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라마 아니고 다큐죠? 며느리 울리는 카카오TV <며느라기>

카카오TV 오리지널: <며느라기>

김수진 승인 2022.01.30 09:30 | 최종 수정 2022.01.30 10:49 의견 0
며느라기 시즌1 포스터. 사진 왓챠


[OTT뉴스=김수진 OTT 2기 리뷰어]

'이거 그대로 대사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다 당한 내 인생이 레전드',
'신랑이랑 같이 보면서 신랑이 저런 시어머니가 어디 있냐고 했는데 그 주 추석에 어머님이 딱 저렇게 행동하심ㅋㅋㅋ 신랑이 사과함',
'소름 끼치게 공감 간다…어떤 스릴러 영화보다 무서움'

며느리들이 입을 모아 설 특선 드라마로 편성해야 한다고 외친 작품이 있다.

수 많은 공감 댓글을 남기며 명절 때마다 소환되는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다.

◆ 명절마다 며느리는 아프다

'며느라기'란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어 변화를 겪는 시기를 말한다.

시댁에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어 무리한 부탁에도 응하다보니, 내 편 같지 않은 남편에게 야속한 마음도 든다.

그래도 가장 서러울 때는 역시 명절이다.

주부가 명절 동안 가사 노동과 시댁에서 차별적 대우를 겪으며 생긴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명절 증후군'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성인 1,3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 추석 스트레스' 조사에 따르면, 답변자의 88.3%가 "명절 스트레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업주부'는 94.7%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음식 및 집안일 등 '명절 노동'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비율은 기혼여성은 16.2%로 기혼남성(5.9%)보다 약 3배 높았다.

◆ 병아리 며느라기의 K-시댁 생존기

며느라기 시기를 겪고 있는 주인공 민사린(박하선 분)은 출근 전 새벽같이 일어나 어머니 생신상도 차리고 시부모님 결혼기념일도 챙기는 착한 며느리다.

그런데 시댁 식구와 며느리를 차별하는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 분)과 이를 묵인하는 남편 무구영(권율 분)의 모습을 보며 점차 지쳐간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잠시 근처 카페로 나온 사린.

평소엔 신경도 안 썼던 옆 테이블 이야기가 귀에 꽂힌다.

명절 독박 가사노동에 시달린 또 다른 며느라기의 하소연.

그제야 사린은 며느리 누구나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어느 집안의 며느리라면 한 번쯤 공감할 드라마 <며느라기> 속 명대사 세 가지를 뽑아 봤다.

◇ 1. 시누이 曰 "어머 언니 원래 결혼하고 첫 생신은 며느리가 챙기는 거래요"

시누이에게 시어머니 생신 관련 메신저를 받은 사린. 사진 카카오TV 유튜브 캡처


띠링~ 퇴근 직전 사린에게 온 문자.

시누이 무미영(최윤라 분)은 내일이 시어머니 생신이라며 은근히 아침상을 차리라고 압박을 준다.

30년 넘게 시어머니 뒷바라지로 성장한 아들 무구영은 쿨쿨 자고 며느리 민사린만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생일상을 차린다.

심지어 설거지까지 온전히 며느리의 몫.

정리를 마치고 온 사린에게는 생신 케이크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았다.

◇ 2. 시어머니 曰 "시집왔으니까 이제부터 내가 차근차근 가르치면 되지"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시댁을 떠나는 큰 며느리. 사진 카카오TV 유튜브 채널 캡쳐


제삿날 시댁을 방문한 무구영 형네 부부.

마주한 건 시어머니 혼자 제사상을 준비하는 현실이다.

술잔을 기울이는 시아버지, 당연한 듯 놀러 나가는 도련님과 아가씨.

이 와중에 시어머니는 아들은 방에서 쉬고 며느리에게만 제사상 차릴 준비를 하라 말한다.

하지만 이미 며느라기를 졸업한 큰 며느리.

무씨 집안 제사는 무씨가 준비하는 거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대신 돕겠다는 큰아들에게 시어머니는 시집왔으니 며느리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화를 낸다.

◇ 3. 시어머니 曰 "이거 아까우니까 너랑 나랑 먹어 치우자"

아들 구영의 그릇엔 생선이, 며느리 사린의 그릇엔 무 한 조각뿐. 사진 카카오TV 유튜브 캡쳐


시어머니는 시댁 식구에게는 갓 지은 따뜻한 밥을 주고 며느리에게는 찬밥을 내준다.

생선조림도 아들에게는 큰 생선 토막을 주고, 며느리에게는 무 한 조각이 전부다.

식구들이 과일을 먹다 남기면 아까우니 먹어 치우자며 남은 것을 사린의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유치하지만 당하는 처지에선 서럽기 짝이 없다.

◆ <며느라기2…ing> 구영, 유니콘 남편으로 성장하나?

안타깝게도 현실의 며느리들이 그렇듯 드라마 <며느라기>에 사이다 결말은 없다.

사린 또한 12개의 에피소드를 거치며 체념 반, 인내 반으로 시댁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불만을 토로하는 아내에게 "나보고 어쩌라고, 엄마를 바꿀 순 없잖아"라는 명대사를 날렸던 효자 구영이 그나마 아내를 이해하게 된 것이 희망적이랄까?

2022년 1월 시작된 시즌 2 <며느라기2…ing>는 임신-출산-육아를 주제로 한다.

임신으로 여성이 맞닥뜨리게 되는 신체적,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고민을 그려낸다고 하니 시즌 1 못지않은 재미가 기대된다.

아내들의 빌런이었던 구영도 시즌 2부터는 조금씩 성장한다고 하니 약간의 사이다를 기대할 만하겠다.

◆ 용기 내 마주할 이 시대 며느리의 현실

설 명절 리뷰작으로 <며느라기>를 선택한 건 시댁과 며느리, 남편과 아내로 선을 긋고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해서다.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퇴근한 남편은 며느라기인 아내의 고민을 들어줄 힘조차 없을 수 있다.

평생을 고전적인 며느리로 살아온 시어머니는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도저히 내 아내의, 그리고 내 며느리의 현실을 직접 마주할 자신이 없다면,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이 시대 며느리들의 삶을 들여다볼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가족, 친지가 모이는 명절이 더 이상 불편한 날이 되지 않길 바라며.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는 카카오TV 오리지널로 카카오TV와 왓챠,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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