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디즈니가 '픽사 영화'를 극장이 아닌 OTT에만 공개하는 진짜 이유

3월 극장 개봉 예정이었던 '메이의 새빨간 비밀'도 돌연 취소

정해인 승인 2022.01.13 16:09 | 최종 수정 2022.01.13 16:34 의견 0
디즈니는 왜 픽사 영화만 극장 상영하지 않을까? (사진=디즈니 코리아 유튜브 캡쳐).


디즈니와 픽사 공동 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메이의 새빨간 비밀(Turning Red)'은 3월 11일 예정이었던 극장 개봉 없이 디즈니플러스에서 바로 공개된다.

한국의 경우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이라 '소울'과 '루카'는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되고 있던 국가에서 '소울', '루카'는 극장 개봉 없이 디즈니플러스로 직행했다.

이로써 극장 상영 없이 디즈니플러스 독점 공개되는 픽사 영화는 총 세 개로 늘었다. 픽사 영화를 연달아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한 결과,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픽사 영화는 2020년에 개봉한 '온워드'뿐이다.

계속해서 픽사 영화를 극장 개봉 없이 디즈니플러스에서만 공개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의문을 가졌다. 가족 영화로 극장 문을 활짝 열어젖히길 기대했던 극장 사업자들은 실망했다.

미국 대중매체지 버라이어티가 분석한 디즈니가 픽사 영화만 디즈니플러스에 공개하는 이유를 OTT뉴스가 소개한다.

디즈니가 픽사 영화를 디즈니플러스 독점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단,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 극장 개봉을 감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픽사의 주요 관객층인 가족 관객들도 영화관보다는 OTT 플랫폼을 통한 시청을 더 선호한다.

세 가지 이유만 살펴보면 디즈니플러스에서 바로 공개하는 게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소울', '루카'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하지만 디즈니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이래로 제작된 모든 작품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한 게 아니다. 픽사 영화인 '소울'과 '루카'는 디즈니플러스로 직행한 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극장과 디즈니플러스에서 동시 개봉했다.

디즈니 영화인 '엔칸토'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엔칸토'는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되기 전 30일 동안은 영화관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디즈니는 픽사 영화가 극장에서 공개되는 것에 어떤 반감을 갖고 있길래 계속해서 극장 상영을 하지 않는 걸까?

영화계 관계자들은 디즈니가 픽사 영화를 극장에 올리지 않는 사실을 딱히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 상영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에는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업', '코코' 등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픽사 애니메이션의 흥행과 관련 있다고 본다.

박스오피스 수입도 중요하지만,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을 더 모으는 데 혈안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픽사 영화를 극장 개봉 없이 디즈니플러스에 바로 공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픽사 영화만 디즈니플러스 구독자들을 모으는데 도움 된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디즈니 영화가 디즈니플러스 구독자를 모으는 데 도움이 안된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디즈니는 픽사 영화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가치를 보았다. 어린이나 영유아를 육아하는 가정을 넘어 우디, 버즈, 니모, 도리와 함께 자란 청년층을 사로잡기 위해 픽사 영화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하는 것이다.

디즈니는 각 영화로 유입되는 신규 가입자 수 등과 같은 스트리밍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소울'과 '루카'가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증가율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극장 독점 개봉, 극장과 OTT 플랫폼 동시 상영, OTT 플랫폼 독점 공개 등 총 세 가지 전략을 실행하면서 신규 가입자를 유입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되는 픽사 영화가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구독권을 취소하는 이용자의 비율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디즈니의 전략을 두고 영화 흥행 집계 및 분석 업체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 Exhibitor Relations)의 박스오피스 분석가 제프 복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아무 상관 없다. 디즈니는 최고의 체스 말을 가지고 대담한 게임을 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픽사가 연달아 세 편을 제작했다는 것만 봐도, 픽사 영화가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유입에 도움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디즈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배급 대표 카림 다니엘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발표하며 디즈니플러스 신규 가입자 유입 필요성과 가족 영화 극장 개봉 지연에 대해 언급했다.

"전 세계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들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소울'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루카'에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이제 픽사의 새로운 장편 영화인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공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영화가 극장 개봉이 지연됐다. 온 가족이 함께 즐겨야 하는 가족 영화 특수성을 고려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디즈니의 독보적인 콘텐츠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배급 결정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오미크론 변종으로 거리 두기가 심해진다고 할지언정, 영화관에 평생 발길이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 2019년 박스오피스에서 다른 어떤 장르의 영화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끌어모은 가족 영화가 극장 산업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3월에는 많은 관객이 극장에 갈지 묻는 질문에 미국 투자자문사 MKM파트너스의 에릭 핸들러 분석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디즈니플러스는 여전히 최우선 순위로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왜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흥행몰이까지는 아니더라도 극장 개봉으로 박스오피스 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낫지 않나? 영화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있는 게 더 좋지 않나?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극장에 픽사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픽사 영화는 평균 제작비가 1억 7,500만~2억 달러(한화 약 2,078억 6,500만~2,375억 6,000만 원)다.

이에 1억 달러(한화 약 1,187억 8,000만 원) 정도의 홍보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디즈니 같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코로나 시대에 극장 상영을 위해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 요소를 껴안고 가는 것이다.

극장 개봉은 OTT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엔칸토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작년 가을부터 극장가에 서서히 활기가 돌아오면서, 디즈니는 '엔칸토'를 극장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엔칸토'를 극장 개봉하려면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782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엔칸토'는 북미에서 9,200만 달러(한화 약 1,092억 9,600만 원),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2억 1,500만 달러(한화 약 2,554억 2,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코로나19처럼 특수 상황이 아니었을 때의 수익을 기대했겠지만, 그에 미치지 못했어도 '엔칸토'는 전혀 아쉽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극장 개봉 후 30일 뒤에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했을 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엔칸토' OST 앨범은 빌보드 핫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이후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억 달러(한화 약 1,188억 7,000만 원)를 겨우 넘긴 애니메이션 영화가 유니버설 픽처스의 '싱2' 한 편뿐이다.

오랫동안 마블과 픽사는 엄청난 티켓 파워를 자랑했으며,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며 흥행을 보장받았다. 이에 픽사는 '월-E'나 '인사이드 아웃'을 제작하면서 가족 영화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고정 관객층에서 벗어난 주제로 도전을 시도했다. 다행히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픽사는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대부분의 영화사보다 좋은 실적을 갖고 있지만, '온워드'와 '굿 다이노'가 흥행을 거두지 못하면서 손실을 보았다.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의 속편이 흥행을 거두면서 이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지부와 유니버설 픽처스와 드림웍스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파라마운트와 소니가 본격적으로 미디어에 투자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영화가 과포화될 위험이 있다. 위험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시간문제다.

디즈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배급 대표 카림 다니엘이 앞서 언급했듯이 상황에 맞춘 공개 방식의 유연성은 코로나 시대의 박스 오피스 전략이다. 디즈니는 영화별로 공개 방식에 변화를 줬다. 6월 개봉 예정인 '라이트이어'는 극장 개봉할 가능성이 크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출연 캐릭터버즈 라이트이어를 다룬 스핀오프 영화 '라이트이어'는 '토이 스토리'와의 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극장에서 개봉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영화계 전문가들은 반드시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박스오피스 분석가 제프 복은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영화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양한 개봉 방식을 시도하며 테스트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픽사가 테스트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고, 이는 미래를 위한 기록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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