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듄>으로 돌아온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 내 맘대로 Best 4

국내 OTT 에서 만나볼 수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 4편

강지우 승인 2021.10.14 09:00 | 최종 수정 2022.05.28 12:55 의견 0
개봉 순서대로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강지우 OTT 1기 리뷰어] <지구에서의 8월 32일>이라는 영화를 필두로 감독으로 데뷔, 2011년 개봉한 <그을린 사랑>을 통해 국제영화제 상을 다수 수상하고, 이후 <프리즈너스>를 통해 할리우드까지 입성한 드니 빌뇌브 감독.

작품 전반적으로 차분한 연출과 탄탄한 빌드업의 스토리 라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 드니 빌뇌브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 2049> 이후의 차기작으로 1984년도 작품인 SF영화 <사구(DUNE)>를 리메이크한 <듄>으로 돌아왔다.

이동진 평론가가 "앞으로 미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에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필자 마음대로 Best 4를 선정해 리뷰해보았다.

◆ Best 4 - <프리즈너스>

어느 날, 한 마을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납치범으로 체포된 유력한 용의자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아이의 아버지 켈러 도버(휴 잭맨 분)는 혼자 범인을 쫓으며 고군분투하는데, 그 집착이 도를 넘어 용의자를 감금, 폭행하기까지 이른다.

침착하고 이성적인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 분)는 다른 용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냉정하게 진범을 쫓기 시작한다.

아이를 애타게 찾는 부모 역할을 맡은 배우 휴 잭맨의 강렬한 연기와 너무 침착해서 무섭게 느껴질 정도인 배우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를 통해 진실을 밝히려는 인물들의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2시간 33분으로, 굉장히 느린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자칫 지루할 수 있으나, 스릴 있는 장면을 잘 조율할 줄 아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 덕분에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필자의 한 줄 감상 : "믿고 보는 제이크 질렌할과 휴 잭맨의 연기... 그리고 도가 지나친 자기정당화"

◆ Best 3 - <컨택트>

외계의 존재와 대화를 나누려는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 사진 다음 영화

이과생들에게 <인터스텔라>가 있다면, 문과생들에게는 <컨택트>가 있다고 한다.

<인터스텔라>에서 상대성이론과 같은 물리학의 개념이 등장해 이과생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했다면, <컨택트>에서는 SF 장르임에도 과학보다 언어학이 주가 되어 문과생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상공에 12개의 셸이 나타나고,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와 과학자 이안(제레미 레너 분)이 나서게 된다.

루이스는 외계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언어를 배우게 되고, 점차 그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알아내기 시작한다.

'언어'라는 소재를 통해 감독이 사람들에게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며 영화를 감상해보자.

필자의 한 줄 감상 : "하늘에서 외계인이 내려와 하는 말. 그들의 '의도'보다 그들의 '언어'에 집중해보자"

◆ Best 2 -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마약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노력하는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 분). 사진 다음 영화

미국 국경의 무법지대에서 범죄의 온상인 마약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세 요원이 모인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 분), 범죄자를 소탕하기 위해서라면 법의 경계를 넘나들어도 된다는 식의 과격함을 보여주는 작전 컨설턴트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오직 작전 성공을 목표로 하는 CIA 요원 맷(조슈 브롤린 분)은 함께 작전에 투입되었음에도 각자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임한다.

그토록 정의와 원칙을 고수했던 케이트도 결국엔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방식'이 난무한 무법지대에서 자신의 정의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케이트의 입장이 되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녀의 허탈하고 비참함마저 느껴지는 표정에서 마치 나 자신의 정의가 무너진 것처럼 굴욕감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러한 느낌을 관객이 온전히 느끼도록 완벽하게 연출한 감독의 역량에 감탄하면서, '드니 빌뇌브식 범죄 스릴러 영화는 바로 이런 것이다'를 알게 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필자 선정 Best 2이다.

필자의 한 줄 감상 : "영화를 감상하며 '도대체 뭐야?'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데, 이 생각이 든다면 감독의 의도가 정확히 먹혀든 것이다"

◆ Best 1 - <블레이드 러너 2049>

블레이드 러너인 LAPD 요원 K(라이언 고슬링 분)와 가상의 존재 조이(아나 데 아르마스 분). 사진 다음 영화

미래의 우주 식민지 '오프 월드'에서는 과거 레플리칸트인 넥서스 6가 반란을 일으키고, 이후 모델인 넥서스 8을 폐기하려는 인간들 때문에 넥서스 8은 여기저기로 숨어버린다.

시간이 지난 2036년 레플리칸트 제조 금지법이 폐지되자 과학자 월레스(자레드 레토 분)가 인간에게 순종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레플리칸트 넥서스 9를 생산하고, 넥서스 8을 쫓아 폐기하는 역할을 하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 분)는 도망친 레플리칸트를 쫓다가 엄청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1982년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편으로 제작된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원작의 세계관을 이어받아 레플리칸트와 인간의 대립 구도, 레플리칸트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복제 인간임에도 무언가에 사랑을 느끼고, 오랫동안 딸을 보지 못한 한 아버지가 딸에게 찾아갈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며, 생명이 잉태되는 것을 경외하는 그들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인간보다도 더 인간답게 그려져 있다.

화려하고도 어두운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 모습에 놀라고, 시각적 화려함에 뒤지지 않을 철학적인 물음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영화가 바로 <블레이드 러너 2049>이다.

필자의 한 줄 감상 :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영화"

사실 Best 4에서 1까지 순위를 매겨보았지만, 단순히 좀 더 끌리는 영화 순으로 나열했을 뿐 어떤 영화가 더 훌륭하고 더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 세계는 각 영화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으면서도, 영화를 구성하는 연출과 극을 이끌어가는 호흡이 감독 고유의 느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새로 개봉하는 <듄>을 보기에 앞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전작들을 한 번 예습해 가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OTT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ott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