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 사진 네이버 포토
[OTT뉴스=황수현 OTT 1기 리뷰어]
199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좌충우돌 회사 비리 파헤치는 여직원들!
그런데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승진? 내부 고발이냐 승진이냐, 그들의 결말은?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 국민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순간이다.
이후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목으로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제한을 받았다.
이는 영화 산업에도 피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에 개봉하려고 했던 영화는 연기되고, 취소됐다.
그러나 이 코로나 시국에도 영화를 개봉하여 150만 명을 넘기는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다.
영화는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을 바탕으로 그 시절의 분위기를 묘사하며 각색되었다.
영화 제목만 봐서는 토익 공부하는 내용이 대다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차별ㆍ대기업의 횡포ㆍ환경 문제 등 이 영화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많았다.
오히려 제목은 미끼였으며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지 리뷰어의 시점으로 파헤쳐봤다.
이자영, 정유나, 심보람 등 여사원들이 커피를 나르고 있다. 사진 네이버 포토 스틸컷
▶ 여자는 탕비실, 남자는 사무실
영화의 시작은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여러 명의 여사원들이 수많은 커피를 타는 장면이었다.
대부분 10년이 가깝게 근무를 해온 이들은 여전히 사원이었고 자기들보다 늦게 들어온 남사원은 어느덧 대리가 돼 있었다.
Ctrl + V 버튼도 모르는 부장과 서류 위치조차 모르는 대리보다 뛰어난 여사원들이었지만, 고졸이라는 이력과 여자라는 이유로 이들은 차별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상사의 눈칫밥을 먹어야했다.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그 시절 회사 분위기를 몸소 체험해 본 적은 없지만 TV나 영화, 다큐멘터리같은 여러 시사 프로그램으로 익히 보고 들었다.
그 시절 그 분위기였다.
어떻게 보면 극 중에서 페놀오염에 관한 비리를 파헤치게 된 계기도 이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남자들이 담배 심부름이나 시키며 안주해 있을 때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오히려 여자들이 내부 고발자를 자처하며 발벗고 나섰다.
이렇게 회사와 전쟁 아닌 전쟁으로 본인들의 권리를 찾아 나섰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물론, 회사 내 성 평등에 대해 아직 완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1990년대의 극심했던 성차별을 여실히 꼬집었다.
▶ 대기업의 횡포, 과연 지금은?
극중 삼진그룹은 대기업이다.
이자영(고아성 역), 정유나(이솜 역), 심보람(박혜수 역) 이 세 여사원이 페놀오염 사건을 파헤치다 여러 번 좌절을 겪었다.
녹음을 하고, CCTV 영상을 돌려보고, 증거들을 수집하며 아는 기자에게 전달하지만, 언론을 통제하는 대기업엔 쉽지 않았다.
오히려 허위뉴스를 이용하여 덮어대기 일쑤였다.
또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은 좌절감, 상대적 박탈감, 열등감 등 스스로 사직서를 쓰게 만들었다.
오늘날의 환경은 어떨까.
과거 허위뉴스를 이끌었던 언론 매체는 이제 종이신문에서 인터넷, SNS 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 사회에 이익이 되는 'ESG경영'이 대두되어 친환경적인 기업을 지향하는 추세지만 우리 모두가 동전의 양면을 보는 시야를 기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동전을 넣고 전화하는 공중전화기로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여사원들. 사진 네이버 포토 스틸컷
영화를 리뷰하며 무거운 이야기를 했지만, 영화 자체는 볼 만한 구석이 많다.
특히 컴퓨터, 공중전화기 등 199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재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오락실 게임을 연상케하는 엔딩 크레딧도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영화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사건의 주범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지만 역시 처음부터 착하게 나오면 의심해야 하는 한국 영화의 클리셰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훨씬 많은 관객 수를 기록했을 거라 생각하며 리뷰어의 시점으로 '8.8점'의 평점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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