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단언컨대, 왓챠에서 가장 이상한 좀비 영화 <냠냠>

왓챠 익스클루시브: <냠냠>

김현하 승인 2022.03.12 08:00 의견 0
<냠냠> 공식 포스터(사진=IMDB).


[OTT뉴스=김현하 OTT 평론가] <해피니스>,<지옥>,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 등...

2016년 <부산행>의 흥행을 시작으로 현재 한국에서는 전세계 기준으로 절대 뒤쳐지지 않을 퀄리티의 좀비 영상물들이 제작되고 있다.

그런 작품들을 즐기면서도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너무 웰메이드다!'

호러 장르 팬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은 바로 어느 정도의 저예산이라는 것을.

허술한 분장과 조악한 미술, 그리고 말도 안될 정도로 강한 괴물들은 관객으로부터 원초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고, 사회 고발의 의미를 은은하게 끼워놓고 완벽히 장르 공식을 따르는 위 작품들을 보면 작품성을 인정하게 되면서도 한편으론 말초신경이 자극되는 기분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다.

그런 당신에게 생각이 필요 없는, 오히려 뇌를 녹일 것 같은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

바로 부천국제영화페스티벌에서도 소개된 영화 <냠냠>이다.

외딴 동유럽 성형외과에서 일어난 좀비 사태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 일행(사진=왓챠피디아).


리프팅, 가슴 수술. 그리고 좀비.

이것이 <냠냠>의 줄거리 소개문이다.

<냠냠>은 F컵 가슴의 소유자 알리손(마이케 누빌 분)이 가슴축소술을 위해 방문한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좀비사태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배경설정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범상치 않은 전개를 계속해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캐릭터 연출에서 느껴지는 감독의 적나라한 악의다.

그리고 이러한 악의는 의대생 출신 알리손의 남자친구 미하엘(바트 홀랜더스 분)에게서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데, 미하엘 캐릭터의 모든 설정은 작품 내에서 욕보여지기 위해 존재한다.

그는 주인공의 남자친구지만, 여자친구를 구하기는커녕 좀비 사태 초기에 좀비를 물리치려고 무기를 들다가 감전당해서 중반부까지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영화의 가장 큰 피해자, 미하엘(사진=왓챠피디아).


뿐만 아니라 다른 강인한 남자직원에게 밀려 작품 내내 여자친구를 빼앗길 위험에 처하고, 의대생이라 좀비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미하엘이 내놓은 백신은 전부 실패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여자친구를 위해 희생을 하려고 하지만, 그 희생시도에서 죽지 못하고 오히려 알리손의 손에 직접 죽게 된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에게서 그 악의가 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공포영화 클리셰들을 비틀면서 캐릭터들을 생존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주인공은 공포영화의 '여자주인공 최후생존 법칙'에 들어가는 것에 실패했으며, 좀비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체를 절단한 이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신체를 절단한 것이 원인이 돼 바로 다음 상황에서 죽고 만다.

또 '공포영화에서 성관계를 하면 죽는다'는 공식 역시 유명한데, 작품에서 한 커플의 시도는 상상 이상의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그저 감독의 살의에 의해 작품 내에서 황당하고 비참하게 죽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옆 건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 주인공 일행(사진=왓챠피디아).


캐릭터 외에도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작품의 질식할 것 같은 B급 감성이다.

고급스러움으로 포장한 B급도, 아예 대놓고 B급 감성을 표방한 B급도 아닌, 나름 진지한 분위기와 뒤섞인 '진짜 B급' 감수성이다.

전자의 예시로는 영화의 비주얼과 엠마스톤과 같은 유명 배우들로 포장한 <좀비랜드>가 있고, 후자의 예시로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등이 있을 것이다.

좀비 소재 클리셰를 비틀어 B급 코미디 영화로 만드는 시도 역시 유구하다.

하지만 그 영화들은 해당 클리셰 비틀기가 우습고 재밌게 보일 것이라는 점을 감독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이 것이 '웃긴 장면'이라는 것을 연출로 더더욱 강조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좀비사태의 '흑막'을 나름대로 설정했다는 점, 좀비 감염을 막으려 신체를 절단하기 위해 도끼가 아니라 영수증 분쇄기에 손을 넣는 장면, 그리고 나름대로 무해한 피해자의 죽음을 강조하기 위해 웅장한 배경음악을 깔면서 속옷을 비춰주는 등, 등장인물의 감정이 너무 과해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장면을 진지하게 담아내 시청자로 하여금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저예산과 B급 감성의 끝, 좀비들이 아니라 생존자들이 좀비에 의해서도 아니라 스스로 죽고 죽이는 슬래셔 무비, <냠냠>은 현재 왓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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