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던지는 팁: 마조히스트가 되고 싶지 않다면 남의 핸드폰을 열어보지 말 것

왓챠, <퍼펙트 스트레인저>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 오리지널

희진 승인 2021.05.24 10:52 | 최종 수정 2021.05.25 05:00 의견 1
저녁 만찬에 모인 친구들과 부부. 화기애애하게 셀피를 찍고 있다. 사진 네이버 영화

[OTT뉴스=희진 OTT 1기 리뷰어] 완벽한 비밀이란 존재할까.

서로의 체액을 공유하는 사이에도 비밀은 있다.

이 자명한 사실을 모르는, 혹은 모르는 척하는 이들이 모였다.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21세기 가장 은밀한 도구인 스마트폰을 공개하며 서로의 비밀을 파헤치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게임에 대한 영화다.

저녁 만찬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된 친구들 커플이 각자의 핸드폰을 공개하며 벌어지는 위험천만하고 용감무쌍한 이야기.

전 세계 18개국에서 리메이크된 것을 보니 스마트폰이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과 우리 모두 마음 속에 위선 하나 쯤은 품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사실 만큼은 국적 불문, 나이 불문 모든 이들의 공통점인 듯하다.

저녁 만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건지, 왓챠에서 함께 확인해보자.

렐레(왼쪽)와 페페(오른쪽)가 핸드폰을 바꾸네 마네 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네이버 영화


[혐오 발언으로 어긋난 우정]

에바(카시아 스무트니아크)와 로코(마르코 지아리니)는 저녁 만찬을 주최한 호스트다.

로코의 옛 친구들 코시모(에도아도 레오)-비앙카(알바 로르아처) 커플과 렐레(발레리오 미스딴드리아)카를로타(안나 포글리에타)가 이어 도착한다.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페페(주세페 바티스톤)는 이 저녁 만찬에 유일하게 혼자 온 손님이다.

페페는 전 부인과 이혼 후 '루실라'라는 새 여자친구가 생겼고 이 이야기는 당사자가 등장하기도 전부터 뜨거운 감자다.

지루한 결혼생활의 한 가운데 놓여있는 커플들에게 싱글 페페의 새 사랑 이야기는 여간 재밌지 않을 수가 없다.

만찬이 시작되고 아슬아슬한 스마트폰 게임이 시작된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잠깐 담배를 피우러 간 사이 페페에게 렐레가 다가온다.

매일 밤 10시에 본인 사진을 보내는 여자가 있다며, 핸드폰 기종이 같으니 제발 자기를 살려달라는 렐레.

그 자리에 페페의 애인 루실라가 없으니 오늘밤만 넘어가 주면 당신은 괜찮을 거라고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 렐레를 페페는 이내 무시하지만, 재빠르고 얍삽한 렐레는 페페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핸드폰을 바꿔버린다.

핸드폰이 바뀐 걸 안 페페는 그런데 어쩐지 여유로운 표정이다.

"괜찮겠어?"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남긴 채 의문의 여성 사진을 받고 친구들의 탐탁치 못한 시선에도 페페는 여유롭게 넘어간다.

머지않아 페페의 핸드폰으로 (지금은 렐레 앞에 있는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온다. 직장 동료라던 렐레의 핑계가 무색하게 농도 짙은 내용의 문자가 이어서 오고, 렐레의 부인 카를로타의 표정은 굳어간다.

발신자는 루시오라는 사람이고, 남자인 루시오와 렐레가 그렇고 그런 관계였다는 사실에 친구들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작은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이는 우정과 부부관계에 배신감으로 이어진다.

코시모는 언제부터 게이였냐며 지금까지 어떻게 친구들한테 티도 안 내고 살아왔냐며 그의 힘들었던 과거를 품어주는 듯하지만 이내 곧 '우리 어렸을 때부터 같이 목욕탕도 가고 벗은 몸도 보지 않았냐'며 렐레의 성정체성을 비난하는 듯한 말을 내뱉는다.

비난과 혐오의 화살은 렐레를 통과해 페페의 가슴에 꽂힌다.

이때 상처받은 건 당사자인 페페뿐이 아니다.

더럽다는 코시모의 눈빛은 렐레와 만찬 자리에 있던 모두를 경악시킨다.

페페는 내심 '이럴 줄 알았다는' 덤덤한 태도로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터놓는다.

직장의 부당한 해고에 반발할 수 없었던 이유도, 남자 애인의 존재를 숨기고 만찬 자리에 부르지 않았던 이유도 이날 밤의 대화를 통해 설명됐으니, 페페는 더 이상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로코(왼쪽)와 에바(오른쪽). 언뜻 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각 부부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사진 네이버 영화


[오 맘마미아! 위선을 들켜버렸군!]

소수자에 대한 위선이 판을 치며 이들의 우정을 갈라놓을 동안 부부 관계 역시 예사롭지 않게 금이 가는 중이다.

카를로타와 렐레의 사이가 틀어지고, 동시에 비앙카와 코시모의 사이도 갈라진다.

전 남편과 아직도 연락하는 비앙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코시모, 그런데 알고 보니 양다리도 모자라 만찬을 주최한 에바와) 세 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코시모.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인 그물망 앞에서 관객인 우리는 관계와 신뢰의 참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웃으며 시작했던 게임이지만 그 끝에는 너덜너덜해진 마음과 세상에 대한 불신만이 남았다.

전남편과 시답잖은 얘기로 연락을 지속하는 것을 현 남편에게 말해야 하는지,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인데 남편의 친구와 만나고 있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 밝혀야 하는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게 버거워 혼자 요양원을 알아본 것에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지.

내 마음을 얼마만큼 내어놓고 또 얼마만큼 가려야 하는지 우리는 매번 고민한다. 솔직함과 위선을 양쪽에 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우리 스스로도 판단이 서지 않는 결정을 반복한다.

내가 하면 솔직함이 되지만, 남이 하면 위선이 되어버리는 관계 속 저울질.

전 세계 18개국에서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도 이러한 보편적인 모순에 있는 것은 아닐까.

본인의 비밀은 묻어두고 싶어 하면서도 상대방의 비밀은 굳이 알아내 상처받길 자처하는 모든 마조히스트 현대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부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감히 애인과 친구의 핸드폰을 궁금해하지 않을 것!

현대 사회 판도라의 상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왓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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