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딘지 이상한 <인질>

넷플릭스ㆍ웨이브 : <인질>

박정현 승인 2021.12.16 08:00 | 최종 수정 2022.05.28 17:58 의견 0
인질로 붙잡혀 위협받는 황정민(황정민 분).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너무도 익숙한 동네에서, 그것도 집 앞에서 갑자기 납치당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상에서 영화 <인질>은 시작한다.

거기다 배우 황정민이 주인공이라니,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보았는지 콘텐츠 순위권에 올라왔다가 지금은 내려간 상태다.

필자가 이 영화를 택한 건 단 두 가지 이유였다.

납치에서 벗어나려는 탈주극 스토리와 황정민.

영화 <인질>은 정석대로 납치하고 탈출하는 서사도 만들었고 황정민은 언제나처럼 열연한다.

그런데 왜 재미가 없는 걸까.

자, 솔직해지겠다. 이번 리뷰는 필자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재밌는 소재에 연기력 충만한 배우가 출연해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데 어째서 최선을 다할수록 필자는 이 영화에서 멀어져만 갔는지 짚어볼 생각이다.

괴한에게 납치당하는 황정민(황정민 분). 사진 다음 영화

첫째, 황정민이 납치된다.

영화 <인질>에서 황정민은 실제의 자신을 연기하며 새벽에 본인 집 앞에서 괴한 무리들에게 납치당한다.

바로 여기서 문제점이 하나 발견되는데, 그 납치의 과정에 긴박함이 없다는 거다.

어슬렁거리며 양아치 건달처럼 나타났던 이들이 돌연 납치의 주축으로 등장하는데, 납치하는 당시의 대사나 행동에 임팩트가 없어서 크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영화 <올드보이>의 첫 장면, 오대수(최민식 분)가 납치되는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 심심한 납치 장면이 어떠한 재미를 앗아갔는지 알 수 있을 터.

차라리 황정민의 배역이 소시민이면 괜찮았을텐데 톱스타로 설정돼 새벽녘 아무의 주목도 받지 않고 바로 납치되는 장면이 더 어색하고 심심했다.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최기완(김재범 분). 사진 다음 영화

둘째, 악당이 매력이 없다.

주인공과 적대자의 대립으로 이뤄진 콘텐츠에서 상대는 주인공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상 주인공을 응원할 수밖에 없기에, 적대자가 매력적이어야 둘이 부딪히는 순간에 주목하기 마련.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 분)나 영화 <올드보이>의 이우진(유지태 분)만 떠올려봐도 이해할 수 있을 테다.

적대자를 매력적이지 않게 하고도 박진감 넘치게 하려면 주인공이 공감 가능한 소시민이어야 한다.

이 영화 속 황정민(황정민 분)처럼 이미 유명한 톱스타가 아닌, 생계형 배우거나 톱스타일지라도 공감 가능한 서사가 있어야 한다.

이 영화 <인질>에서는 황정민이 심장병이라는 점과 가족이 해외에 있다는 것을 공감의 포인트로 잡았는데, 심장병은 거의 활용되지 않았고 가족의 사연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는 황정민(황정민 분). 사진 다음 영화

셋째, 탈출 과정에서의 긴박감이 부족하다.

긴박함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최기완과 황정민이 부딪히는 씬이 별로 없어서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나 <다크 나이트>, <올드보이> 등 적대자와 주인공이 부딪히는 영화를 보면 그 두 사람이 부딪혔을 때의 긴박한 긴장감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고는 한다.

하물며 인질극이다.

심지어 왜 황정민을 붙잡아왔는지 이유조차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인데, 최기완은 극중에서 강력한 파워를 지닌 캐릭터로 묘사된다.

그러한 파워를 지닌 사람과 황정민이 대립하는 장면, 그가 황정민을 직접 고문하는 장면이 영상화돼야 관객은 주인공을 불쌍히 여기면서 가슴 쫄리게 응원할 것이다.

이 영화 <인질>에서 최기완은 주로 본인의 업무 때문에 부재하고, 황정민과 함께하는 그의 수하들은 별다른 위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니 관객은 황정민이 탈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다소 늘어진 긴장감을 갖고 언제 끝나려나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이 영화에서 갑작스럽게 납치 당한 주인공이 일상을 되찾기 위해 분투한 끝에 결국 탈출했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본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도 충분히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려 황정민이지 않나.

연기 잘하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려고 시동을 걸 때마다 영화와 관객이 거리감을 느낀다는 건 참으로 안타깝다.

이쯤 되면 필자에게 물어볼 법하다. 이렇게 '까기만' 할 거면 리뷰를 왜 썼냐고.

잘 만든 영화만 봐서는 영화를 깊이 있게 보는 안목을 기르기 힘들다.

잘 만든 영화는 누가 봐도, 어떤 사람의 시선에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잘 알고 본다면 디테일하게 감탄할 것이고, 영화를 모르는 상태로 본대도 그 스토리와 캐릭터에서 이미 열광하게 될 테다.

필자가 이 영화를 리뷰하며 예시로 든 영화들의 경우 명작이라 할 만하다.

그렇지만 잘 못 만든 영화를 볼 때는 좀 더 날 선 시선으로 영화 안에 빠지게 된다.

흥미로운 소재, 좋은 배우를 썼는데 어째서 이 영화에 빠져들지 못하고 지루함이 느껴지는지 들여다 보면 영화를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질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영화 <인질>은 한 번쯤 볼 만하다.

앞서 예시로 든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다크 나이트>를 흥미롭게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영화를 보는 안목을 기르고 싶거나, 악당이 주인공보다 매력적이어야 관객이 유혹당한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넷플릭스로 들어가 이 영화를 클릭해보길 권한다.

엔딩까지 보고 난 뒤에 필자의 리뷰를 다시 본다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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