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희진 OTT 1기 평론가] 공무원 시험 6년째 낙방에 심인성 발기부전만으로도 주인공 용식(윤시윤 분)의 참담한 서사는 충분한 것 같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낙담하는 마음을 겨우 붙잡고 찾아간 비뇨기과 의사가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이라면?
서로 애틋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용식과 루다(안희연 분)는 그렇게 비뇨기과에서 전립선 마사지로 인사를 건넨다.
<유 레이즈 미 업>은 웨이브 오리지널 작품으로 기존 매체에서 선뜻 꺼내기 어려웠던 주제를 과감히 꺼내놓는다.
전립선 마사지로 산뜻하게 시작하는 이 드라마가 반가웠던 이유는 '성 엄숙주의'에 찌들어있던 대한민국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발기부전'과 '비뇨기과'라는 소재의 민망함이 무색하게 드라마는 이 시대 청춘의 초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그 방향을 과감히 옮겨간다.
'섹시 발랄'은 양념일 뿐인 이 성장 드라마는 총 8회 분량으로, 웨이브 오리지널로 확인해볼 수 있다.
<유 레이즈 미 업>은 8월 31일 공개 후, 첫 주부터 5일 연속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 콘텐츠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9월 첫째 주 웨이브 드라마 차트 5위와 전체 프로그램 차트 7위를 기록하며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 낙방이 본업인 'xx 준비생'
"5급은 6, 7년도 걸린다더라"
고시 낭인이 된 용식을 향해 동창은 위로인지 부채질인지 모를 말을 건넨다.
그러나 용식은 5급 공시생이 아닌걸? 전혀 위로되지 않는다.
9급만 6년째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용식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 용식이 알바하는 고깃집에 찾아온 동창들이 찾아온 것이 화근.
고등학교 땐 멀끔하고 성실한 용식이었지만 갑자기 기울어진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 때부터 그의 인생 궤도는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회가 20대에게 요구하는 단계별 과제를 수행하지 않으면 정상 궤도로부터 탈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용식의 인생 그 자체다.
별다른 스펙이 없는 그에게 공무원 시험은 유일한 기회였을 것이고, 혼자 서울살이를 하는 청년에게 시험 준비를 위한 생계 유지비는 그리 적은 돈이 아니었을 터.
그렇게 생계유지를 위한 알바가 본업인 공부에 우선시되다 보면 용식처럼 장수생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악순환이 악순환을 낳고 거기에 심리적 위축감이 더해져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를 벗 삼는 건 용식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공시생과 고시생을 포함한 전국의 'xx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났을 그 터널 앞에 용식이 서 있다.
용식은 여기에 발기부전이라는 청천벽력이 더해졌으니, 그 터널은 유달리 깊어 보인다.
◆ 성숙도는 제각각
성 기능의 일시적 장애라는, 다소 파격적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가 싶지만 무너진 자존감과 그가 지나온 삶의 굵직한 사건을 파헤치며 극은 보다 진중한 단계로 진입한다.
용식의 멘탈리티가 회복되는 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루다와 지혁의 관계가 성숙해지는 과정도 꽤 볼만하다.
사실 비뇨기과 의사인 루다가 용식을 치료해주기로 한 이유는 전 남자 친구 도지혁(박기웅 분)과의 자존심 대결에서 이겨야 했기 때문이다.
지혁보다 훨씬 멋진 첫사랑이 지금은 보잘것없는 공시생 신분에 거기다 발기부전 환자라는 사실을, 루다는 참을 수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저 잘난 지혁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아득바득 용식의 발기부전 치료에 돌입해서 용식의 전 여자 친구까지 건드리는 무리수를 둔 건 그렇게 해서라도 용식의 발기부전 치료를 고쳐 결국 지혁에게 '거봐 내 첫사랑 이런 사람이고, 난 이런 사람이야. 그리고 넌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루다의 욕심 때문이다.
이에 '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사랑했던 사람의 상처를 들쑤시는 방식은 사랑이 아니라'며 용식은 불편함을 표한다.
사랑을 '서로의 힘겨루기'로 이해하는 루다와 지혁에게 용식은 이 순간만큼은 환자임에도 존경받아 마땅한 어른이다.
그렇게 루다와 지혁은 용식의 치료를 통해 서로에게 겨뤘던 칼날을 비로소 거둘 수 있게 된다.
비루한 신분이지만 용식에게만 있었던 진면모를 루다는 다시금 깨닫고, 예상대로 루다와 용식은 발기부전에도, 미완성이었던 첫사랑에도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는다.
세상의 속도에 비견해 본인을 낮출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짐짓 유치해 보이고 당연해 보이는 말일지라도 어떤 나락에 있는 청춘이라면 충분히 이입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 때문이든 몸 때문이든 쉬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청춘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한, 이런 드라마는 언제고 만들어져야 한다.
'성 엄숙주의'와 함께 스스로를 '루저'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도 누그러들기를 바라며, <유 레이즈 미 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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