런 중소기업, 특히 5인 이하 소기업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 삼아 직장인들의 격한 공감을 끌어낸다.

회사 생활을 하며 한 번쯤 만나본 듯한 인물과 중소기업 문화는 물론, 자의 반 타의 반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상황까지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기막힌 현실 구현과 출연진들의 생활 연기, 이를 감싸는 유머 코드가 오버스럽지 않게 발휘된다.

너무 현실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판타지적이지도 않은 적절한 고구마와 사이다의 티키타카로 '좋좋소'는 강약을 잘 조절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좆소기업'이라는 비속한 표현을 '좋소'라는 단어로 탈바꿈한 제목 센스도 한몫한다.

시즌 1부터 3까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좋좋소'는 '현실판 미생'이라는 극찬을 들으며 인기에 힘입어 시즌 4부터 왓챠 오리지널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왓챠에서 첫 공개한 '좋좋소 시즌 5' 역시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좋좋소 시즌 5'는 왓챠 TOP 10 2위 등극은 물론, 오는 4월 열리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며 인기를 입증했다.

[관련 기사]

● <좋좋소> 여기, 중소기업에 취직한 장그래가 있다

◆ 다큐보다 진짜 같은, 극강의 하이퍼리얼리즘

'좋좋소 시즌 5' 속 정필돈 사장의 주옥같은 어록(사진=왓챠 캡처). ⓒOTT뉴스

'좋좋소'는 사회초년생의 면접부터 첫 출근, 야근, 주말 출근, 월급, 인센티브, 휴가, 워크숍, 사내연애 등 회사 내 각종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거기에 중소기업이 가진 특성이 무척이나 리얼하게 녹아있다.

특히 정필돈 사장(강성훈 분)의 핀잔에 못 이긴 신입 조충범(남현우 분)이 일명 '추노'(몰래 도망가는 것)를 시도했을 때, 이길 과장(이과장 분)의 한마디에서 진한 현실감이 느껴진다.

"끝난 겁니까?"

"네 뭐 저희는, 뭐 사람 한 명 또 뽑아야죠. 뭐"

이런 상황이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구는 이길 과장의 한 마디는 오히려 '추노'하려던 조충범을 당황하게 한다.

'좋좋소'의 배경이 되는 무역회사 '정승 네트워크'에는 별도 회의실이 없다.

직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진행한 연봉 협상 장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회의실 때문에 발생하는 '웃픈' 현실이 여실히 그려진다.

연봉 비밀 유지를 위해 전 직원이 사무실 밖 복도에 나란히 대기했다가 한 명씩 차례로 들어오는 모습이 짠한 웃음을 유발한다.

정필돈은 요즘 친구들이 열정과 애사심이 없다며 파이팅을 외치지만, 정작 직원들의 처우와 회사 복지가 언급되면 슬그머니 상황을 피한다.

근로계약은 믿음으로 가는 거라는 정필돈.

무엇보다 정필돈에게는 은근슬쩍 최소 인원으로 최대 성과를 바라는 사장님 마인드가 엿보인다.

또, 파트별 업무가 엄격히 분리된 대기업과 달리, 직원 한 명이 다양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웃프게 그려진다.

정승 직원들은 지인에게 회사를 소개할 때 여긴 멍청이들만 있다며 뒷담화를 하곤 한다. 아마도 자기 자신만 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말일 거다.

이미나 대리(김태영 분)는 신입들을 '폐급'이라고 부르고, 김지훈 과장(장명운 분)은 회사를 '꼴통들만 모인 개차반'이라고 표현한다.

시즌 2부터 정승을 박차고 나가 새 회사 '백 인터내셔널'을 차린 백진상 차장(김경민 분)부터 퇴사한 전 직원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하여튼, 정승 거긴 진짜 아니야"

◆ 시즌5, 또다시 주목해도 좋은 이유

'좋좋소 시즌 5' 속 조충범과 직원들의 좋소기업 생존법(사진=왓챠 캡처). ⓒOTT뉴스

'좋좋소'는 올해 초 왓챠 오리지널이자 시즌 4로 새 옷을 입었다.

새 단장을 한 시즌 4를 본 일부 시청자들은 시즌 1~3 대비 초심을 잃었다며 실망감을 비추기도 했다.

이전 시즌과 시즌 4가 유독 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감독 및 제작진의 변동도 있겠지만, 작품 속 시점 변화도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시즌 1~3 스토리는 주로 조충범의 시점에서 펼쳐졌다면, 시즌 4부터는 사장 정필돈과 백진상의 시점으로 전개된 부분이 다소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즌 1부터 '좋좋소'를 꾸준히 시청하던 사람들은 조충범이나 이과장의 입장에서 극을 즐기다가, 갑자기 꼰대 사장들의 입장이 돼 극을 바라보게 된 셈이다.

주 거래처를 다 뺏기며 위기를 맞은 정필돈은 줄어드는 매출과 늘어나는 지출에 한숨 짓는다.

'난 정필돈과 다르다'며 야심 차게 이과장을 스카웃한 백진상은 사장이 되자 정필돈과 마찬가지로 유일한 직원인 이과장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시청자는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로 영역을 확장한 시즌 4에 이어 시즌 5 역시 이야기의 줄기를 점점 뻗고 있다.

이전 시즌에서는 어리바리한 사회초년생의 회사 적응기를 그렸다면, 이제는 서로 지키고 뺏는 회사 생존 전쟁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정승 네트워크는 좋소개팅 앱의 성공으로 본격적인 사업확장에 돌입했고, 백 인터내셔널도 새 아이템에 눈을 돌려보려 한다.

물론 중소기업 특유의 문화와 직원 고충 등 작품의 뿌리가 되는 부분들은 여전히 가져간다.

시즌 4 대비 시즌 5에서는 직원들의 입장과 시점에 다시금 주목하고, 아이덴티티를 조금 더 짙게 담아내려 집중한 듯 보인다.

새로운 도전에는 언제나 시행착오가 잇따른다.

이는 시즌제 콘텐츠가 으레 겪으면서 고민해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부흥기가 있으면 과도기를 겪어야 또다시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다.

'좋좋소'를 꾸준히 재밌게 본 이도, 혹시라도 시즌 4를 보고 실망을 느낀 이도 시즌 5를 꼭 한번 챙겨보길 권해본다.

이전 시즌의 도전은 다시 부흥기를 맞을 '좋좋소'를 위한 다른 의미의 초석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왓챠 오리지널 '좋좋소' 전 시즌은 왓챠에서 만날 수 있다.

현재 왓챠는 매주 화, 금요일 17시마다 '좋좋소 시즌 5' 새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있다.

◆ OTT 지수
1. 연기 (조연/주연 연기력에 대한 전반적 평가): 9
2. 스토리(작품의 재미, 감동 그리고 몰입도): 8
3. 음악 (작품에 삽입된 OST와 음향효과 등 전반적인 사운드): 7
4. 미술 (미장센, 영상미, 촬영지, 의상, 배경, 인테리어, 작품 색감 등): 6
5. 촬영 (카메라 구도, 움직임 등이 얼마나 작품을 잘 담아내는지): 7

→평점: 7.4

* 평점 코멘트: 배우들의 현실 연기는 자연스럽게 물올랐고, 미술적인 부분은 확실히 떼깔이 좋아졌다. 하지만 직원은 줄고 공간은 넓어지니 특유의 복닥복닥한 맛이 덜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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