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부모님 찾습니다, 목을 자르지 않는 부모 환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어두운 그림왕국의 무서운 그림동화 이야기>

전여진 승인 2021.10.19 07:51 | 최종 수정 2022.05.28 13:06 의견 0
<어두운 그림왕국의 무서운 그림동화 이야기>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OTT뉴스=전여진 OTT 평론가]

◆ Home, Sweet Home!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

휴식을 취하는 곳,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곳...

집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르지만, 집이 주는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회에서 집이란 신체적·정신적인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집에서 소속감을 누리지는 못한다.

통계청과 여가부가 작성한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은 11만5741명으로 전체 청소년 중 2.9%로 나타났다.

가출 사유에 대해서는 61%가 '부모와의 문제'를 꼽았다.

양육자이자 보호자인 부모가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순간 자녀들은 집을 버리고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자신을 보호해 줄 더 나은 부모를 찾아서 말이다!

오늘 소개하는 콘텐츠 속 주인공인 '헨젤'과 '그레텔' 역시 가출을 결심한다.

이들이 따뜻하고 안락한 궁전을 벗어나 춥고 맹수가 돌아다니는 숲으로 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만약 헨젤과 그레텔이 청소년 상담사를 만난다면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모님이 우리 목을 잘라버렸다니까요!'

◆ 산전수전 다 겪은 두 명의 청소년

평생 변치 않을 내 편이라 생각했던 부모에게 배신당했다.

목이 잘렸던 두 아이는 궁전을 벗어나 길고 어두운 숲속으로 도망친다.

자녀의 목을 자르지 않을 새로운 부모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각종 위험이 도사리는 숲속에서 방황하던 헨젤과 그레텔은 친절한 아줌마를 만난다.

과자로 만든 집에 사는 아줌마는 케이크를 대접하며 둘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여러 위험에 시달렸던 둘은 진짜 가족을 찾았다고 느낀다.

세상에 아무런 이유 없이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 없단 사실을 두 아이는 알 턱이 없었다.

아줌마는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헨젤을 오븐에 넣어 굽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그제야 살인마의 집으로부터 도망친다.

목을 자른 부모에 이어 아이들을 잡아먹는 여자라니!

어린 두 아이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세상은 헨젤과 그레텔에게 위험천만하고 잔혹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그레텔은 새끼손가락을 잃고, 동생의 심장에 화살이 관통하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헨젤은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한 번 죽었으며, 노름빚에 악마에게 팔려 간다.

세상이 어찌 이리도 잔인하게 구는 것일까?

헨젤과 그레텔이 원하던 따뜻하고 아늑한 집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어두운 그림왕국의 무서운 그림동화 이야기>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 Home, Sweet Home!

충성스러운 신하의 조언으로 헨젤과 그레텔은 다시 궁전으로 향한다.

부모가 목을 잘랐단 사실에 충격받고 도망치던 그들이 진실을 마주하기로 한 것이다.

궁에 돌아온 둘은 목을 자른 이유에 대해 부모에게 설명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받아들이긴 어려워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가족은 예전처럼 따뜻하게 웃을 수 없었다.

부모는 헨젤과 그레텔을 여전히 어린이로 취급하고 있었고, 헨젤과 그레텔은 그런 부모의 태도가 불편했다.

그때 헨젤과 그레텔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문제가 왕국에 닥친다.

무시무시한 용이 나타나 마을을 불사르고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라를 이끄는 왕임에도 두려움에 숨는 부모와 달리 헨젤과 그레텔은 용과 맞서 싸우기로 한다.

둘은 군대를 모아 싸우고 용의 거처를 찾아내 소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부모는 헨젤과 그레텔이 성장한 모습을 인정하고 그제야 가족은 하나가 되어 행복한 엔딩을 맞는다.

◆ 이게 정말 아이들 동화라고요?

동화라는 제목에 이끌려 이 콘텐츠를 본다면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상기 기술한 잔혹한 줄거리만 보아도 자녀에게 절대 금지해야 할 콘텐츠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해당 콘텐츠는 넷플릭스 키즈 콘텐츠 상위권에 자리한 작품이다.

죽음에 대해 <쏘우>와 같은 성인 콘텐츠처럼 잔인하게 묘사하지도 않거니와 용과 마법, 초콜릿 분수와 황금 사과, 악마 등... 아이들이 가진 판타지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발달 과정 중에 갖는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무조건 막으면, 오히려 은폐와 거짓말 등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청소년기 부모와의 갈등을 잘 드러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의 목을 자른 부모를 이해할 수 없던 헨젤과 그레텔처럼 나 역시 청소년기엔 항상 무언갈 강요하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에 대해 강압적이고 나쁜 사람이라 규정하며 그 어떤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마주한 부모님은 왠지 작고 어린 느낌이었다.

'엄마 아빠도 어려서 몰랐겠구나'란 생각을 하며 처음으로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헨젤과 그레텔이 결국 용을 없애 부모에게 인정받은 것처럼 나 역시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취를 해내길 바란다.

본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