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조은비 OTT 1기 리뷰어] '의학 드라마'라고 하면 정신없는 응급실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고군분투하거나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고 신의 손이라 불리는 손으로 기적같이 환자를 살리는 스토리를 기대할 것이다.
이런 스토리 속에서 위기는 대부분 누군가로부터 상해를 입거나, 가지고 있던 질병이 재발해 손이 움직이지 않는 등 신의 손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때 발생한다. 그리고 그런 위기와 해결 속에서 시청자들은 의학 드라마의 긴장감을 느낀다.
그러나 여기 그 긴장감의 구도가 색다른 데에서 나타나는 두 드라마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의 <굿 닥터>와 티빙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이 드라마들의 주요 위기와 해소는 의사들의 '실력'이 아니라 환자들과의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신뢰와 친밀감이 존재하는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라포'의 형성 여부가 드라마의 위기와 해소로 작용한다.
▶ 라포를 배워나가는 <굿 닥터> '숀 머피'
2013년 KBS2에서 방영한 드라마 <굿 닥터>를 리메이크한 해당 작품은 서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숀 머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외과 의사에게 필요한 지식에 매우 능하다.
웬만한 경험 있는 의사들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암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에게 부족한 점이 하나 있다.
다른 사람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동료 의사든 자신이 돌봐야 하는 환자든 숀 머피는 그들과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겁을 주기도, 의사로서 신뢰를 잃기도, 동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소통의 어려움이 숀 머피가 인정받는 의사가 되어가는데 위기로 작용한다.
그러나 점차 주위 동료들의 도움으로 의사소통의 방법을 배우고, 자신과 같은 자폐증 환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위기가 해소된다.
▶ '라포의 신'들만 모아놓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로그라인부터 다른 드라마와 남다르다.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이야기가 아니라, 인생 이야기라는 점을 명시한다.
그리고 의사인 5명의 주인공의 매력 포인트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아니라 라포에 매우 능한 그들의 모습이다.
물론 이 5명 모두 의사로서의 실력은 모두 탑급이라는 설정이지만 이 설정은 그들의 라포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다.
드라마의 위기가 라포에 의해서가 아닌 실력에 의해서로 분산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 드라마에서 위기는 '라포의 신'들이 감정에 너무나 충실해서 일어난다.
자신과 오랜 시간 정서적 교류를 했던 환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지 못하거나,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그들은 힘들어하고 드라마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나는 정서적 치유는 그 긴장감을 와해시킨다.
의학 드라마에서 라포는 주로 의사의 사명에 의해서 설명이 되곤 했었다.
의사의 사명에는 그냥 기계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만이 아닌, 환자가 고통스럽지 않게,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설명으로 의사들의 소통을 중요시했다.
이 때문인지 여전히 의학 드라마를 보면 의사의 사명으로 소통을 하는 의사들과 환자를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하는 보호자들 사이에 괴리가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위의 드라마들은 보다 '라포'에 진심이다.
사명보다는 정말 의사라는 사람과, 환자라는 사람. 그들 간의 소통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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