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김지연 OTT 평론가] 한동안 방송가에선 육아 예능이 트렌드였다.
수많은 육아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한부모 가정의 육아가 전면에 나온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은 큰 화제였다.
사유리의 출연을 반대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는 등 방영 전부터 쉽지 않았지만, 한국 사회가 그동안 공고히 세워왔던 '정상가족'의 틀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시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혼 후 솔로 육아를 시작한 연예인들을 보여주는 JTBC의 <내가 키운다>는 육아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서 출연했다는 출연자들의 말처럼, <내가 키운다>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다.
싱글맘과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연일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한다.
특히, <내가 키운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채림의 존재다.
실제로 이혼 후 혼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채림은 VCR을 보면서 솔로 육아의 고충에 공감하기도, 출연자들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기도 하며 '공감의 여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아직 싱글맘으로서 수많은 편견에 맞서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출연 자체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출연자들을 다독여주기도 한다.
그동안 방송이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부족했던 만큼, 싱글맘들의 육아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하지만 조금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채림의 공감 능력은 단순히 출연자들을 위로하는 것 이상으로, 시청자들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게 만든다.
채림의 리액션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와 달리 메인 MC인 김구라의 미미한 역할과 분량은 채림과 비교된다.
마찬가지로 솔로 육아 선배인 김구라는 첫날부터 여성 출연자들 사이에서 시종일관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한다.
다른 방송에서 보여주던 모습보다는 훨씬 부드럽지만, 서로 공감하며 눈물을 보이는 출연자들에게 장난스럽게라도 면박을 주는 모습 등은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는다.
우울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종종 출연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이는 그의 모습은 몰입을 방해한다.
현재 콘텐츠 시장은 액션보다 리액션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댓글 모음 콘텐츠'의 유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젠 콘텐츠 자체의 재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느냐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특히 리액션은 관찰 예능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VCR을 보고 있는 MC들이 어떤 역할을 하냐에 따라 프로그램에 몰입감을 더하기도 하고, 흐름을 깨는 리액션으로 시청자들의 질책을 받기도 한다.
<라디오스타>처럼 하이에나식으로 달려드는 토크쇼가 아니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힐링하는 관찰 예능 <내가 키운다>에서는 김구라 특유의 뚱한 태도가 프로그램의 결과 맞지 않아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내가 키운다> ▶ 바로가기(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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