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최대건 OTT 평론가] 이 영화, 노골적이고 대범하다.
거기에 영리함까지 갖췄다.
영화적 설계에서 보여주는 영리함이 아닌 연출의 감각적인 영리함 말이다.
영화는 액자식 구조와 거울식 구조의 이중 구조로 이뤄져 있다.
작품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이야기 구조와 더불어 현실의 황정민이 거울 속, 즉 영화 안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펼치는 듯한 반사 구조의 형태를 지녔다.
영화를 연출한 필감성 감독은 충무로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거친 후 독립 단편 영화를 통해 데뷔하여 이제 막 장편 상업 영화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그러한 경력이 무색할 만큼 속도감 있고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한 직선적인 연출을 펼쳐 보였다.
영화는 가타부타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우리가 아는 국민 배우이자, 천만 배우인 '배우 황정민'이 <냉혈한>이라는 신작의 제작 보고회에 참석한 것으로 대뜸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어진다.
그리고 바로 납득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있지만, 마치 현실 속 황정민의 동선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그렇게 시사회를 마친 후 매니저 동생의 배웅을 사양하고 혼자 조용히 귀가하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었음을 둘의 대화에서 알려준 후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주 들르는 단골 편의점 앞에 차를 댄 후 평소처럼 귀가하려던 배우 황정민.
하지만 그는 뜻하지 않은 인물들과 조우하게 되고, 납치를 당한다.
자신을 우연히 알아본 무뢰한들이 시비를 걸다 조용히 마무리되나 싶던 찰나, 그들이 자신의 집 앞까지 찾아와 부지불식간에 자신을 차에 실어 납치해버린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영화 시작 후 10분 내 이루어진다.
그렇게 영화는 '10분의 법칙'을 충실히 지켜 관객의 집중력을 단번에 사로잡는 속도감 있는 연출을 시작으로 탈출과 위기를 반복하며 이야기를 펼친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벌이는 심리전과 급박한 상황 전개 속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인물들의 심리를 얼마나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이다.
이것은 단순히 주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연기는 여러가지 퍼즐 중 하나일 뿐이다.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연출력과 인물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사건의 긴장감을 적절히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 구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그렇게 비로소 납득하고 납득시키는 관객 대 영화 간의 싸움이 성립된다.
이것을 필감성 감독과 휘하 연출부 및 적절한 캐스팅의 배우진이 밀도 있게 완성해냈다.
<오징어 게임>을 통해 신 스틸러로 등극한 여배우 이유미는 황정민보다 앞서 납치범 집단에 납치된 후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반소연(이유미 분)역으로 다시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신세계>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성웅이 절친 배우 박성웅으로 우정출연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가 황정민의 실제 생활과 맞닿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외 섬뜩한 악역이자 납치범 집단의 대장 역을 맡은 최기완 역의 김재범 배우는 신인으로서 상당한 무게감이 요구되는 중요한 배역을 적절한 광기로 펼쳐 보였다.
이렇듯 주연 배우 황정민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낯선 배우들 위주의 주ㆍ조연들이 캐스팅됐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감을 더하는 연출을 완성시켰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캐릭터 설정의 트릭과 이야기적 반전을 보여주지 않으며 마무리된다.
이것은 영화 문법적으로 봤을 때 서스펜스적 장치를 최소화시키는 어려운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과감한 선택을 통해 영화에 연출적 당위성을 부여하며 현 시국에서 적지 않은 스코어인 163만 명에 이르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내가 무언가 남들보다 안 풀린다 느끼는 분들, 시원한 전개의 서스펜스 액션 스릴러 장르를 즐겨 보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