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홍지후 OTT 1기 리뷰어] 올림픽 시즌이 다가오면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날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인기를 반영하듯, 스포츠 관련한 콘텐츠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대세는 바로 '운동하는 여자들'이다.
여자 연예인, 여자 국가대표 선수 등이 모여 팀을 이뤄 대전 하는 <골 때리는 그녀들>은 최고 시청률 10.2%를 찍으며 인기를 증명했다.
전, 현직 여자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각 종목을 체험하는 <노는 언니>는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50회를 넘어서 계속되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프로 야구 선수가 되고자 하는 소녀를 다룬 영화 <야구 소녀>(2020, 최윤태)도 다시금 주목할 만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7월 23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운동하는 여자들'을 다룬 예능과 영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 움직이고 움직여서, 가능한 여자들
여자는 피구, 남자는 축구.
체육 시간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에 모이면 선생님은 왼손에는 딴딴한 축구공을, 오른손에는 말랑한 피구 공을 든 채 우리를 반으로 가른다.
남자아이들이 운동장 전체를 쓰며 축구를 할 때, 여자아이들은 구석 한쪽에서 공을 던지고 피하는, 피구를 했다.
이 때문인지, 여자는 축구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않다.
월드컵이나 국가대표 친선경기가 있을 때는 한국인 모두가 애국심에 불타올라 경기를 즐기지만 운동장 위에서 직접 공을 차본 여자들은 얼마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반면, 남자들에게 축구는 일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군대에서까지 축구를 하고, 아저씨가 돼도 조기 축구 클럽에 가입해 축구 경기를 직접 뛴다.
축구뿐만이 아니다.
사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남자들의 경기에서 여자는 남자를 응원,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천하무적 야구단>, <뭉쳐야 찬다> 등 스포츠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의 콘텐츠의 주인공은 주로 남성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여자들도 축구공을 차기 시작한다.
<골 때리는 여자들>의 여자들은 여타 평범한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축구공을 거의 차 본 적 없는 여자들이다.
그런 그녀들이 운동장 위에서 땀을 흘리고, 축구 선수로서 환희와 좌절의 순간을 맛본다.
'여자가 무슨 축구야.', '방송이니까 그냥 하는 척하겠지'라는 편견을 뛰어넘은 그녀들은, 매 순간 진지한 태도로 경기에 임한다.
엎어지고 굴러도 다시 일어나고, 부상 투혼도 마다하지 않는다.
○○팀의 팬, 치어리더로서 살았던 여자들은 이제 선수로서 직접 경기를 뛴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만 살다가 축구에 재미를 깨우친 명서현은, 축구선수인 남편(정대세)이 있는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까지 했다.
왜 이제까지 여자들은 공을 차지 못했던 걸까.
약해서? 다칠까봐? 못해서?
(여기서 못한다, 는 실력이 아니라 불가함을 뜻한다.)
실제로 여자들이 그래서가 아니라, 그렇게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 속 여자들은 약하지 않고 못 하지 않고 다쳐도 다시 일어난다.
◆ 여자'라서' 가능한 것들
<노는 언니> 속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전, 현직 국가대표 여자 선수들로 이루어진 멤버들은 매주 게스트를 초대해 자신의 분야가 아닌 타 종목을 체험한다.
피겨 스케이트와 리듬체조 같이 여성이 하는 스포츠라는 편견을 지닌 소수의 종목을 제외하면, 같은 스포츠라도 여성은 외면받아왔다.
혹은 특출나게 잘할 때만 잠깐 관심을 줄 뿐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컬링 은메달을 획득한 '팀 킴'은 당시 엄청난 화제를 끌었으나, 기억 속에서 잊히고 말았다.
<노는 언니>에 게스트로 출연한 '팀 킴'은 그동안 지도자의 폭언과 횡령 등에 시달렸다고 다시금 고백했고, <노는 언니> 속 멤버들은 그녀들을 위로해주었다.
또 멤버들은 여성 운동 선수로서 출산과 육아에 관해 이야기하며, 여타 워킹맘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몸 담았던 분야에서의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나눴다.
<노는 언니>가 아니었다면 이런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오갈 수 있었을까.
그동안 부재했던 목소리들은 <노는 언니> 안에서 자유롭다.
이번에는 예능이 아닌 영화 얘기를 해보겠다.
<야구 소녀>(2020)에서 프로야구 투수가 되기를 꿈꾸는 주수인(이주영 분)은 여성의 신체적 한계로 직구(패스트볼) 속도가 130km대에 머문다.
그 때 코치 진태(이준혁 분)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단점(구속)은 보완되지 않아. 단점을 보완시키려면, 장점을 키워야돼"
이 말을 힌트로 수인은 속도가 느리지만 회전율이 높은 너클볼을 주 무기로 삼아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물론 수인의 가능성을 기존 리그의 장, 단점으로 판단하는 코치의 시선 자체가 잘못됐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말이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는, 언젠가는 단점 때문에 보강한 장점이 결국 단점을 넘어서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로 KBO 리그가 중단된 지금, 왓챠ㆍ넷플릭스에서 <야구 소녀(2020)>를 보며 허기를 달래보는 건 어떨까.
또한 <골 때리는 여자들>은 웨이브에서, <노는 언니>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만나볼 수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바로가기(웨이브)
E채널, <노는 언니> ▶ 바로가기(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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