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뉴스=희진 OTT 1기 리뷰어] 도시는 복잡하다. 사람들은 복잡한 걸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두가 도시에 살고 싶어 한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걷기를 포기하지 않는 도시인들을 위한 다큐멘터리.
도시 사회에 부유하는 모순을 명쾌하게 지적하는 프랜 레보위츠, 그런 그녀의 냉소를 팬심 가득 바라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케미'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 둘이 얘기하는 도시생활백서가 궁금하다면 <도시인처럼 (Pretend It’s a City)>을 꼭 보시길.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돈 돈 돈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없다. 응축된 돈의 리듬으로 이어지는 대도시에서라면 더 그렇고, 프랜이 살고 있는 뉴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젊은이들이 왜 뉴욕에 오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세요? 뭐가 있길래요."
"뉴욕. 뉴욕이 있죠."
마천루가 이끄는 꿈과 재능, 예술의 세계 뉴욕. 화려함 만큼이나 비싼 도시.
18살 프랜이 뉴욕에 왔을 시절엔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뉴욕 월세는 꽤 비싼 편이었지만 프랜은 200달러를 갖고 뉴욕에 와 청소 도우미, 택시 기사, 길에서 허리띠 팔기 등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일했다.
모두가 레스토랑 서빙 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남자 직원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서빙 일을 한다는 게 단지 서빙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다.
그녀가 비싼 월세의 아파트에 사는 건 '강간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냉소 가득한 유머는 스콜세지의 '주전자 웃음'을 자아내고, 방청객은 일동 폭소한다.
프랜은 좋은 집에 사는 본인을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에 비유한다.
"맞고 살긴 해도 잘생겼잖아! 비싸긴 해도 궁전 같은걸! 나라고 왜 궁전 같은 집에 떵떵거리고 살면 안 돼?"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빚에 쪼들려 살아도, 그냥 단지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도 비싼 월세의 아파트에 살기를 택한 그녀의 돈 얘기는 시종일관 흥미롭다.
뉴욕에 사는 작가 양반 프랜과 우리의 처지가 같겠냐만, '먹고사니즘'에 대한 막막함이야 누구에게나 같지 않겠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하는 시대에 본인을 '부동산 바보'라고 부르는 프랜의 위트는 어쩐지 위로가 된다.
책벌레 뉴요커의 '츤데레' 조언이 궁금하다면
"저는 책을 버리는 노력은 정말, 하나도, 전혀 없어요. 책은 버릴 수가 없어요. 사람을 버리는 것 같거든요. 오히려 버리고 싶은 사람은 정말 많지만요"
책이야말로 사람 같다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고있자니, 그 복잡한 도시에서 냉소와 유머를 유지하며 물 흐르듯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책 때문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쁜 도시 속 빨라지는 속도는 사람들을 독서와 사색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책도 음반도 없이 모든 걸 조그만 스마트 폰으로 해결해버리는 시대로 속박해버린다.
스콜세지와 프랜이 서가에 서서 영화 <황금의 문>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프랜 조부모의 이민사와 겹치며 뉴욕과 유럽을 오가던 이민자들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고, 그 참상을 담은 책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회귀한다.
영화 칼럼을 시작으로 본격 글쓰기 세계로 인도된 프랜과 영화감독 스콜세지가 나누는 대화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어떤 사람이든 인생은 하나뿐이에요. 하지만 책에서는 수많은 삶을 살 수 있죠. 그래서 제게는 독서가 부자가 되는 방법이에요. 아마 그래서 돈에 관심이 없나 봐요"
읽다 버린 신문으로 가득했던 타임스퀘어는, 이제는 아무도 책을 사지 않아 가방과 티셔츠만 팔 뿐인 노점상들로 채워져 있다.
그 시절을 지나온 프랜이 타임스퀘어를 걷는 장면을 보니 어쩐지 책을 읽고 싶어진다.
방대한 책 속 세계만큼이나 복잡한 도시의 세계, 뉴욕. 블랙 유머 속 날카로운 통찰이 엿보이는 프랜의 조언을 듣고있자니 '하하하' 웃으며 단순히 살고 싶어진다.
유대인 출신의 이민자이자 레즈비언 독신 여성으로 뉴욕에 살아가는 프랜이 던지는 냉소 섞인 조언은 어딘가 따뜻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그녀의 조언에 스며들고 싶다면 넷플릭스에서 얼른 시작해보시라.
Pretend It's a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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