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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종교 뒤에 숨은 그릇된 믿음 다뤄

이석용 승인 2022.01.24 09:58 의견 0
어릴 적 아빈은 십자가 아래에서 강제적으로 기도를 강요받았다.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 이석용 OTT 2기 리뷰어] 청교도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역사 속에서 교회가 가지는 힘은 어마어마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사회에서 팽배한 두려움과 이로 인한 광적인 신념을 가장 잘 나타낸 영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있다.

도널드 레이 플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오하이오주 노컴스티프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플롯의 전개 방식이 주목할 만한데, 옴니버스식 구성이지만 내레이션을 통해 이야기가 서서히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로 돼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해 참혹한 경험을 한 윌러드 러셀(빌 스카스가드 분)은, 암에 걸린 아내(헤일리 베넷 분)를 위해 매일 십자가 아래에서 간절히 기도한다.

아끼던 개를 제물로 바치고 끝내 자신까지 희생해 신의 응답을 기다렸으나 돌아오는 건 홀로 남은 아들 아빈(톰 홀랜드 분)의 상처뿐이다.

와중에 신의 도움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했다던 목사 로이(해리 멜링 분)는 신의 부활을 보여주기 위해 부인 헬렌(미아 와시코브스카 분)을 죽였지만, 결국 살인자가 된다.

또 다른 곳에는 사진작가 칼 헨더슨(제이슨 클라크 분)이 있다.

그는 히치하이크 하는 사람들을 납치해 자신의 피사체로 삼고 죽이지만, 종교라는 그릇된 믿음 아래 자신을 용서하기 일쑤다.

어느 날, 권력을 위해 목사가 된 프레스턴(로버트 패틴슨 분)이 아빈의 가족인 리노라(앨리자 스캔런 분)을 죽음으로 내몰고, 아빈은 앞서 등장한 다양한 인물들과 종교라는 굴레 속에서 엮이기 시작한다.

믿음이 아닌 권력을 위해 목사가 되었다는 프레스턴은 악마로 대표되는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 진정한 악마는 누구일까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악마'는 무엇을 칭하는 걸까.

영화는 초반부터 등장인물들의 믿음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믿음과 신앙이라는 맹목적인 가치 아래에서 그들은 악으로 물들어가며,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욱더 끔찍한 일들을 벌인다.

아내를 죽이고 신의 힘으로 부활을 바라는 남편, 아끼던 개를 자식 앞에서 죽여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아버지, 살인이라는 행위를 신념으로 삼고 종교적 구원을 얻기 위해 시체를 사진으로 남기는 연쇄살인마, 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며 어린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목사.

이러한 비이성적인 행위들은 종교라는 허물 아래에서 그들을 '악마'로 만들어간다.

개인이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에 따라 종교는 거대한 악마가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다.

종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신도들의 행동을 맞이할 뿐이다.

아빈이 살면서 보았던 광경들은 그를 다른 인간으로 만들었다. 사진 넷플릭스


◆ 그릇된 신념을 넘어선 아빈의 의지

주인공 아빈은 종교의 탈을 쓰고 그릇된 믿음을 실천하는 '악마'들 사이에서 자라지만 이들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다.

그에게 믿음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에 가깝다.

아버지가 악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목격한 그였기에 누구보다 신과 믿음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는 종교 뒤에 숨은 욕망과 광기가 일으킬 결과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프레스턴을 용서하지 않고 죽였으며, 믿음이 없었기에 헨더슨의 의도를 눈치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즉 아빈은 믿음을 경계하는 것을 넘어 믿음에 냉소적 태도를 가지고 '믿음이라는 영역 밖에 있는 인물'을 대변한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 또한 여기에서 기인했다.

타락한 믿음은 악마들을 만들어냈다.

만약 아빈처럼 믿음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악마는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현혹하는 믿음과 고난, 관념이 편재해있다.

이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악마처럼 우리의 삶을 잠식하는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모든 일을 마치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떠나는 아빈. 사진 넷플릭스


◆ 믿음과 배신, 그 경계 속 우리는

하지만 마지막 씬에서 이 개념은 아빈의 '졸음'에 의해 희미해져 간다.

그토록 냉정했던 아빈은 낯선 이의 차에 타서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들고 만다.

아빈은 그 사람에게 믿음을 줬고, 이제 그 믿음을 유지할지 배반할지는 낯선 이에게 달려있다.

아마 그 낯선 이는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과연 타인이 우리에게 준 '믿음'을 우리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영화는 헛된 믿음을 구별하고, 올곧은 믿음을 배신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P.S. 톰 홀랜드를 보고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가 생각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졌다면 오산. 그는 아빈 그 자체였다.

톰 홀랜드의 진중한 연기력을 보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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