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흔히 뮤지컬 영화 하면 <맘마미아!>나 <캣츠> 같은, 모두가 한데 모여 춤추며 노래하는 밝은 분위기를 떠올린다.
혹은 <레 미제라블>이나 <시카고>같이 웅장하고 화려한 규모의 작품을 기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이미지를 단번에 갈라 버리는 작품이 있다.
바로 지난 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 이하 <스위니 토드>)다.
<스위니 토드>는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참여한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1979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꾸준히 공연되었다.
한국 프로덕션 공연 역시 2007년 초연을 시작으로 총 세 차례 무대에 올랐다.
조승우, 홍광호, 옥주현, 전미도 등 유명한 배우가 다수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스위니 토드'는 영국 런던을 둘러싼 도시 전설의 주인공이다.
어둡고 흐린 플릿 가 어딘가에 그의 이발소와 그의 파트너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가 있다.
건물 2층의 이발소에서 스위니 토드는 손님의 목을 면도칼로 그어 죽인다.
개조한 의자의 페달을 밟으면 시체가 층간 통로로 떨어진다.
1층의 러빗 부인은 그 시체의 인육으로 파이를 만들어 판다.
이 섬뜩한 괴담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을 통해 독보적인 개성을 띤 뮤지컬로 되살아났다.
신경을 자극하는 고음과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넘버는 작품에 기괴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러한 뮤지컬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낸 영화 <스위니 토드>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시각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화면 속 세계는 흑백에 가까울 만큼 채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장면 대부분에서 인물들의 얼굴이 반쯤만 보일 만큼 어둡다.
이러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밝고 선명한 것은 손님들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의 붉은빛이다.
영화는 어둡고 탁한 런던의 풍경을 비추며 시작된다.
런던을 가득 채운 공장 내 기계장치의 톱니바퀴는 새빨간 피가 닿은 순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붉은 피는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와 러빗 부인의 가게를 지나 런던의 지하도와 하수구로 흘러내린다.
이러한 장면 위로 뮤지컬의 주제곡, 'The Ballad of Sweeney Todd'가 겹쳐 울려 퍼진다.
스위니 토드(조니 뎁 분)는 그가 복수를 다짐하며 새롭게 만든 이름이다. 그의 본명은 '벤저민 바커'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의 일상은 판사 터핀(알란 릭맨 분)이 그의 아내를 탐함으로써 산산이 조각났다.
터핀의 공작으로 그는 누명을 쓰고 추방당했다. 15년 후 런던에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는 모두가 비웃는 앞에서 터핀에게 화를 입은 뒤 독약을 마셨고, 딸 조해너(제인 와이즈너 분)는 터핀의 수양딸로서 그의 집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벤저민 바커가 바라본 세상 속 사람들은 모두 죽어 마땅한 자들이었다.
<스위니 토드>는 그를 포함한 인물들의 '광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현실의 흔한 상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홧김에 죽인 피렐리(사챠 바론 코헨 분)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파이 재료로 쓰자고 제안하고, 이에 좋은 생각이라며 '이건 목사 파이, 이건 변호사 파이'라며 말장난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인육을 넣어 만든 파이를 맛있게 먹는 손님들로 가게는 가득 찬다.
토드는 사랑하는 딸을 향한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며 손님들의 목을 긋는다.
아내의 생존 사실을 숨긴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 분)과 덩실덩실 춤을 추다 그를 오븐 안으로 밀어 죽이기까지 한다.
그의 살인극은 인육 파이의 현장을 목격한 소년 토비아스(에드 샌더스 분)가 그의 목을 그음으로써 끝맺는다.
이러한 괴이한 분위기는 스위니 토드의 처절한 복수극과 합쳐져 시청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의 배경인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은 산업화의 폭풍이 몰아친 시기였다.
산업 혁명이 낳은 급격한 발달의 이면에는 우후죽순 세워진 삭막한 공장 건물들과 악화하는 빈부격차가 있었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노래대로, 위선적인 상류층과 고통받는 서민들이 한데 모인 당시 세상은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곳이자 '죽지 못해 사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가 벌이는 살인극은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자들을 향한 복수이자, 자신을 비롯한 서민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기득권들에 대한 저항과 조롱이다.
누구든 죽고 나면 신분과 관계없이 파이 재료가 되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스위니 토드>는 절로 심장을 부여잡게 되는 스릴러이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는 블랙코미디다.
엽기적인 도시 전설의 이면에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낳은 고통과 공포, 그리고 자조가 서려 있다.
잔혹하고도 씁쓸한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넷플릭스나 왓챠를 통해 플릿 가를 찾아가 보자.
다만, 그들의 가게로부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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