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가 내 차를 박살냈다"...'지옥' 저승사자 '천재지변' 인정될까?

제대로 특약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금' 지급 가능

편슬기 승인 2021.11.24 15:32 | 최종 수정 2021.11.24 16:00 의견 0
처참하게 찌그러진 자동차(사진=넷플릭스).


회사원 A씨는 마포구 상암동으로 외근을 나갔다가 차량이 고장나는 사고를 겪게 된다.

보험처리를 위해 보험사에 전화한 A씨. 교통사고가 났느냐는 상담원의 질문에 "저승사자가 제 차를 부쉈는데요..."라고 답한다.

잠깐의 정적, 곧이어 수화기 너머 헛웃음이 들리더니 "고객님, 장난전화하지 마세요"라는 대답과 함께 전화가 끊어지고 말았다.

■저승사자 파괴 행위 '천재지변' 인정되나요?

넷플릭스 '지옥'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들은 고지를 받은 이를 지옥으로 데려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1화 도입부부터 대낮의 도심 한복판에 저승사자 셋이 등장하며 카페 창문을 깨트리고 기물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신호를 받고 대기 중이던 차량 십여 대를 무참히 부숴버린다.

고지 집행 과정에서 저승사자가 이처럼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상해를 가할 시 당사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또한 보험사는 이를 자연에 의해 발생하는 불가항적인 '천재지변'으로 분류할까?

만약 저승사자에 의해 자동차가 고장났다면 당장 출근은 어떻게 해야하며 건물이 근무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보험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저승사자가 자동차를 짓밟고 있다(사진=넷플릭스).

보험업계 관계자 B씨는 "생명보험에선 사망자의 사인이 천재지변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지옥에서의 저승사자들이 실제로 나타날리도 없고 또 이러한 질문에 대해 쉽게 대답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소유 재산이 저승사자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된다면 보험 가입 유무에 따라 손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 C씨는 "천재지변 인정 여부는 둘째치고 일단 피해를 입은 건물이 관련 특약에 가입되어 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차량과 같은 소유물도 마찬가지다. 자차 특약을 들었다면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 하지만 보험사의 경우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규정에 따라 피해를 입힌 주체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데 저승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으니 '지옥' 세계관의 보험사들은 그야말로 지옥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승사자 관련 특약을 따로 만들어 새 상품을 팔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천재지변 인정 유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및 천재지변은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화산주의보 또는 경보를 발령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이 전세계전 팬데믹이 발생한 예외의 경우도 간혹 천재지변으로 분류하기도 하나 '자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닌 신적 존재에 의한 현상이므로 천재지변으로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법무법인 율원의 강진석 변호사는 "천재지변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강 변호사는 "특정 계약을 맺은 A와 B 사이에서 계약 이행 의무가 발생하나 이를 제 3자가 방해하는 경우, 특히 저승사자에 의해 계약 이행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천재지변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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