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1호가 될 순 없어' 메인 포스터 사진. 출처 JTBC 공식 홈페이지
[OTT뉴스=희진 OTT 1기 리뷰어] '1호가 될 순 없어'는 '개그맨 커플'이라는 독보성과 차별성을 가지고 1년째 방송되고 있는 JTBC의 간판 예능이다.
'개그맨 부부는 이혼한 커플이 없다'는 뚜렷한 콘셉트는 SBS '동상이몽'이나 TV조선 '부부의 맛' 등 타 부부 관찰 예능과는 대비된다.
개그맨이 설 자리를 잃은 시점에 개그맨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과 개그맨이 가지는 친밀함이라는 속성이 시청자의 이입을 쉽게 한다는 점은 이 프로그램의 소구점이다.
두 가지 요인을 잘 유지한다면 '1호가 될 순 없어'는 '아는 형님' 뒤를 잇는 JT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1호가 될 순 없어'는 새로운 개그 플랫폼의 기능을 한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개그맨들을 불러모으는 자리다.
작년 5월, KBS 개그콘서트가 종영한 이후 방송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췄다.
tvN의 코미디 빅리그가 아직 건재하긴 하지만 시청자가 반응하는 개그맨은 그 시절 옛날 코미디언들이다.
팽현숙-최양락 부부, 박준형-김지혜 부부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각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면 자연스레 개그맨의 일상이 드러나며 개그맨 특유의 입담과 재치가 각 에피소드에 담긴다.
이를테면 팽현숙-최양락 부부가 연기를 배우는 에피소드에서 "현숙아 가지마! 넘어가면 휴전선이야"라고 말해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든가, 두 부부가 코미디 빅리그를 직접 찾아와 '슈퍼카' 코너에 참여한다는 점은 시청자의 큰 웃음을 샀다.
관찰 예능을 통해 은은하게 웃음이 새어 나오는 '1호가 될 순 없어'는 2021년형 개그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스튜디오에 모여 있는 개그맨 부부와 MC 박미선, 장도연. 출처 JTBC 공식 홈페이지
한편, 개그맨의 친밀함과 현실감각은 시청자 유입 통로가 된다.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는 개그맨의 특성이 그들이 실제로 겪은 고생담과 만나 현실적인 이야기로 완성된다.
팽현숙과 임미숙, 정경미 등, 남편 때문에 고생한 여성들이 그들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며 해학까지 얹으니 보는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한다.
관찰 예능계의 새로운 획을 그은 셈이다.
시청자는 더 이상 가짜에 반응하지 않는다. 판타지는 드라마로 채우면 그만이다.
박준형의 근검절약 경제 관념이나 김원효의 사업 아이템 구상 등 어느 집안에서나 있을법한 소재로 김지혜와 심진화의 현실적인 반응을 통해 진짜 부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1호가 될 순 없어'는 체면을 버릴 때 시청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만, 점점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개그맨 부부만의 재치 있는 일상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으로 귀결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일지라도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게임에 미쳐있는 남편 군상만 잔뜩 나오는 것은 시청자를 질리게 한다.
김단하-배정근 커플 편에서 육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게임만 하는 남편인 배정근, 김가연-임요한 커플 편에서 역시 게임에 미쳐있는 남편 임요한, 그럼에도 내조를 열심히 하는 김가연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시대 감수성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지만 개그맨 부부가 출연하는 예능은 그 지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스스로 망가지고 평가절하하는 것이 개그의 속성이고 개그맨의 숙명이라 그런 것일까?
육아를 제쳐두고 게임만 하는 남편 배정근을 답답해하는 아내 김단하. 출처 JTBC 공식 예고편 캡처
새로운 부부 유입에 힘쓰는 대신 기존 부부의 일상을 보다 면밀히 드러낼 것을 제안한다.
새로운 부부의 유입을 줄이는 대신 고정 부부의 부부생활과 부부 사이의 문제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솔루션을 주는 식으로 방향을 재설정해볼 수 있다.
심진화-김원효 부부를 방문한 개그맨 김태균이나, 팽현숙-최양락 부부가 코미디빅리그를 직접 방문해 개그맨 후배를 만난 것처럼, 기존 부부가 새로운 패널이나 출연자를 만남으로써 부부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해볼 수 있고, 오히려 부부 사이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뉴 페이스'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그럼으로써 본래의 취지와 초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초지일관의 프로그램이 롱런한다.
시즌제와 숏폼 예능 전성기에 롱런하는, 롱폼의 예능이 탄생할 수 있길 바라본다.
그리고 '1호가 될 순 없어'가 그 주역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JTBC 간판 예능이 될 '1호가 될 순 없어'는 티빙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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