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 노희진 1기 리뷰어] 정가영 감독에게 붙여지는 '여자 홍상수'라는 별명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그 수식어로는 정가영 감독을 오롯이 담아낼 수 없다.
정가영 감독은 기존의 영화 문법을 깨고 감독 본인의 정체성을 가장 직선적으로 드러낸다.
1년에 평균 2개의 단편 영화를 만들며 단편 영화계를 휩쓸었다.
현실감에 발칙함을 추가한 톡톡 튀는 대사와 그 대사가 유영하는 남녀 관계의 묘한 긴장감은 정가영 영화의 정체성이다.
정가영 감독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찌질하고 투박한 여성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녀의 영화에는 적극적이고 뻔뻔하게 '구애하는' 여성이 나온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여성 캐릭터가 자주 나온다.
정가영의 단편은 잊을만 하면 나온다.
정가영 감독의 새 영화 <우리, 자영>은 지난해 하반기 촬영에 돌입했다.
그녀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며 이전 작품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내가 어때섷ㅎㅎ> 이 두 작품은 모두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2017)
'그래서 조인성이 나오나 안 나오나!' 하는 마음만으로 20분이 훌쩍 지나간다.
감독 본인으로 나오는 정가영(정가영 역)은 영화에 조인성을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
시나리오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상상은 자유니 가영은 친구랑 통화하며 '조인성을 캐스팅해볼까?' 하는 발칙한 발상에 도달하게 되는데.
시나리오 작가, 감독 그리고 모든 영화인의 꿈인 '셀럽 캐스팅'을 이렇게 발칙하게 그려낼 수가 없다.
가영의 상상력에 관객으로서의 소망을 얹어 끝내 수화기 너머 조인성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극중의 가영인지 감독 본인으로서의 가영인지 우리는 구분하지 못한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 밖의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
정가영 감독은 무작정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시나리오를 조인성의 소속사로 보냈고, 이를 본 조인성은 발칙함에 사로잡혀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
취향과 꿈을 여기저기 퍼뜨리는 정가영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성공했다.
그녀가 앞으로도 이런 발칙함과 뻔뻔함을 유지해 더 많은 영화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 <내가 어때섷ㅎㅎ> (2015)
애인이 있는 남자를 앞뒤 가리지 않고 맥락 없이 '꼬시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번에도 정가영은 가영 본인으로 등장한다.
자기 남자친구를 '꼬셔보라는', 친구가 부탁한 미션을 달갑게 받아들인 가영은 별 어려움 없이 백수장에게 다가간다.
명목은 실험이지만 가영은 내심 '진짜로 꼬셔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가영의 표정이, 자꾸 숨기려 해도 튀어나오는 구애의 진정성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백수장은 끄떡도 없다.
'어랏, 이건 계획에 없던 시나리온데' 가영의 표정이 말해준다.
실험은 가영을 뺀 수장과 수장의 여자친구에겐 성공적이었지만 어쩐지 가영의 표정이 밝지가 않다.
그녀의 나이 27. 지금까지 연애 횟수가 3번인데 각각 5년, 8년 그리고 10년이다.
도합 23년의 연애 경험을 가지고 이 실험을 무력하게 성공시킨 가영의 마지막 표정이 압권이다.
대놓고 찌질하지만 어쩐지 미워하기엔 힘든 가영의 캐릭터는 지금껏 여성에겐 잘 허락되지 않았던 캐릭터다.
더 찌질한 여성 캐릭터를 기대하게 만드는 <내가 어때섷ㅎㅎ>
이외에도 정가영 감독의 독보적 여성 캐릭터와 허를 찌르는 대사는 <캐스팅>, <극장 미림>, <혀의 미래> 등 그녀의 단편 작품에서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다작의 길을 걸어온 그녀가 어떤 장편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새 작품이 개봉하기 전에 얼른 왓챠에서 예습해보자.
왓챠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바로가기
왓챠 <내가 어때섷ㅎㅎ>▶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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