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박정현 OTT 평론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고 싶은 날 택하는 영화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싱크홀>은 예고편에서부터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또 하나,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궁금한' 포인트도 있었다.
바로 '11년 만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는데 바로 그 집이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졌다'라는 스토리라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집값에 내 집은 커녕 전세자금 마련이나 할 수 있을까 암담한 요즘, 영화 <싱크홀> 속 상황이 더 아찔하게 다가왔다.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싱크홀은 이미 국내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현상이라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가장 안전하고 안온한 곳이라 생각되는 집 안에서 재난 상황을 맞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둘째, 지하 500m 아래로 떨어지며 이미 붕괴한 집이 서서히 더 무너져간다면 생존자들은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셋째, 극한 상황에 내몰린 생존자들 사이에는 어떤 갈등과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하며 관계를 맺어갈까.
세 가지 질문을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극한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생존자들을 제대로 그려야 하는 법.
영화 <싱크홀>은 11년 만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박동원(김성균 분) 가족과 박동원의 직장 동료,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정만수(차승원 분)의 가족 등 빌라를 둘러싼 여러 인물을 캐릭터화하여 코믹하게 다루었다.
다소 억지스러운 웃음 포인트도 있었지만 영화의 주축을 이루는 박동원과 정만수 사이의 관계는 확실하게 잡은 점이 좋았다.
문제는 싱크홀에 빠지고 난 뒤부터였다.
빌라를 중심으로 인물 관계도를 잘 설정하며 간간이 코믹 요소까지 잘 흩뿌리던 영화는 싱크홀에 빠진 후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영화 <엑시트>와 비교해보자면 비슷하게 코믹요소를 가미한 재난영화임에도 <엑시트>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현실감 있게 잘 그려낸 반면, 영화 <싱크홀>은 다소 환상적인 면으로만 비춰졌다.
재난상황에서 스스로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실제적인 장치 없이 우연이 거듭되며 인물들이 생존하다 보니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졌다.
빌라가 지하 500m 아래로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각종 건물 잔해에 깔렸어야 마땅한 인물들은 '우연하게도' 멀쩡한 모습으로 생존할 수 있었고, 물론 희생자도 있었지만 영화의 주축을 이뤘던 인물 대다수는 살아남았다.
물론, 코믹 재난영화인만큼 실제 재난상황의 극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까진 없다.
필자가 아쉬웠던 것은 지하 500m 싱크홀에 사람이 머무르고 있는 빌라 한 채가 통째로 빠져서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주변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자들이 스스로 살아 나온다는 설정을 좀 더 박진감 넘치고 현실감 있고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현실에서는 '우연'이라는 위대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우연'보다는 '필연'으로 이야기가 전개돼야 한다.
극중 인물들이 다치지 않고 생존하는 이유가 필요하며, 인과 관계가 좀 더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
허나 이 영화 <싱크홀>은 싱크홀에 빠진 이후부터 코믹 재난영화에 약간의 신파와 드라마틱한 우연이 가미되어 용두사미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영화를 중도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본 것에는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결말임에도 장면 장면이 흥미롭게 구성돼 있어서였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필자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영상미와 다소 어설펐지만 끝까지 극을 흥미롭게 만드는 코믹요소와 재난상황이 궁금하다면 가볍게 클릭하여 시청해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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