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지연 OTT 평론가]
*본 리뷰는 해당 다큐멘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99년 10월 9일, 스페인에서 19살 소녀 로시오가 실종된다.
이 어린 소녀의 실종 사건은 언론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기에 곧 스페인 전체의 이목이 집중된다.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로시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나섰고, 실종 지점에서 담배꽁초를 비롯한 몇 가지 증거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과 로시오의 행방은 묘연했다.
실종 25일째, 오랜 시간 방치돼 부패가 많이 진행된 로시오의 시체가 발견됐지만, 여전히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돼가는 시점에 군경찰은 주요 용의자를 세 명으로 좁힌다.
그중 한 용의자의 신원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 돌로레스 바스케스.
바로 로시오의 엄마 알리시아의 오랜 친구였다.
알리시아와 돌로레스의 관계가 단순한 친구를 넘어 10년 넘게 연인 관계였으며 로시오의 양육을 함께 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음이 밝혀지며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상황은 1999년을 살아가는 레즈비언 돌로레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언론은 돌로레스가 로시오에게 품었을 법한 원한에 대해 떠들었고, 돌로레스를 폭력적이고 매정한 여자로 그려냈다.
사실 당시 물적 증거는 오히려 돌로레스에게 유리한 쪽에 가까웠다.
현장에서 발견된 타이어 자국, 지문, 담배꽁초의 DNA 등 모든 증거가 돌로레스와 일치하지 않았으며 돌로레스는 사건 당일 알리바이도 존재했다.
하지만 정황 증거만으로 언론과 여론이 돌로레스를 범인으로 몰고 갔고 배심원단의 다수결에 따라 돌로레스의 살인 혐의에 유죄가 선고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돌로레스는 로시오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니었다.
돌로레스가 15년형을 받고 수감된 후, 2003년 8월 15일 스페인 코인 지역에서 축제 마지막 날 17살 소녀 소니아가 실종된다.
실종 5일째 되는 날 시체가 발견됐고 손에서 미세 증거물이 나왔다.
이 DNA가 로시오 사건 현장의 담배꽁초 DNA와 완벽하게 일치하면서 모두를 충격에 빠뜨린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아니, 그보다 이미 17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돌로레스에 대한 질문이 먼저다.
무엇이 무고한 돌로레스를 살인마로 만들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해안의 살인>은 편견을 내재화한 언론과 대중에 경종을 울린다.
전문가들은 이 비극이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레즈비언에 대한 혐오가 기저에 깔린 언론과 대중의 광기가 범인을 '만들었다'.
만약 로시오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소니아에게 닥친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언론에 의해, 공권력에 의해 범인이 '만들어진'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다.
수십 년 전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형을 살던 사람이 최근에서야 무죄를 인정받았다는 뉴스 역시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돌로레스를 만들어냈는가.
언론의 보도는 물론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심이 필요한 사건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사건을 공론화해 사회 시스템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해안의 살인> 초반부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는 뉴스 속 사건들을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의 가십거리처럼 다루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범죄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상대를 규정짓는 일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타인의 사건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 내리는 마녀사냥은 너무 쉽고 재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모든 일들이 너와 나, 우리의 일이라는 것이다.
로시오와 소니아 살인사건의 진범은 <해안의 살인>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판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 다큐멘터리 <해안의 살인>은 넷플릭스에서만 시청 가능하다.
넷플릭스 <해안의 살인>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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