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선 흑인 여성 사업가, 마담 C. J. 워커

미국 최초로 자수성가에 성공한 '여성 백만장자' 이야기

이희영 승인 2021.11.15 21:56 | 최종 수정 2021.12.04 18:2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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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마담 C. J. 워커를 아는가?

'마담 C. J. 워커(세라 브리들러브)'는 미용 제품 회사 '워커'의 대표로, 미국 최초의 자수성가한 여성 백만장자다.

그는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를 비롯한 다양한 흑인 기관에 기부하고 반(反)린치 운동에도 참여한 인권 운동가이기도 했다.

건강한 모발을 지향하며 흑인 여성의 미용 문화에 이바지한 그의 삶을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있다.

바로 지난 2020년 3월 20일에 공개된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이다.

작품은 워커의 증손녀 알릴리아 번들스가 쓴 책 <On Her Own Ground>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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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에 발모제를 발라 주고 있는 세라.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마담 C. J. 워커(옥타비아 스펜서 분)의 성공담은 '발모제'로부터 출발했다.

노예 출신 세탁부였던 그는, 고된 노동과 적은 보수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탈모로 이어졌다.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결국은 강제 이혼까지 당하며 탈모 증세는 극에 달했다.

이러한 그를 구제한 건 미용사 애디(카먼 이조고 분)의 발모제였다.

톡톡히 효과를 본 이후 그에게 협업을 제안했으나 거절과 동시에 모욕을 당했다.

백인 지주와 흑인 노예 사이에 태어나 피부가 밝은 그의 눈에, 세라는 열등하고 수준 떨어지는 한 세탁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직접 발모제를 개발할 것을 결심함으로써 그의 사업이 시작되었다.

머리카락은 아름다움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며, 동시에 개인의 본질과 과거를 말해주는 유산이기도 하다.

마담 C. J. 워커의 사업은 그래서 흑인 여성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수호하고 추구해 나가는 활동이기도 했다.

당시 흑인들은 '못생겼다', '추하다'며 멸시당했고 외모를 이유로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도 못했다.

흑인의 머리에 알맞은 제품도 없었으며 손질이 어렵다는 사실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시기에 나타난 세라의 발모제는 흑인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말했다. "한 사람이 어엿해 보이면 우리가 다 어엿해 보이죠. 흑인으로서 하는 모든 행동이 모두에게 영향을 줘요. 그러니 한 사람을 도우면 모두를 일으켜 세우는 거죠."

'우리만의 미를 추구하자'라는 그의 메시지는 위축돼 있던 흑인 여성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켰고 이들끼리의 연대를 이끌었다.

자연스레 그는 살롱을 운영하며 미용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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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들에게 발모제를 홍보하는 세라.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작중 배경인 1900년대 초반은 노예제도가 철폐됐으나 여전히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기였다.

여전히 흑인들은 백인으로부터 심한 수모를 겪었고, 심지어는 백인들과 시비가 붙어 흑인이 살해당하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이 '흑인'의 정체성에 더해 세라는 여성으로서 겪는 또 다른 차별에 직면해야 했다.

전미흑인사업자연맹 총회에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여할 수 없었다.

부인들의 사교 모임이 이뤄지는 부엌만이 그에게 허용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투자자 부커 T 워싱턴(로저 구에버 스미스 분)은 그에게 '여성의 수익이 남성을 앞지르면 안 된다'라며 세라의 보증 요청을 거부했고, 그가 투자 요청을 위해 찾아간 장의사는 그를 강간하려 들었다.

세라의 활동은 그 자체로 인종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투쟁이었다.

그가 성장하며 숱한 백인 자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과정은 흑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 줬다.

더불어 딸 릴리아(티퍼니 해디시 분)를 비롯한 여성들에게 '워커' 사는 스스로 돈을 벌고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마련해 줬다.

세라는 총회에서 만난 부인들을 비롯한 흑인 여성이 자신의 가능성을 썩히지 않기를 바랐고, 그래서 많은 여성을 채용해 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도왔다.

빨래 노동 시간의 절반만큼만 일을 시키고 임금은 4배로 지급했다.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는 1910년부터 1970년대까지, '워커' 사에 몸담은 흑인 여성들이 차례로 등장하며 마무리된다.

방문판매원, 미용사, 비서, 공장관리자, 미용학교 관리에 이르기까지 흑인 여성들은 역할을 부여받았고 이를 훌륭히 해냈다.

마담 C. J. 워커가 원한 그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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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사업가로 성장한 마담 C. J. 워커. 사진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마담 C. J. 워커는 큰 야망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제품을 미국 전역에 판매하길 원했다.

남편이 '이쯤 되면 그만해도 되지 않냐'고 만류해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강단은 단순한 개인적인 꿈을 넘어서, 흑인 여성들을 돕겠다는 사명을 이행하는 모습으로도 보였다.

흑인 여성도 스스로 큰돈을 벌 수 있다.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당당히 사회에 나설 수 있다. 원하는 대로 행동하며 자신의 무대를 넓힐 수 있다.

마담 C. J. 워커는 릴리아가 입양한 소녀 페어리 메이(키키 해밀 분)을 비롯해 자신의 뒤를 따르는 모든 흑인 여성이 이러한 생각을 품기를 바랐다.

공장이 불타고, 애디의 이간질로 판매원들이 모두 나가 버리고,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는 등 온갖 난관에 부딪혔으나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성공한다.

직접 만든 제품으로, 자신답게 손질해, 단단하게 고정한 그의 머리모양처럼 말이다.

편견과 차별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바로 넷플릭스를 찾아가 보자.

넷플릭스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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