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을 편하게 마주하는 영화, <그린 북>

왓챠ㆍ카카오페이지ㆍ티빙ㆍ시즌 : <그린 북>

박시원 승인 2021.08.24 08:00 의견 0
영화 <그린 북> 공식 포스터. 사진 다음 영화

[OTT뉴스=박시원 OTT 평론가] 대륙 위로 그려지는 두 남자의 초록빛 우정 이야기.

지난해,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에 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 정확하게는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겠다.

인종차별은 옳지 않은 것임을 배우고 자연스레 깨달으며 자라지만, 그들이 가진 역사와 그에서 비롯되는 더 큰 감정을 우리가 모두 헤아리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주는 영화, <그린북>을 소개한다.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필하는 셜리 박사와 토니. 사진 다음 영화

언제 어디서나 원칙보단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분).

이탈리안 이주민이었던 그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일자리를 알아보며 만나게 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분) 박사의 운전사로 고용되면서 둘의 여정은 시작된다.

시대적 상황과 환경으로 은근한 차별을 계속 마주하는 돈 셜리 박사와 이를 기정사실로 하듯 존재하는 '그린 북'.

마찬가지로 흑인에 대해 못 마땅해했던 토니는 그러나 점점 그를 음악가로서,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차별 장면 외에도 영화 군데군데 숨어 있는 장치를 찾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비문화적인' 행동을 하는 토니와 반대로 매사에 이성적이며 '잘 배운' 듯한 행동을 하는 셜리 박사의 모습에서 우리가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다.

특히 '흑인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선 그에게 흑인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며 쉽게 이야기하는 토니와, 흑인도 백인도 아닌,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자기 처지에 대한 울분을 터뜨리는 셜리 박사를 보며 내가 누군가에게 토니처럼 굴었던 적은 없는지, 어떠한 고정관념에 누군가를 당연하게 넣고 색안경을 끼고 보진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셜리 박사에게 정장을 추천하는 토니. 사진 다음 영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셜리 박사를 마음 안에서 인정하고 그를 존중하는 토니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초록빛 우정을 응원하게 된다.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당시 이탈리안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토니 역시 또 다른 양상의 피해자나 마찬가지였고, 그런 둘의 화합은 함께 차가운 현실에 맞서는 것 같은 진한 감동을 준다.

다른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불편한 진실을 불편하지 않게 담아냈다는 데에 있다.

차별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타인을 똑같이 차별하는 모습, 그러나 점점 변화하며 인간이 입체적임을 보여주는 장면들, 어느 순간 차별에 익숙해져 체념한 채 다음 장면을 감상하는 우리까지.

모두가 익히 알고 있지만, 누구 하나 먼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을 담담하게 풀어낸 것이 이 영화를 오스카 작품상까지 이끌어간 매력이 아닐까.

우리에게 <반지의 제왕>으로 익숙한 비고 모텐슨의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인 영화 <그린북>은 티빙, 왓챠, 카카오페이지 그리고 시즌에서 볼 수 있다.

<그린 북> ▶ 바로가기(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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