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특집] 그렇게, 교사가 된다 - tvN <블랙독>

tvNㆍ티빙, <블랙독>

윤정원 승인 2021.05.14 07:00 의견 0
<블랙독> 포스터. 사진 티빙


[OTT뉴스=윤정원 OTT 1기 리뷰어] 5월의 중순, 교정이 노래로 가득 채워지는 날이 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뿌듯한 모습의 학생들과 아이처럼 웃는 교사들, 빨간 카네이션으로 학교가 물드는 하루, 바로 스승의 날이다.

금일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이 주인공이 아닌, 교사 중심의 드라마 <블랙독>을 소개하려 한다.

선생님. 그 짧지만 무거운 이름 석자로 불리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지금 소개한다.

<블랙독>은 기존 학원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진 tvN Drama 공식 유튜브


<블랙독>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의 학원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학원물은 교사가 아닌 학생들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았다.

청춘스타 배출소였던 <학교>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학교'라는 억압된 공간에서 학생들의 꿈, 희망, 우정, 사랑을 다뤘다.

이 때 교사는 어른과 규제의 역할로 기능하는데, '좋은 스승'과 '좋지 못한 스승'의 이분법적 캐릭터로 극 중에 존재했을 뿐이다.

<학교> 시리즈를 이어받은 드라마들 역시 비슷한 맥락을 보인다.

<공부의 신>에서는 다채로운 교사들의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들의 캐릭터성이 평면적이라는 것에 한계가 있고 <드림하이> 역시 예술고등학교를 소재로 했다는 것 이외는 서사적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근래 주목받은 교육과 입시 위주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김주영'(김서형 분)이라는 돋보적인 캐릭터가 발굴됐지만 김주영의 교육자적 자질이 아닌, 그녀에게 쌓인 의혹과 비밀에 집중돼 아쉬움을 남겼다.

위 시각에서 바라본 <블랙독>은 상당히 신선하다.

<펜트하우스> 속 청아예고처럼 명문고가 아닌 일반 사립고를 배경으로 기간제 교사 고하늘을 전면으로 내세웠는데, 기존 드라마 속 어른이자 완성된 존재로서의 교사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것에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학생 뿐 아니라 교사 역시 미생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 드라마 <블랙독>은 호기심과 함께 우리에게 첫마디를 건넨다.

애매한 기준을 문제삼아 호평받았던 바나나 문제, 사진 tvN drama 공식 유튜브


<블랙독>에서 극을 이끄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수많은 학원물 중 <블랙독>의 차별성 역시 이 두가지에 기인한다.

첫째는 대치고등학교를 이끄는 사건들이다.

최근의 드라마에서 학교를 둘러싼 사건들은 비현실적이거나 혹은 극을 이끌기 위해 마련된 장치로만 사용됐다.

최근 시청률 1위를 달성한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학교 축제인 청아예술제는 모녀 갈등이 되물림되는 극적 장치로 사용됐고 학생들의 노력과 성장이 돋보이는 대목은 아니었다.

하지만 <블랙독>에서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극을 전개해나가고, 이런 소재가 시험, 수능, 방학이라는 기존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학원물로서의 의미를 더한다.

대표적으로 '바나나 문제'가 있다.

바나나 문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입시 현실을 비판하는 문제로, '성숙이는 바나나와 수박 두 개를 샀다'는 문장에서 해석 가능한 답안 중 두 가지를 쓰는 것이 답이다.

이 중 '바나나'를 사람의 별명으로 인정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상한 해답에 그럴 듯한 의견이 붙자 교사들 역시 난감해졌고, 교사들 역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만을 기준으로 채점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수업시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이란 무엇일까.

내신 대비를 위해 듣는 정규 수업시간? 수능을 위해 의무적으로 수강하는 방과 후 수업시간?

기출문제, 보조교재 등 수많은 변수를 내포한 용어가 수업시간이다.

학생들은 굴복하지 않고 교사집단과 대립하게 된다.

나아가 이 에피소드는 최근 수능에서 비정상적으로 어려워진 국어 영역을 비꼬는 듯한 뉘앙스로 정답과 오답을 놓고 채점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충분히 서술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다분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는 대치고등학교가 실존한다는 착각마저 들게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블랙독>에서 서현진은 로코퀸이 아닌 신입 기간제 고하늘로 분해 연기변신을 꾀했다. 사진 tvN Drama 공식 유튜브


둘째는 인간 고하늘의 성장기다.

고하늘은 교실에서는 선생님이라 불리는 상위의 존재이지만 교무실에서는 선생이라 불리는 기간제 교사이고 사회에서는 비정규 계약직인 일개 초년생에 불과하다.

극의 제목이 <블랙독>, 편견과 우울이라는 것과도 연관되는 부분인데 대치고의 낙하산 기간제 교사로 오해를 받는 고하늘 선생의 모습, 버젓한 교사 하나 되지 못했다는 슬픔과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의 감정은 극 사이사이에 표출되며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반추하게 되고 당시 교내의 젊은 선생님들 역시 20대 중후반의 젊은 나이였음을 그들 역시 인생에 있어 학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고하늘 역을 맡은 서현진의 연기변신이 새롭다는 평이 많다.

<또 오해영>에서 사랑에 진심인 사연 많은 여자 '오해영', <뷰티 인사이드>에서 비밀을 품은 톱스타 '한세계' 역을 맡으며 소위 말해 '로코퀸'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녀였기에 차분한 국어선생님이자 사회 초년생의 고하늘 역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왔다는 평이다.

배우 서현진은 이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해석하는 데 성공했는데 사회 초년생 특유의 움츠린 발음을 캐치해 풋풋하고, 때로는 어리숙한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표현했다.

또한 높은 목소리를 한 톤 낮추고, 배우 고유의 안정된 발성을 통해 캐릭터가 교사로서 지닌 신념을 강조하며 입체적인 고하늘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어리숙한 사회초년생과 교육자로서의 신념을 지닌 선생님. 서현진은 배우로서의 기질을 충분히 발휘해 새로운 선생님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서현진은 기간제 교사에서 정교사가 될 수 있을지, 가짜 선생님에서 진짜 선생님으로 변할 수 있을지 역시 드라마를 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블랙독>은 기존의 학원물처럼 순수하고, 희망차지는 않다.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하기에는 세상의 벽이 너무나도 높고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으면 아픔보다 두려움에 슬퍼지는 요즘이기에.

편견과 소외된 인간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 블랙독.

<블랙독>의 슬로건이 '어쩌면, 우리 모두는 블랙독'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학창시절, 그렇게 든든해 보였던 선생님들조차도 성장하고, 다치고, 외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던 것은 아닐까?

스승의 날을 기념해 스승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는 드라마 <블랙독>을 추천한다.

<블랙독>은 티빙에서 전편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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