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희진 OTT 1기 리뷰어] 오랜만에 시트콤이 돌아왔다.
그것도 넷플릭스를 등에 업고.
<순풍 산부인과>, <논스톱>, <뉴 논스톱>, <거침없이 하이킥> 등 시트콤 전성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트콤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더군다나 지난해 5월, KBS <개그 콘서트>가 공식 종영한 이후 코미디 및 시트콤 프로그램은 영영 볼 수 없을 줄로만 알았다.
오랜 공백기 뒤에 찾아온 시트콤인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이 더 반가운 이유다.
2021년에 걸맞게 글로벌 청춘들로 구성된 <지구망>은 한 대학교의 국제 기숙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구망>은 암울한 팬데믹 시기를 통과할 힘을 줄 수 있을까.
◆ 최초의 '글로벌 유사 가족'
여느 드라마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시트콤은 유사 가족을 기반으로 한다.
저절로 이루어진 집단이 아니라 비슷한 특징이나 상황을 공유하며 무리 지은 공동체 말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짜 가족보다 더 동질감을 느낀다.
주말마다 알바를 뛰러 다니고 주중에는 대한대학교 기숙사 조교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세완(박세완)은 모두를 아우르는 엄마 같은 존재다.
본인 일이 버거워 툴툴대더라도 살뜰히 외국인 친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어쩌다 같은 방에 살게된 넉살 좋은 현민(한현민)과 '원칙주의자' 한스(요아킴)도 틱틱거리며 서로를 챙기는 가족 같은 사이를 자랑한다.
K-콘텐츠학과에 재학 중인 태국인 민니(민니)와 "염병~짜증 나게?"를 달고 사는 카슨(카슨)도 마찬가지다.
거칠게 잔소리를 주고받지만, 그 속엔 애정이 어려 있다.
빚쟁이 엄마를 둔 세완과 어린 동생을 막무가내로 맡긴 엄마 때문에 갓난아이를 데리고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현민을 보면 본래 가족보다 기숙사 커뮤니티라는 공동체가 훨씬 더 위로되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로 시작된 재택근무는 어느덧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가는 추세고, 2030의 1인 가구 비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마치 관계와 소통을 단절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유년 시절 순수하게 뜻이 맞았던 친구들과 공동체를 이뤘던 것처럼, 유사 가족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고 싶어 한다.
각자 뜻을 가지고 한국에 온 외국인 기숙사 커뮤니티는 그렇기에 더없이 좋은 공동체다.
캠퍼스와 기숙사, 대학생은 시트콤에서 흔한 소재지만 여기에 '글로벌 이방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가 된다.
◆ 웃음이 나지 않는 시트콤
그러나 <지구망>의 가장 큰 단점은 '웃기지 않다'는 데 있다.
시트콤인데 웃기지 않다니.
대부분의 외국인 캐릭터는 한국어 대사를 간신히 소화하는 것에 그친다.
억지스러운 한국말 대사 때문일까.
캐릭터 구축 또한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한국인보다 더 엄격한 원칙주의자 한스, 욕쟁이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카슨,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테리스(테리스), K-콘텐츠에 환장한 민니 등.
유창한 한국말로 극을 잘 이끌어가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이야기는 아무래도 억지스러운 캐릭터 설정에 있는 것 같다.
밑도 끝도 없이 '한국적'이라고 취급되는 특성을 캐릭터에 욱여넣는다거나,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처럼 보이게 하려는 연출의 욕심이 부른 결과다.
돈 때문에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억척스러워진 세완이나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집안을 숨겨뒀던 제이미(신현승)의 설정 또한 진부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 기숙사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기획은 기대해볼 법했으나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아쉽다.
<지구망>은 K-POP으로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K-콘텐츠의 정확히 어떤 부분이 그렇게 많은 전 세계 팬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인지 <지구망> 이후의 작품은 그 위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구망>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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