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선물하는 여름방학, <나기의 휴식>

웨이브ㆍ왓챠: <나기의 휴식>

박서영 승인 2021.06.19 14:2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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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의 휴식> 속 주인공 오시마 나기(쿠로키 하루). 사진 웨이브 캡쳐


[OTT뉴스=박서영 OTT 1기 리뷰어] "오시마 나기 28살, 무직, 잠시 휴식기를 갖겠습니다"

대학 졸업 후 사회로 나와 우리가 깨닫게 된 사실은 가뭄에 콩 나듯 있는 공휴일, 빛의 속도로 '순삭'되는 주말 외에는 휴식할 수 있는 '방학'이 없다는 것.

하지만 여기 "자체 여름방학"을 선언하고 휴식을 취한 이가 있다.

바로 일본 TBS 방영 <나기의 휴식> 속 오시마 나기(쿠로키 하루)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다.인생 리셋 버튼을 누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 순간.

나기는 직장에서 과호흡이 와서 쓰러진 것을 계기로 과감하게 리셋 버튼을 누르고 휴식기를 선언한다.

사실 나기는 그 누구보다도 직장에서 성실한 직원이었다.

다른 사람의 실수도 자신이 대신 수습하고, 업무 또한 남들의 배로 떠안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남들의 눈치를 보며 주변 사람에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나기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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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의 점심 식사 중 눈치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나기(쿠로키 하루 분). 사진 웨이브 캡쳐


공기는 읽는 게 아니라 마시고 내뱉는 거야

<나기의 휴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는 '공기'다.

살다 보면 보이지 않지만 긴장된 분위기, 어색한 분위기 등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을" 분위기를 읽다, 눈치를 보다"라고 표현하지만, 일본에서는 "공기를 읽다"라고 표현한다.

나기는 이러한 공기를 읽는, 즉 사람들의 눈치를 봐도 너무 많이 보는 인물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공기를 읽느라 바쁘고, 혹시나 자신이 분위기를 깰까 항상 전전긍긍한다.

혹시나 미움받을까 하는 걱정에 동료들의 말에는 항상 "알 것 같아"라고 몰라도 아는 척, 의미 없는 맞장구를 치고 생머리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천연 곱슬머리를 숨기느라 매일 아침 일어나 고데기로 머리를 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뒷담화하는 직장 동료들과 속궁합이 좋아서 만나는 것뿐이라는 남자친구.

자신의 인생에 큰 회의를 느끼게 된 나기는 회사를 퇴직하고, SNS도 삭제하며 잠시 인생의 휴식기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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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에서 헤엄치는 정어리를 보고 있는 나기. 사진 웨이브 캡쳐


무리에서 떨어진 정어리

언젠가 나기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신지(타카하시 잇세이)가 수족관에 가서 똑같은 방향으로 헤엄치는 정어리 무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홀로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는 한 마리의 정어리를 보며 둘 다 자신을 반추했고 소리 없는 응원을 보냈다.

나기는 무리에서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며 신지에게 얹혀서 헤엄치는 정어리였고, 신지는 무리 안에서 선두로 헤엄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한 정어리였다.

"탈선해도 되고 무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서 제대로 헤엄쳐 보고 싶어" 신지와의 이별 통보를 하며 나기는 말한다.

극 초반에 나오는 이 대사는 <나기의 휴식>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큰 두려움 중 하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해야 하고, 대기업에 가야 성공한 것이고, 주식을 나도 해야 하나 하는 걱정 등, 이러한 이유로 성인들에게 '휴식기'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기의 휴식>은 말한다. 가끔 무리에서 벗어나도 되고, 경로를 이탈해도 무서워하지 말라고.

혼자서 무리 밖에서 헤엄치며 자신의 길을 찾는 정어리, 나기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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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을 하고 있는 나기와 그녀의 이웃집 남자 곤(나카무라 토모야 분). 사진 웨이브 캡쳐


"네가 대화의 공을 못 던지는 이유가 뭐야? 그건 네가 상대에게 관심이 없어서야!"

억지웃음과 영혼 없는 맞장구, 사회생활을 해봤다면 모두가 장착해 보았을 주요 무기 중 하나.

나기 또한 그랬다.무리 안에서 섞이기 위해서 싫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무조건 YES.

하지만, 나기는 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진정한 소통과 관계 맺음을 배운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항상 사람들에게 맞춰주면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자신이 실은 남들에게 관심이 없었고, 섣불리 그들을 판단하고 거리를 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고.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스낵바 버블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게 된 나기는 그동안 상대가 대화의 공을 던져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고 한 번도 먼저 던질 생각은 못 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짧은 여름, 휴식기를 통해 나기는 남자친구에게 기대거나 주위의 호감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옛 자신을 버리고 혼자 스스로 헤엄치는 법을 배운다.

<나기의 휴식>은 이처럼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렸던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일상에 지쳐 잠깐 쉬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을 때 올여름 나기와 함께 짧은 여름 방학을 보내 보는 건 어떨까?

<나기의 휴식>은 웨이브, 왓챠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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