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최대건 OTT 1기 평론가] "위기의 순간 모두를 구원해주는 것은 유머다"
2021년 영화계 라이징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오른 구교환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런 구교환 배우를 있게 했던 근간은 독립영화였으며, 그의 자유롭고 빛나는 유머는 어느 영화에서나 항상 일관되게 돋보였다.
관객들은 허를 찌르는 그의 유머에 열광했다.
그가 독립영화계의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유머'였다.
어느 때보다 유머가 필요한 시대, 여기 관객들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웃음'을 선사하는 독립영화 3편을 소개한다.
◆ 불편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마법, <습도 다소 높음>
'고봉수', 현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분명한 스타 감독 중 한 명이다.
구교환 감독이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정가영 감독이 <연애 빠진 로맨스>로 장편 상업 영화감독으로 각각 본격적인 데뷔를 한 상황에서 차기 상업 영화로의 진출이 기대되는 감독이기도 하다.
제작비 단돈 250만 원이라는 초저예산 장편 독립영화 <델타 보이즈>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고봉수 감독은 이후 <튼튼이의 모험>, <갈까부다> 등 본인만의 개성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영화들을 연출하였다.
영화 <습도 다소 높음>은 그 특유의 영화적 결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희준 배우의 개성적인 캐릭터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독립예술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희준(이희준 분) 감독은 신작 <젊은 그대>의 오디오 문제로 프린트본을 극장의 요청으로 주연 배우 주환(고주환 분)을 통해 전달한다.
낭만극장의 극장 직원 찰스(김충길 분)는 코로나로 인해 직원이 줄어들어 본인의 일이 늘어난 만큼 극장 주인(신민재 분)이 월급을 올려주기를 기대한다.
무명배우 승환(백승환 분)은 소개팅녀(이자은 분)를 보고 첫눈에 반해 함께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자며 무더운 날씨에 버스를 타고 극장에 가자고 제안한다.
<젊은 그대>의 주연 배우 주환은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자신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를 보며 너무 행복한 나머지 감격에 겨워 혼자 눈물을 흘리며 감상을 한다.
영화는 낭만극장에서 벌어지는 영화 <젊은 그대>의 GV(관객과의 대화)를 중심 사건으로 해 영화를 만든 감독, 주연 배우, 조연 배우, 극장 주인, 극장 직원 등 다양한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상황을 보여준다.
특정한 중심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고 시퀀스별로 포커스되는 주인공이 달라지는 다소 독특한 구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나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불편한 상황 속에서 주고받는 특유의 리액션과 대사들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일명 '고봉수 표' 코미디의 DNA를 확실히 이어받은 작품임이 분명함을 느끼실 것이다.
습도와 불쾌지수가 높은 끈적끈적한 여름의 분위기와 대환장 코미디를 즐기시는 분에게 추천한다.
◆ 누구에게나 처음은 혼돈이다, <십개월의 미래>
영화 <시동>, 드라마 <괴물>을 통해 떠오르는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 최성은이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2편의 단편 영화 연출을 거쳐 이제 막 장편 데뷔를 한 남궁선 감독은 본인의 내밀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어느 날 본인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혼돈에 휩싸이게 된 20대 후반의 프로그래머 미래(최성은 분)의 좌충우돌 출산기를 다루고 있다.
유독 숙취가 심하다고 느끼던 미래는 약국에서 숙취해소제를 사며 약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임신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임신 테스트기를 이용해 확인해본다.
결과는 의심의 여지 없는 임신으로 나오고, 친구를 만나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 끝에 산부인과를 방문해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기로 한다.
뻘쭘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외계인의 소행이 아니냐는 횡설수설까지 늘어놓는 미래는 임신이 맞다는 단호한 의사의 소견에 착잡한 마음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기까지 한다.
해외파견까지 앞둘 정도로 회사 내에서 인정받던 미래는 임신으로 인해 한순간에 모든 것이 꼬이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책임을 지고 결혼까지 계획했던 남자친구 윤호(서영주 분)와 끝내 헤어지게 된다.
영화는 결혼도 임신도 계획에 없던 한 여성의 고군분투 출산기를 다루며, 성장기의 여성 서사가 아닌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완성된 여성 캐릭터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주제와 내용으로 볼 때는 자칫 무겁게 떨어지는 톤의 영화가 될 수 있었음에도 남궁선 감독은 배우 최성은을 십분 활용해 특유의 발랄하고 독특한 리듬으로 영화를 완성해 내었다.
영화 내내 보여주는 미래의 게슴츠레한 표정과 더불어 대비되는 경쾌한 어투는 단연 압권이다.
심각한 주제의식을 지닌 작품보다는 경쾌한 터치 속에서 사회적 문제의식을 넌지시 건드리는 영리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 무명배우 충길 씨의 요지경 인생극장,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고봉수 사단의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김충길 배우가 주연으로 분해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선보인 작품이다.
영화적 스승인 고봉수 감독 특유의 결이 느껴지는 동시에 김충길 본인만의 스타일을 접목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다수의 유명 드라마에 잠깐씩 얼굴을 비춘 무명배우 충길(김충길 분)씨는 오늘도 본인을 알리고자 연기 연습에 매진한다.
특유의 넉살스러운 연기와 능구렁이 같은 성격의 충길은 매번 동생에게 '돈 빌리는 연기'를 시전하여 어렵지 않게 오늘도 돈을 빌린다.
착실하고 성격 좋은 동생은 형의 그런 모습을 알면서도 호탕하게 웃으며 매번 넘어가 준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은 충길에게 한심한 눈빛과 비아냥 섞인 조롱으로 위안 아닌 위안을 건네며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어색한 응원을 할 뿐이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충길은 항상 사람 좋은 웃음으로 친구들을 대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일쑤다.
어느 날 충길은 자신이 짝사랑하는 대학 동기 윤정(윤해신 분)에게 어색하게 고백을 하지만, 보기좋게 차이고 만다.
그런 충길의 연기를 눈여겨 봐주던 한 영화감독에게 캐스팅돼 기회를 얻은 충길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좀비 연기를 펼치지만, 어딘가 불만족스러운 연기에 화를 내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영화는 충길의 일상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누군가는 충길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고, 누군가는 말뿐인 위로를 건네고, 누군가는 애매한 사이로 남고, 누군가는 충길의 열정에 감복하기도 한다.
모두가 공통되게 충길이 언젠가는 연기파 배우로 성공할 날이 올 것이라고 얘기한다.
감독은 이런 언밸런스 하지만, 깨지고 부딪히며 맞이하는 불편한 상황 속에서 오는 유머를 위트있게 담아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분들,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세 영화는 모두 왓챠에서 감상 가능하다.
<습도 다소 높음> ▶ 바로가기(왓챠)
<십개월의 미래> ▶ 바로가기(왓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 바로가기(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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