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안수민 OTT 2기 리뷰어]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서는 1만 5,000여 명의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성들의 외침 속 '빵'은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3월 8일이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됐다.
2022년. 여성들이 빵과 장미를 요구한 지 한 세기도 더 지난 현재, 과연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는 제대로 주어졌을까?
각기 다른 나라,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여성들의 평등을 향한 목소리를 그려낸 세 편의 영화를 살펴보자.
[관련 기사]
● 가슴 먹먹한 영화 3편 - <최선의 삶>, <세자매>, <애플>
1.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사랑이란 죽음을 알면서도 추억을 위해 뒤 돌아보는 것'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77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금기된 사랑을 그린 영화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는 영화의 초반과 엔딩을 제외하고는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화가 마리엔느(노에미 메를랑 분)와 마리엔느의 초상화 모델인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 분), 엘로이즈의 하녀 소피(루아나 바지라미 분)까지.
세 사람의 신분이나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이들은 저택에서 함께 지내며 모두 친구(마리엔느와 엘로이즈는 애인)라는 동등한 관계를 맺는다.
엘로이즈는 마리엔느 그림의 모델이지만, 사람들의 편견 속 '뮤즈'처럼 대상화되지 않는다.
마리엔느가 엘로이즈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릴 때면 엘로이즈 또한 마리엔느를 바라본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관객들에게 그림은 두 사람이 '함께' 완성한다는 것을 전달한다.
또한 엘로이즈는 오르페우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본 이유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오르페우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향한다.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살리는 데 성공하지만,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말을 따르지 않고 뒤를 돌아보고 만다. 그로 인해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에 끌려간다.
엘로이즈는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와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그에게 일부러 뒤를 돌아보라고 말했다고 해석한다.
엘로이즈는 아무도 생각지해보지 못한, 에우리디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석하며 에우리디케의 주도성을 이야기 한 것이다.
2. <무스탕: 랄리의 여름>: ' 당연한 자유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
<무스탕: 랄리의 여름>은 터키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다섯 10대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다섯 자매는 2010년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한 가부장제의 억압 속에서 오직 '결혼'을 위해 존재한다.
이들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어른들이 정한 정혼자와 결혼을 해야 한다.
물론 결혼을 하기 전과 후, 그 어느 곳에서도 이들에게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자매들은 서로를 위해 원치 않는 결혼을 막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자유를 잃은 삶은 때로 죽음보다 못한 법, 자매 중 누군가는 자유를 잃을 바에는 죽음을 택한다.
다섯 자매 중 막내인 랄리(구네스 센소이 분)는 죽음을 택하거나 원하는 결혼이나 원치 않은 결혼을 하는 언니들을 보며 자신을 억압하던 가족들, 즉 가부장제에서 탈출하기를 결심하고 집을 떠나려 한다.
3. <세자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시작은 상처를 마주하는 것'
<세자매>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한국의 세 자매의 이야기이다.
언제나 자신은 괜찮다며 꾹꾹 참기만 하는 소심한 첫째, 완벽한 이미지 속 가식을 숨기고 있는 둘째, 나잇값 못하는 천방지축 골칫덩어리 셋째까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세 자매다.
그러나 이들의 내면에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존재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견뎌내야 했다.
하지만 세 자매 중 그 누구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아버지 또한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문제를 외면하던 세 자매는 결국 문제를 터뜨리고 묻어둔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들이 평등을 외치기 시작한 지 수백 년이 흘렀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는 여전히 뿌리 깊은 성차별이 존재한다.
세 영화 속 여성들처럼 꾸준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유와 평등을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모여 평등이라는 결실을 맺을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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