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톨킨이 최초로 번역한 숨겨진 이야기, <그린나이트>

왓챠: <그린 나이트>

강지우 승인 2021.11.25 07:00 의견 0
<그린 나이트>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강지우 OTT 평론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어떤 존재가 나타나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의 목을 베면 1년간 온갖 부와 명예를 주는 대신, 1년 뒤 자신과 같이 목을 베이는 조건으로.

당신이라면 이 게임에 응할 것인가?

<그린 나이트>는 '녹색 기사(knight)'라는 뜻의 제목으로, 14세기 작자 미상의 중세 문학인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각색한 영화이다.

이 이야기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를 다룬 아서왕 전설 중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반지의 제왕>의 작가 J.R.R.톨킨이 최초로 현대어로 번역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 믿고 보는 A24와 웨타 디지털, 그리고 배우 '데브 파텔'

A24는 미국의 중소 영화사로,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문라이트>ㆍ<플로리다 프로젝트>ㆍ<더 랍스터>ㆍ<미드소마> 등 작품성이 뛰어난 헐리우드 영화들을 다수 배출한 영화사이다.

배우 윤여정씨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미나리> 또한 바로 이 A24의 작품이다.

이처럼 '믿고 보는 A24'라는 별명이 붙은 영화사가 <그린 나이트>의 제작을 맡았으니 속는 셈 치고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A24와 함께, <반지의 제왕>, <어벤져스>, <아바타>의 디지털 시각효과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이 <그린 나이트>의 볼거리를 더욱 풍부하고 신비롭게 채워준다.

또,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아서왕의 조카인 '가웨인'이다.

인간의 욕망과 고뇌, 눈앞의 유혹에 대한 갈등, 죽음에 대한 공포 등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드러내는 '가웨인'의 모습을 배우 데브 파텔이 훌륭하게 연기해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데브 파텔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국 하이틴 드라마 <스킨스>의 크리스 역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자말을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그린 나이트>는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데다,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생각한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A24라는 영화 제작사와 신비함을 돋워주는 웨타 디지털의 시각효과, 그리고 데브 파텔의 연기 만으로 이 영화를 감상할 이유는 충분하다.

◆ 주인공의 선택과 두 개의 결말

머리가 잘린 녹색의 기사와 강도에게 당한 가웨인(데브 파텔 분). 사진 유튜브 A24 채널 캡처

가웨인은 허리띠를 만지면서 말했다.
"왕이시여, 이것이 바로 목에 지니고 있는 저의 불찰을 상징하는 띠이며,
제가 빠져들었던 비겁과 탐욕으로 인해 받았던 부상과 피해의 상징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범했던 불성실의 징표이며, 제가 살아 있는 동안 평생 걸쳐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과오를 숨길 수 있으나,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유인즉,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결코 뽑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가웨인경과 녹색의 기사 中

<그린 나이트>는 녹색의 기사가 크리스마스 날 제안한 게임에 주인공이 응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웨인(데브 파텔 분)은 고작 1년의 명예와 부를 위해 자신의 목을 건다.

부질없는 인간의 욕망을 비웃듯 감독은 1년간 가웨인이 누리는 것은 제대로 묘사하지도 않은 채, 약속한 1년 뒤 녹색의 기사에게 목을 베이러 가는 가웨인의 여정에 집중한다.

가웨인은 길을 떠나며 크게 세 가지의 사건을 마주한다.

제일 먼저,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주친 소년에게 어머니가 준 중요한 물건 '녹색 허리띠'와 말, 모든 것을 강탈당한다.

그 후,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잠을 청하다가 목이 없는 소녀 유령을 만나고 그녀의 목을 찾아준다.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성에서 성주와 그의 아내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받으며 여러 유혹 앞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가웨인의 여정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등장하는 소재가 중요하게 작용하며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약속한 크리스마스 날, 가웨인은 녹색의 기사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도끼에 목이 잘릴 준비를 한다.

목이 잘려도, 목이 잘리지 않고 도망쳐도 결국 그에게 죽음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가웨인은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것이냐, 죽음을 당할 것이냐의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 원작과 다른 부분은? 감상포인트는 무엇?

원작 <가웨인과 녹색의 기사>삽화. 사진 네이버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영미문학> 캡처

<그린 나이트>는 원작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과 전체적인 서사를 동일하게 진행시켜 나가지만, 원작과 다른 점도 있다.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법사 어머니 '모건 르 페이(새리타 커드허리 분)'는 원작에서는 실제로 가웨인의 이모이고,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여우'는 복잡한 원작의 캐릭터를 동물로 각색해 원작의 주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실제 아서왕 전설 속에서 가웨인은 원탁의 기사들 중에서도 기사도의 모범을 갖춘 인물이지만 영화 속의 가웨인은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젊은이로 등장한다.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영화 속 가웨인은 형편없는 인물도 아니고 최상의 모습도 아니지만, 자신이 결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주인공이 선택을 하는 순간마다 장면 곳곳에 등장하는 상징을 발견하고, 그것이 어떤 결말로 이끄는지를 찾는 것이다.

<그린 나이트>는 선명한 초록색, 붉은색, 노란색의 이미지가 마치 <미드소마>와 <샤이닝>같은 영화처럼 강렬함을 주고, 독특한 카메라 시점과 연출이 <킬링 디어>와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과 같은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 <그린 나이트>는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그린 나이트> ▶ 바로가기(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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