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중국의 편파판정에 분노하며 <배드 스포츠:조작된 승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배드 스포츠: 조작된 승부>

김수진 승인 2022.02.10 14:58 의견 0
올림픽 오륜기(사진=polygon).


[OTT뉴스=김수진 OTT 2기 리뷰어] 지난 4일 세계인의 겨울 스포츠 축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개막했다.

오미크론의 여파로 규모는 다소 축소됐으나 4년간 구슬땀을 흘려온 선수단의 열정과 국민들의 응원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 동계 올림픽인가, 중국 동네잔치인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또 다른 의미로 세계인의 눈총을 받고 있다.

올림픽 기본 정신인 공정성을 훼손하는 편파 판정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극에 달한 건 7일 진행된 남자 쇼트트랙 1,000m 경기였다.

준결승 경기에서 대한민국 황대헌 선수와 이준서 선수가 각각 1조 1위, 2조 2위로 레이스를 마쳤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모두 실격됐다.

일반적인 추월 과정임에도 말도 안 되는 레인 변경 실격 사유를 부여한 심판에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과 쇼트트랙 관계자는 그저 말을 잃었다.

덕분에 중국의 리원룽, 우다징 선수는 어부지리로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1,000m 결승 경기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다.

헝가리의 샤오린 산도르 류 선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금메달과 은메달은 각각 중국의 런쯔웨이, 리원룽 선수에게 돌아갔다.

경기 후 비디오 판정에서 샤오린 선수가 페널티 2개로 옐로카드를 받고 탈락했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외신들은 이번 판정은 도를 지나쳤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국내도 '각본 있는 드라마', '중국 동네 운동회 하냐?',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 올림픽은 선수가 아닌 나라 간의 자존심 대결인가?

승부조작 의혹 관련 기사(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올림픽은 전 세계 스포츠인의 축제지만 늘 정치적 문제와 엮여왔다.

올림픽을개최하고 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것이 국격을 높인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욕심이 도를 지나칠 때 이번 베이징처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야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배드 스포츠: 조작된 승부>의 '금메달의 자격' 에피소드에 자세히 담겨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당시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에서는 캐나다와 러시아 두 나라가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러시아는 볼쇼이 발레의 서정적인 특징을 얼음 위에서 재현하며 오랜 시간 페어 스케이팅 왕좌를 지켜왔다.

대표로 나온 옐레나 베레즈나야ㆍ안톤 시카룰리제 페어는 세계 대회를 석권하고 있는 당대 최고의 팀이었다.

이들의 맞수로 꼽히는 캐나다의 제이미 살레ㆍ데이비드 펠티에 페어는 뛰어난 스타성으로 빠르게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같은 북미 대륙인 점을 적극 활용해 미국인에게 친숙한 'Love Story'를 테마곡으로 선정해 많은 미국인들에게 응원을 받고있었다.

경기 당일, 러시아 팀이 먼저 빙판에 올라섰다.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이었으나, 세 군데 정도 아쉬운 실수를 남겼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감점이 없는 매우 높은 점수가 나왔다.

이어진 캐나다 페어의 경기. 모든 동작 전환이 완벽했고, 환희에 차 경기를 마친 커플에겐 관중의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선수와 관중 모두 캐나다의 금메달을 확신하던 순간, 발표된 결과는 금메달이 러시아의 몫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지고 경기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다음 날, 프랑스 심사위원 '마리 렌 르 구뉴'가 승부 조작을 고백하며 솔크레이트시티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한다.

러시아와 프랑스 간에 거래가 이뤄졌고, 디디에 프랑스 빙상 연맹 회장의 지시로 러시아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40여 년 가까이 독식하던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 메달을 놓칠 수 없어 이런 거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을 지켜보던 미국은 언론은 물론 FBI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캐나다를 돕는다.

FBI는 디디에와 면담 끝에 프랑스 빙상 연맹과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연결 고리를 찾았다.

도청을 통해 증거를 발견했고 뇌물 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유명한 러시아 마피아가 대가성 청탁에 관여해 러시아는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 프랑스는 아이스 스케이팅에서 서로의 표를 교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올림픽위원회는 캐나다와 러시아에 공동 금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한다.

평화로운 해결인 듯 보였지만 선수들은 불편한 마음으로 함께 포디엄에 올라 기뻐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러시아 국가대표와 코치는 마피아 연관설을 끝까지 부인했고, 심사위원 마리 렌과 프랑스 빙상 연맹 협회장 디디에 가야게는 3년간 정직 처분을 받았다.

승부조작 관련 인터뷰 하는 프랑스 심사위원(사진=넷플릭스 유튜브).


사건 이후 피겨스케이팅 심사 규칙은 수차례에 걸쳐 개편됐다.

하지만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사례를 떠올려 볼 때 공정성 개선 여부는 아직도 의문이다.

◆ 올림픽 의의, 승리가 아닌 참가에

8일 아침 진행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단은 "대한민국 선수단을 즉각 철수시키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편파 판정과 부정행위를 피하는 대신 더 나은 실력과 기술로 당당히 맞서기로 한 셈이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은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라고 말했다.

훗날 역사에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어떻게 기억될까?

우리 세대가 올림픽의 가치를 잘 지켜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중국은 올해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년 7월 EAFE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년 7월 아시안컵 등 다양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행사 운영에 있어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배드 스포츠: 조작된 승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작품이며, 소개한 '금메달의 자격'을 포함한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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