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션ㆍ메이크업… MZ세대는 지금 '유포리아' 앓이 중

김도아 승인 2021.10.07 08:00 | 최종 수정 2022.05.28 12:37 의견 0
줄스(헌터 샤퍼 분)와 루(젠 데이아 분). 사진 유포리아 공식 트위터

[OTT뉴스=김도아 OTT 1기 리뷰어] 최근 들어 많이 보이는 10대 청소년의 마약 범죄는 눈을 의심케 한다.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연령층은 다양해졌다.

소셜 미디어가 범죄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온라인 쇼핑하듯 마약을 살 수 있기에 마약 중독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직 현실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10대 청소년의 마약 중독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다.

HBO <유포리아>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잘 알려진 젠데이아가 최연소로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을 한 작품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매운맛 하이틴 드라마로 유명했던 <스킨스>가 순한 맛으로 느껴질 정도라는 <유포리아>는 10대 청소년의 마약, 범죄, 성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다루었다.

<스킨스>와 마찬가지로 <유포리아> 또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어른들만 볼 수 있는 10대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유포리아>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서 10대들의 유행과 문화를 주도하는 '유포리아 신드롬'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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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유포리아> 공식 포스터. 사진 HBO

2학년 여름방학의 대부분을 재활시설에서 보내고 돌아온 마약중독자 루(젠 데이아 분)의 내레이션으로 드라마는 시작한다.

마약을 하다 쇼크로 쓰러진 루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루의 여동생이다.

루는 동생이 느꼈을 충격과 공포를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마약을 끊을 생각이 전혀 없다.

처음엔 아픈 아빠의 약이었다. 본격적으로 마약상 페즈코에게 마약을 구매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마약 중독의 길로 빠져들었다.

결국 루는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고, 어쩌면 당연하게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유포리아>에서는 마치 슈퍼에서 코카콜라를 파는 것처럼, 축제 푸드트럭에서 프레첼을 사는 것처럼 10대들이 마약을 사고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하루를 그저 엄마에게 걸리지 않고 마약을 할 수 있는 방법만 궁리하며 보내는 루는 줄스를 만나게 된다.

트랜스젠더 줄스가 루의 동네로 이사 오면서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고 루는 줄스로 인해 처음으로 마약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동안 자기 혐오감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줄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면서 지독한 혐오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포리아> 네이트(제이콥 엘로디 분)와 메디(알렉사 데미 분). 사진 HBO

<유포리아> 속 아이들에게는 말 못 할 비밀과 오랜 시간 곪아 터진 상처들이 가득하다.

사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네이트 아빠의 잘못된 성 인지력과 고정 관념은 말 못 할 비밀과 범죄로 이어진다.

어린 네이트는 아빠가 미성년자, 트랜스젠더 등 수많은 사람과 성관계하는 모습을 찍어 모아 놓은 CD를 발견한다.

폭력적이고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아빠로 인해 네이트 또한 완벽한 것에 대한 집착과 성차별적인 강박을 가지게 된다.

루, 줄스, 네이트 외에도 매회 메인 캐릭터들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며 이들이 갖고 있는 상처가 생기게 된 배경을 보여준다.

메디는 여자는 외모가 전부라고 말하는 엄마로 인해 외모에 집착하게 되고 남자친구 네이트에게 사랑받아야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유포리아>에는 꽤 괜찮은 어른들이 등장한다.

메디는 네이트에게 목을 졸리면서도 가장 무서운 건 그럼에도 자신은 계속 그를 사랑할 거라는 것이다.

컨실러로 멍을 지우고 꽁꽁 몸을 싸매고 학교를 갔다 쓰러진 메디의 상처를 발견한 선생님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전교생을 불러 목격자를 찾고 상황을 파악하고 경찰을 불러 바로 네이트와 메디를 분리한다.

메디는 네이트가 그런 게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학교와 경찰은 절대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네이트를 경찰서로 넘기고 형사는 상처를 숨기는 메디를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묶어 상처를 찍고 증거를 모은다.

어른들이 데이트 폭력을 대하는 장면은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그리고 망설임 없이 행해진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말이 아닌 상황과 증거로 판단하려고 한다.

그리고 네이트의 폭력을 부정하는 메디에게 이런 짓을 한 사람은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마약 중독 치료 모임에서 루가 거짓말로 마약을 끊었다고 말하는 걸 알아채고 강하게 말하며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어른도 있다.

금단현상으로 미칠 것 같은 루는 팬케이크를 사달라고 전화할 수 있는 어른이 생긴다.

그런 어른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방황을 끝내고 성장할 수 있다.

Z세대가 열광한 줄스의 패션과 메이크업. 사진 HBO

밝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유포리아>의 '트렌디'함에 있다.

<유포리아>는 대부분 소위 Z세대라고 불리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배우들로 이루어졌다.

그들이 보여주는 네온 컬러의 아이섀도와 아이라인, 글리터를 올린 화려한 메이크업과 패션은 Z세대가 따라하면서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유포리아> 속 패션ㆍ메이크업, 즉 '유포리아룩'은 해외뿐만 아니라 K-POP에도 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트렌디한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조명과 사운드 그리고 독특한 편집은 <유포리아> 속 일탈과 혼돈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특히 카메라 무빙과 편집으로 마약에 취해있는 루의 시선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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