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엉망진창 내 인생, 아마존프라임 <플리백>

아마존프라임: <플리백>

박서영 승인 2021.08.04 12:02 의견 0
플리백 포스터. 사진 로튼 토마토 캡쳐


[OTT뉴스=박서영 OTT 1기 리뷰어]

▶ 내 인생 왜 이러니?

<플리백> 속 주인공은 플리백(피비 윌러-브리지 분)이다.

물론 실제 이름이 아니라 주인공의 닉네임이다.

'Fleabag'은 싸구려 여관, 더러운 몰골을 한 사람 등을 뜻한다.

그녀의 인생은 플리백의 뜻처럼 엉망진창이다.

친구는 얼마 전에 자살했고 망하기 직전인 카페를 운영하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마치 중독처럼 남자들과 의미 없는 성관계를 지속한다.

가족들 또한 그녀에게 안락함을 주지 못한다.

엄마는 죽었고 새엄마와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유지 중이다.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언니와는 매번 부딪힐 뿐이다.

하지만 비참한 현실을 사는 플리백은 그럴수록 자신의 상처나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의미없어 보이는 농담과 시니컬한 태도로 모든 상황을 그저 넘길 뿐이다.

이를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그녀에게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인생이 망했다고 한탄을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보다는 스스로 더 나쁜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

그녀는 자기혐오와 죄책감이라는 감정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파괴하는 선택을 한다.

<플리백> 시즌1 스틸컷. 사진 로튼 토마토 캡쳐


▶ Are you okay?

<플리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플리백에게 묻는다.

"너 괜찮아?"

이에 플리백은 괜찮다고 답하지만 사실 그녀는 괜찮지 않다.

그녀는 언뜻 보면 성적으로 자유롭게 때로는 이기적이며 쿨한 현대 여성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내면에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내재돼 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관객을 향해 던지는 농담에도 마냥 웃을 수는 없다.

페미니즘 강의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와 외형을 위해 5년이라는 세월과 바꿀 수 있냐는 질문에 손을 들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외면에 대해 집착한다.

만약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때는 자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욕망의 대상이 되기를 자청하기도 한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의 속마음과 상관없이 상대를 위한 거짓된 말들과 행동을 표출한다.

플리백은 끊임없이 관계를 원한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관계가 없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원한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그녀는 여러 남자들과의 관계 도중에도 거짓된 반응을 한다.

<플리백> 시즌1 스틸컷. 사진 로튼 토마토 캡쳐


▶ 제4의 벽을 깨다

처음부터 플리백은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플리백>의 배우이자 작가, 감독인 피비 윌러 브리지는 카메라를 보며 말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제 4의 벽을 깨버렸다.

유일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놔도 괜찮은 대상으로 시청자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우리들을 극에 동참시킨다.

이 때문에 <플리백>을 보는 동안 우리는 플리백의 생각, 감정들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친구가 되어 몰입하게 된다.

특히, 플리백의 속마음을 아는 상태에서 그녀가 실제 인물들에게 하는 행동들이나 말이 정반대인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순간 순간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끝에 가서 그녀가 진짜 숨겨왔던 진실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된다.

모든 것을 관객들에게 말한 줄 알았는데 그녀가 극이 진행되는 내내 떠올리던 친구의 죽음을 이르게 만든 바람난 여자가 플리백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된다.

이 때부터 우리는 플리백의 시니컬한 농담과 자기파괴적인 행동들이 이 상처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플리백> 시즌1 스틸컷. 사진 로튼 토마토 캡쳐


▶ 피비 월러 브리지에 의한, 피비 윌러 브리지를 위한 드라마

영국에서 가장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 중 한명인 피비 윌러 브리지는 <플리백>의 배우이자 작가이자 감독이다.

그녀의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한국에서 두터운 팬덤층을 만들어 낸 <킬링 이브>의 작가이기도 하고, 2021년에 개봉하는 007 마지막 시리즈의 공동작가이며 <플리백>으로는 에미상의 감독ㆍ각본ㆍ여우주연상까지 싹슬이 했다.

본래 이 작품은 월러브리지가 1인 연극으로 대본을 쓰고 직접 연기를 한 작품인데 이를 드라마로 탄생시켰다.

실제로 fleabag은 윌러브리지를 가족들이 부르는 별명 중 하나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투영한 캐릭터라 그런지 대사, 표정, 행동이 매우 리얼하다.

그녀의 원맨쇼라고 불릴 정도로 플리백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윌러브리지의 재능 넘치는 연기ㆍ각본ㆍ연출을 보다 보면 플리백 뿐만 아니라 피비 윌러브리지에도 자연스럽게 빠지게 될 것이다.

<플리백>은 BBC와 아마존이 공동 제작한 드라마로 아마존 프라임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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