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이희영 OTT 평론가] 'Untold'가 원제인 <말하지 못한 이야기>는 넷플릭스에 공개된 5부작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이다.
<경쟁에서 전쟁으로>ㆍ<브레이킹 포인트>ㆍ<악마와의 거래>ㆍ<죄와 벌 그리고 하키>ㆍ<케이틀린 제너의 순간들> 다섯 편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8월 10일 <경쟁에서 전쟁으로>를 시작으로 매주 에피소드가 공개되었고, 9월 7일 <브레이킹 포인트>를 끝으로 시리즈가 모두 업데이트되었다.
각 에피소드는 스포츠계에서 큰 이슈를 일으켰던 사건들을 회상하는 구도를 취한다.
사건의 당사자들과 관계자들이 등장해 당시를 직접 증언한다.
<경쟁에서 전쟁으로>는 2004년 NBA 구단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홈구장 '팰리스 오브 오번 힐스'에서 발생했던 선수와 관객 간 폭력 사태를 다룬다.
사태 한복판에 있었던 인디애나 페이서스 선수들과 관객들이 그때를 이야기한다.
<악마와의 거래>에서는 국제 복싱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여성 중 한 명인 크리스티 마틴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가 링 위에 올라 명성을 얻은 이야기와, 트레이너이자 남편이었던 짐 마틴에게 당한 폭력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케이틀린 제너의 순간들>은 켄달ㆍ카일리 제너의 생물학적 아버지로도 유명한 케이틀린 제너의 삶을 돌아본다.
그는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육상 10종 금메달리스트, 브루스 제너'였다'.
2015년에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그는 '브루스'를 정체성 혼란을 잠재우고자 만들어낸 또 다른 인물로 칭한다.
<죄와 벌 그리고 하키>는 '댄버리 트래셔스'라는 아이스하키 구단의 이야기를 다룬다.
과격한 플레이와 폭력도 서슴지 않았던 이 구단은 마피아와 결탁한 탈세자 제임스 갈란테가 창단했고, 그의 17세 아들 AJ가 회장을 맡은 단체였다.
마지막, <브레이킹 포인트>에는 세계 랭킹 7위에 올랐던 테니스 선수 마디 피쉬가 등장한다.
승리를 향해 달려온 그가 어느날 발병한 공황 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분투기를 다뤘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 시리즈는 선수들이 당시 '왜 말하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으로 묶이며, 이 의문은 '무엇이 그들을 말하지 못하게 했는가'라는 질문과 치환된다.
<악마와의 거래>의 크리스티 마틴은 자신을 전담한 짐 마틴에게 통제당해 왔으며, 끔찍한 범죄를 당한 이후로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경쟁에서 전쟁으로>의 인디애나 선수들은 '깡패(thug)'라는 단어를 위시한 언론과 대중의 공격에 시달렸다.
케이틀린 제너는 정체성 혼란, 그리고 금메달리스트 '브루스 제너'로서 얻은 명예와 인기의 부담에 얽매였다.
<브레이킹 포인트>의 마디 피쉬는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스포츠 선수로서 자신이 겪는 정신질환을 밝힐 수 없었다.
<죄와 벌 그리고 하키>의 경우 과격하고 폭력적인 구단, 그리고 창단자의 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증언자가 필요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리즈는 분명 유의미하다.
크리스티 마틴, 케이틀린 제너, 마디 피쉬 등 선수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창구를 마련해 주었고, 덕분에 그들은 오랫동안 간직한 진심을 드러낼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발언권은 모두에게 주어져서는 안 됐다.
크리스티 마틴을 죽이려 들기까지 한 짐 마틴의 이야기를 굳이 들어주며 스크린에 담아낼 필요는 없다.
심지어 그는 전처이자 전담 선수에게 저지른 죄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징역형을 두 번이나 선고받은 제임스 갈란테의 입에서 나오는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 선수들을 향해 맥주 컵과 의자를 던진 관객의 회고담 역시 궁금하지 않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가해자이자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는 당시 말할 권리를 '빼앗겼던' 이들에게만 허용돼야 한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는 유명 선수들과 관련 인물들의 입을 빌려 당시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을 다시 현재로 끌어온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살피고 스포츠의 미래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스포츠 선수의 성 정체성이나 정신질환에 초점을 맞춘 인상 깊은 에피소드도 있었으나, 논의를 잇지 못하고 과거의 회상 및 합리화 정도에 그친 순간 역시 있었다.
이후 다른 에피소드가 기획된다면, 주인공 본인의 내면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연출했으면 한다.
미국을 벗어나 다양한 국적의 선수를 조명했으면 하는 것도 또 다른 바람이다.
각 에피소드는 한 시리즈가 아닌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등록돼 있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검색하면 다섯 편이 나오니 참고하길 바란다.
<악마와의 거래>에는 맞거나 베인 상처와 피가 낭자한 현장을 담은 사진이 적나라하게 나오니 시청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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